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값 상승기 오래 못 간다, 하락기에 더 내린 곳 주목해야” [이코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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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
‘서울’, ‘아파트’ 정답 아니다
부동산, 가격 내리고 거래량 늘 때가 기회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내 집 마련은 집값이 떨어질 때 해야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때 집을 사지 않습니다. 오히려 오를 때 사죠.”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주택 매수자들이 집값이 하락할 때는 투자자의 마음으로, 상승할 때는 실거주자의 마음으로 집을 사는 일이 많다고 했다. 집값이 내리면 더 떨어질지 걱정하며 매수를 주저하고, 오를 때는 ‘집값이 내려도 내가 거주할 집이어서 괜찮다’는 마음으로 부동산 시장에 뛰어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주택을 매수할 때는 기술이나 요령이 필요한 게 아니라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부동산 리서치 사이트 플랫폼 ‘광수네복덕방’을 운영하는 이광수 대표는 건설‧부동산 전문가로 불린다. LG건설(현 GS건설)에 입사한 뒤 동양증권‧미래에셋 증권에서 애널리스트로 활동했고 미래에셋 리서치센터에서 건설‧부동산 시장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로 역량을 쌓았다. 지난해 5월 독립 리서치 회사 ‘광수네복덕방’을 만들면서 독자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기업이나 집단에 속하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을 말할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해관계가 없어야 많은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는데, 직장인으로는 이런 활동이 어렵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퇴사를 결심했다. 독립 1년 만에 자기 생각과 꾸준히 발간했던 보고서를 요약한 서적 ‘어떻게 살 것인가’를 발간했다. 이 책은 단기간에 약 3만5000권이 팔리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지금, 주택 매수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조언은 무엇일지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 그는 “머지않아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시적인 변화가 생길 수 있지만, 지금의 상승세가 오히려 하락 폭을 키울 수도 있다며 올해 하반기부터 다시 거래량이 감소하고 가격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부동산 가격 변화를 예측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는 ‘가격’과 ‘거래량’이다. 가격이 오르면서 거래량이 늘면 부동산 상승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는 수요가 가격을 밀어 올리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실거래 수요보다는 투자 수요가 있어야 부동산 상승이 지속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부동산 상황은 그렇지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대표는 “지금 매수자들은 대부분 실수요자이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을 계속 밀어 올리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투자자들은 대출을 받지 않아요. 전세 세입자를 낀 갭투자를 하죠.” 이 대표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과 가계부채가 동시에 증가하는 것을 보면 최근 주택을 매수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실수요자라고 판단했다. 투자 수요자는 시장에 들어오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어떤 자산시장이건 빚으로 쌓아 올린 탑은 오래갈 수 없습니다.”
정부가 대출 한도를 줄이는 ‘스트레스 DSR 2단계’ 정책을 2개월 연기한 것을 두고도 그는 집값을 올리는 데 제한적인 영향을 줬을 것으로 판단했다. “대출액이 줄어들기 전에 미리 집을 사야겠다고 생각한 실수요자들이 일부 움직였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일시적인 변화를 증폭하는 영향을 끼쳤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정부 정책이 부동산 시장과 주택 매수 수요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줬을 경우 발생한다. “수요자들이 ‘정부가 대출을 늘려서 집값을 올리려고 하고 있구나’하고 판단하면 위험한 겁니다. 집값이 올라서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면 생각했던 것과 다른 모습에 사람들이 당황하거든요. 그러면 (부동산) 시장이 아예 확 얼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시기가 올 것으로 예상했다. “집값이 내려가면서 거래량이 증가할 때가 반드시 옵니다. 매수자들은 그때를 노려야 합니다.”
실거주자라면 집값이 오르건 내리건 필요할 때 사는 게 현명한 것 아닐까. 이 대표는 이런 질문에 이해가 안 되는 말이라고 했다. “실거주하려는 주택을 사는 것도 투자입니다. 그런데 왜 비쌀 때 삽니까. 쌀 때 사야죠” 그는 부동산 가격 하락기에 비쌌던 집이 더 큰 폭으로 값이 내린다고 했다. 평균 10% 가격이 내리더라도 10억원짜리 주택이 9억원에 거래된다면 20억원짜리 집은 18억원에 거래된다는 뜻이다. “사실 비쌌던 집은 더 하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때는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아요. 더 떨어지면 어쩌나 하고 우려하는 겁니다”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집값이 출렁이는데, 내릴 때 뛰어드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집값 하락기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떨어진 곳 주목해야”
그는 부동산 투자의 가장 큰 장점으로 ‘사용하면서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을 꼽았다. 주식이나 코인은 상대적으로 현금화하기 쉽지만, 묶인 돈을 사용할 수 없는데, 집은 내가 살면서 매도 시기를 결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1주택자의 경우 주택 가격이 올라도 실제 돈을 벌었다고 할 수 없다는 건 단점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서울 집값이 모두 올랐다고 가정합니다. 그러면 내 집을 팔아도 다른 곳으로 이사할 수가 없습니다. 집값이 올랐다고 내가 돈을 번 게 아니라는 거죠. 그래서 집값이 낮을 때, 더 많이 떨어진 집을 사는 게 중요합니다.”
주택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요동치는 서울, 아파트가 투자의 답일까. 그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가격의 변화 폭만 보면 전국의 어느 지역도 기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세종시 집값을 보면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났다고 합니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세종시는 전국에서 최고로 주목받는 곳이었어요. 기대가 높으면 충격도 크다는 걸 보여주는 겁니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다시 오를 가능성도 있다는 거예요. 세종시는 인구가 가장 많이 증가는 도시고 젊은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에요. 이런 것들을 봐야 합니다.”
그는 부동산 가격이 오르내리는 이유를 찾지 말고 본질을 봐야 한다고 했다. “집값이 올랐다고 하면 학세권이어서, 병원이 가까워서, 대단지여서 이런저런 이유를 갖다 댑니다. 그런데 집값은 몇 가지 이유로 올랐다고 할 수 없어요.” 이 대표는 “사람이 많이 살고 유동 인구가 많아서 학교나 병원이 들어오는 건지, 그 반대인지 답을 내릴 수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광수네복덕방을 운영하며 한국의 부동산 시장과 투자에 대해서 정확하고 객관적인 독립 데이터를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광수네복덩방 자료가) 이해관계 없이 전문가나 언론이 분석하는 기본 데이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