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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부와 친해졌다 하면 사망·하반신 마비…4명 숨진 '여름의 악몽'까지[뉴스속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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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7월25일 일본 와카야마현 와카야마시의 한 여름 축제 현장에서 카레를 먹은 사람들이 복통과 구토를 호소했다. 60여명은 중독 증세를 보였고 4명은 사망했다./사진=유튜브 캡처

1998년 7월25일 일본 와카야마현 와카야마시의 한 여름 축제 현장에서 카레를 먹은 사람들이 복통과 구토를 호소했다. 60여명은 중독 증세를 보였고 4명은 사망했다./사진=유튜브 캡처1998년 7월 25일 일본 와카야마현 와카야마시의 한 여름 축제 현장. 사람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던 시간도 잠시 현장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됐다. 누군가 만든 '카레'를 먹은 지역 주민들이 하나둘씩 구토 증상을 보인 데 이어 복통을 호소하며 쓰러져서다. 단순 식중독 증상인 줄 알았으나 카레에서 독극물이 나오며 축제는 살인 사건 현장이 됐다. 

축제서 67명 독극물 중독…4명 사망

문제의 카레에서는 독극물 성분인 '비소'가 검출됐다. 비소는 산화하거나 황산 등과 만나게 되면 인체에 치명적인 독으로 변하는데, 이런 성질 때문에 방부제·살충제·쥐약 등에 사용되기도 한다.

비소에 급성 중독되면 구토와 설사가 일어나고 심하면 사망에도 이른다.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이 사고로 67명이 중독 증세를 보였고 초등학생과 고등학생을 포함한 총 4명이 숨졌다.

25년이 지났지만, 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피해자 부모 중 한 명인 스기야 야스(76)는 지난해 요미우리 신문과 인터뷰에서 "독극물 카레를 먹은 딸이 기사회생으로 살아났지만 지금까지도 사건이 떠올라 힘들어한다"며 "당시 여름 축제에 지인을 초대했던 주민들은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해당 사건 후 지역 여름 축제는 열리지 않았다. 또 현지 초등학교 급식 메뉴에 카레가 제외되는 등 한여름의 악몽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사고 끊이지 않던 하야시 부부의 주변"

경찰이 용의자로 지목한 인물은 하야시 마스미. 37세 주부 겸 보험판매원이었다./사진=유튜브 캡처

경찰이 용의자로 지목한 인물은 하야시 마스미. 37세 주부 겸 보험판매원이었다./사진=유튜브 캡처경찰이 용의자로 지목한 인물은 하야시 마스미. 37세 주부 겸 보험판매원이었다.

목격자 증언에 따르면 사건 당일 마스미는 1시간 동안 카레 조리 장소를 지켰는데 당시 그가 들고 있던 종이컵에서 비소 성분이 발견됐다. 마스미 신체 주변에서도 발견된 독극물이 카레에서 발견된 비소와 같았다.

하야시 마스미 과거도 주목됐다. 간호학과 출신의 마스미는 1983년 남편 하야시 겐지를 만나 결혼했다. 겐지는 사건 발생 6년 전까지 비소 화합물인 아비산을 활용해 방충 사업을 했다.

이들이 결혼한 후로 부부 주변에서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1986년엔 같이 숙식하던 겐지의 회사 직원이 돌연 사망했고, 2년 뒤 또 다른 직원도 독극물 중독으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주말마다 이 부부 집에 놀러 와 우동을 먹은 두 사람은 비소 중독과 비슷한 증상을 보여 병원에 입원했다.

피해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 거액의 생명보험과 상해보험에 가입돼 있었다. 최종수령인은 하야시 마스미로, 그는 남편 겐지의 1급 장애 명목으로 타낸 1억3000만엔(약 11억 6000만원)을 포함해 보험사기로 51억6000만원이 넘는 돈을 수령했다.

결국 1998년 10월 부부는 보험사기 혐의로 함께 체포됐고 그해 12월에 마스미에게는 살인 혐의 등이 추가됐다. 

11년 만의 '사형 선고'…"잔인하고 비열한 행위"

일본 최고법원은 2009년 5월18일 마스미에 사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살인사건에 대해 "잔인하고 비열한 행위"라며 사형을 선고한 하급심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후에도 마스미는 꾸준히 무죄를 주장하며 재심을 청구했다

일본 최고법원은 2009년 5월18일 마스미에 사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살인사건에 대해 "잔인하고 비열한 행위"라며 사형을 선고한 하급심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후에도 마스미는 꾸준히 무죄를 주장하며 재심을 청구했다./사진=유튜브 채널2002년 와카야마 지방법원은 하야시 마스미에 사형을 선고했다. 독극물을 주입할 수 있던 사람이 마스미 뿐이었다는 상황적 증거에 따라 내린 결론이었다. 이에 마스미 측은 즉시 항소했다.

하지만 결과는 같았다. 2009년 5월 18일 일본 최고법원은 마스미에게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법원은 살인사건에 대해 "잔인하고 비열한 행위"라고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마스미는 꾸준히 무죄를 주장하며 재심을 청구했다.

올해 초 NHK는 마스미 변호인 측이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새로운 증거를 발견했다고 주장, 와카야마 지법에 3번째 재심을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사건 현장에서 검출된 비소와 마스미 자택에서 나온 비소가 동일 성분이었다는 것과 마스미 머리카락에서 독극물이 발견됐다는 감정 결과에 오류가 있다는 취지였다.

또 당시 현장에서 마스미가 의심스럽게 행동했다는 목격자의 증언은 믿기 어렵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 사이 사기 혐의로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던 남편 겐지는 2005년 만기 출소했다. 

재심 청구 날 '줄초상'…남겨진 가족의 비극

독극물 카레 사건 이후 하야시 마스미 가족에게도 비극이 일어났다. 하야시 마스미의 가족 사진./사진=유튜브 캡처

독극물 카레 사건 이후 하야시 마스미 가족에게도 비극이 일어났다. 하야시 마스미의 가족 사진./사진=유튜브 캡처독극물 카레 사건 이후 하야시 마스미 가족에게도 비극이 일어났다.

2021년 6월 9일 오사카 간사이 공항의 연결다리에서 마스미 장녀 A씨(37)가 네 살배기 둘째 딸을 안고 투신했다. 이들은 모두 물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안타깝게도 A씨 첫째 딸(16)도 같은 날 사망했다. 온몸에 멍이 들어있던 A씨 첫째 딸은 '부모의 가정 폭력'으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됐다. 사망 3년 전 아동 상담 센터에서 "부모에게 학대당하고 있다"고 말한 정황도 드러났다. A씨 남편도 자살 시도 후 경찰에 인계됐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마스미는 지방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자신의 결백을 주장한 날 딸과 어린 두 손녀를 차례대로 잃은 것이다.

해당 사건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뜨겁다. 특히, 올여름엔 사건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공개될 예정인데 여기서 마스미 장남이 나와 자신의 심경을 밝힌다.

장남은 지난해에도 어머니 마스미를 최근 면회했다며 마이니치 방송과 인터뷰했다. 그는 "카레에 비소를 넣었는지 아닌지 물었을 때 (어머니는) '넣지 않았다'라고 대답했다"며 "10년간 봐온 어머니 모습과 내 기억 등을 비춰봤을 때 (어머니 말을) 믿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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