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면에 참 좋은데 팔 수가 없네”…아시아1위 의료용 대마기업 꿈꾸는 ‘이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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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대마특구 허용 불구
상용화 막혀 130조 시장서 소외
英 뇌전증 치료제 30% 가격에
국산 치료제 공급 목표로 임상
법개정해 대마산업 활로 열어야
함정엽 네오켄바이오 대표가 의료용 대마(헴프)를 들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 네오켄바이오]“의료용 대마는 뇌전증 같은 신경질환과 수면 장애 등에 대한 효과가 확인됐습니다. 해외에서도는 이미 합법화된 만큼 국내에서 합법화 해야 합니다.”
함정엽 네오켄바이오 대표(57·사진)는 28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한국은 지난 2020년 경북 안동이 의료용 대마 산업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면서 산업화가 시작됐다”며 “하지만 이후 규제 완화 속도가 느려 한국보다 시작이 늦었던 일본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되려 앞서 가고 있다”고 밝혔다.
함 대표가 지난 2021년 창업한 네오켄바이오는 의료용 대마 ‘헴프(Hemp)’에서 ‘칸나비디올(Cannabidiol·이하 CBD)’이란 성분을 추출하는 독자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 스타트업이다. 의료용 대마인 헴프는 환각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이 0.3% 미만인 대마로서 마약으로 쓰이는 마리화나(THC 0.3% 이상)와 구분된다. 네오켄바이오는 국내 규제가 곧 완화될 것이란 희망 아래 CBD를 추출해 제약사와 식품·화장품 업체 등에 공급하는 것을 사업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천연물연구소 책임연구원인 함 대표는 지난 2018년도 한 민간인으로부터 대마 소재에 대한 분석 의뢰를 받았다가 의료용 대마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네오켄바이오는 원천기술의 가치와 의료용 대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창업 2년여 만에 약 15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현재 의료용 대마 농장은 안동에, 본사는 서울바이오허브에 각각 위치해 있다.
함 대표는 “헴프에서 추출한 CBD는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중독성·환각성이 없는 것으로 입증됐다”며 “뇌전증(간질) 치료외에도 수면 유도, 피부 개선, 염증 완화 등 다양한 효능이 있어 해외에선 이미 의약품, 건강기능식, 화장품 등에 폭넓게 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US에 따르면 전세계 CBD 관련 시장은 연평균 27% 성장해 오는 2032년엔 970억달러(약 13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용 목적으로 대마 사용을 합법화한 나라는 미국, 캐나다, 독일 등 56개국에 이르며 계속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연구 목적의 재배·실험만 허용될뿐 아직 CBD 성분이 들어간 제품을 시판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 함 대표는 “이대로는 한국만 잠재력 높은 CBD 시장에서 뒤쳐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CBD가 쓰이는 대표적인 분야는 뇌전증 치료제다. 영국 GW파마슈티컬스가 CBD로 만드는 오리지널약 에피디올렉스는 1인당 약값이 연간 약 4000만원에 달할 정도로 비싼 약이다. 현재 한국에선 대체 치료수단이 없다고 입증하는 소견서를 제출해야만 특정 기관(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을 통해 수입한 에피디올렉스를 구입할 수 있다.
네오켄바이오는 특허를 받은 마이크로웨이브 설비를 활용해 CBD를 추출해 만든 원료를 국내 제약사에 공급해 에피디올렉스의 제네릭(복제약)을 저렴하게 만들어 낸다는 계획이다. 함 대표는 “우리가 가진 독자 기술로 CBD를 추출해 국내서 제네릭을 만들면 약값을 3분의 1수준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현재 헴프 생산부터 CBD 추출, 원료 제조까지 할 수 있는 공장을 설계 중이며 올해안에 임상 시험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치료제 역시 식약처 허가를 받아 시판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함 대표는 “지난 2022년 식약처가 발표한 규제혁신 100대과제에서 의료용 대마 성분의 국내 제조를 허용하기로 했지만 이후 후속 조치가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까지는 대마 성분은 수입한 완제품에 대한 판매만 허가되기 때문에 사업 리스크가 큰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당국의 발표를 믿고 수년간 사업을 이어온 기업들을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규제가 완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 대표는 마지막으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될 때까지는 기존 법률 내에서 최대한 생존할 방안을 모색하며 주로 글로벌 시장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며 “법률적 기반이 마련되면 아시아 1위 의료용 대마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