비만도 유전자로 치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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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티스 등 글로벌 빅파마 출격
"비만 등 대사질환 치료잠재력"
유전자로 비만을 치료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우리 몸에서 지방을 축적하는 유전자 발현을 막거나, 식욕을 억제하는 유전자 활성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질병의 원인을 차단하는 원리로 기존 비만약보다 길고 강한 체중감량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전자치료제의 일종인 짧은 간섭 리보핵산(siRNA) 신약을 개발하는 올릭스의 주가는 지난 22일 1만6070원으로 일주일새 49.6% 올랐다. 해외 제약사와 현재 개발 중인 비만약의 기술이전 논의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난 19일 전일대비 14.9% 뛴데 이어 22일에는 20.6% 올라 상승폭을 더욱 키웠다.
올릭스는 현재 siRNA 기반의 비만 치료후보물질 'OLX702A'와 GLP(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약물을 함께 투여하는 임상 1상 시험을 호주에서 진행하고 있다. 전임상 시험에서 GLP-1 성분 약물보다 높은 체지방 감소 효과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siRNA 약물은 우리 몸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발현하는 mRNA(메신저리보핵산)에 결합해 이를 분해하는 원리로 질병을 치료한다.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을 차단해 약효가 세고 긴 특징이 있다.
이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글로벌 제약사들도 최근 비만약 열풍에 관련 신약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인 노바티스는 지난 18일 열린 실적발표회에서 siRNA 기반의 비만약 개발 계획을 밝혔다. 노바티스는 지난 2018년 세계 첫 siRNA 약물로 허가받은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렉비오'를 개발한 바 있다. 앨나일람파마슈티컬스는 내년 규제당국에 siRNA 기반 비만 치료후보물질의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할 계획이다.
바산트 나라시만 노바티스 CEO(최고경영자)./사진=노바티스국내외 제약바이오사들이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뛰어드는 이유는 GLP-1 등의 장호르몬 기반의 비만약보다 길고 강한 약효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유전차 치료업체 웨이브라이프사이언스는 우리 몸에서 지방 축적을 촉진하는 유전자(INHBE)의 발현을 억제하는 siRNA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최근 시행한 전임상시험에서 근손실을 최소화한 체중감량 효과를 확인했다. 웨이브라이프사이언스는 내년 이 약물의 임상시험에 진입할 계획이다.
특히 이 약물은 전임상에서 1년에 1~2회 투여로 체중을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 현재 시판 중인 비만약인 '위고비'와 '젭바운드'는 일주일에 1번 투약한다. 암젠은 한 달에 1번 맞는 비만약 '마리타이드'의 임상 2상 시험 중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하는 데는 장호르몬 기반의 비만약 개발경쟁이 치열해진 점도 크게 작용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현재 임상시험 단계에 있거나, 이미 출시된 전 세계 비만약 파이프라인은 총 124개다. 이 중 GLP-1 계열 약물은 45개로 전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바산트 나라시만 노바티스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GLP-1 등 장호르몬 기반의 비만약을 후발주자로 개발하는 것은 우리에게 적합한 접근법이 아니다"라며 "이 시장은 일라이릴리 등의 제약사들이 이미 주도하고 있으며 후속약물도 빠르게 개발되고 있다"고 했다.
해외 제약사 중에는 siRNA 치료제와 반대로 식욕억제 등의 기능을 하는 유전자 발현을 촉진하는 원리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곳도 있다.
프랙틸헬스는 GLP-1을 생성하는 유전자를 우리 몸에 투여하는 비만 후보물질 'GLP-1 PGTx'를 개발하고 있다. 췌장세포에 GLP-1을 분비하는 기능을 심어주는 원리다. 이 약물은 전임상시험에서 우수한 체중감량 효과를 확인했고 기존 비만약보다 장기적인 치료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siRNA 등 유전자치료제는 주요 대사기관인 간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어 비만 뿐만 아니라 당뇨, 고혈압 등의 대사질환을 치료하는데 잠재력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