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관마약 수사 외압 의혹.. 또 등장한 ‘도이치 공범’ [주간 뉴스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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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호 경찰청장 청문회에서 ‘수사 외압’ 의혹 불거져
백해룡 “용산에서 아주 안 좋게 보고 있다고 전화 와”
채상병 건에서 언급된 이종호, 세관마약 건도 등장해
◆…서울 영등포경찰서 백해룡 형사2과장이 지난해 10월 10일 오전 대회의실에서 말레이시아 마약 밀매 조직이 제조해서 국내 밀반입한 필로폰 74kg을 유통한 한국, 중국, 말레이시아 3개국 국제연합 마약 밀매 조직을 검거했다고 밝힌 뒤 증거물을 보이고 있다. 2023.10.10 [사진 = 연합뉴스]
마약 조직원들과 세관 직원들 간 유착 의혹을 수사하던 서울 영등포경찰서 수사팀에서 수사 외압을 받았다는 주장이 나오며 정치권에 파장이 일었다. 백해룡 경정(전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은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와 같은 내용을 증언했다.
해당 사안을 두고, 범야권에서는 채상병 순직사건에서 불거진 수사 외압 의혹과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구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이종호 전 블랙펄 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채상병 사건에 이어 마약세관 의혹에도 언급되면서 눈길이 쏠린다.
세관마약 수사외압 의혹, 골자는? |
세관마약 수사 외압 관련 의혹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해당 의혹은 지난해 10월 서울 영등포경찰서 수사팀이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의 필로폰 밀반입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당시 수사팀 소속이었던 백 경정은 마약 조직원들과 인천세관 직원들 간 유착 의혹을 수사하던 중에 경찰 상부로부터 부당한 외압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가 지난달 29일 오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7.29 [사진 = 연합뉴스]
백 경정은 이날 경찰청장 청문회에서 자신의 세관마약 수사 외압 주장에 대해 "간사단과 (세관 마약수사 관련) 예정된 브리핑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서장님이 '브리핑 안 하면 안 되겠냐'고 하셨다"고 설명했다.
백 경정은 계속해서 "서장님께 '이미 간사단과 약속했기 때문에 안 된다'고 답변했다"며 "그러니 서장이 다시 전화해 '용산에서 알고 있고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지시를 따르라고 했다. 그래서 (지시를) 수용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서장의 브리핑 연기 지시에 대해서는 "그런 말을 하실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백 경정이 해당 발언에서 언급한 '서장'은 김찬수 전 서울 영등포경찰서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해당 청문회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김찬수 전 영등포경찰서장은 현재 용산 대통령실에서 파견근무 중이다.
백 경정은 또한 해당 사안을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주장한 경찰 상부의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 "내 고발장에는 관세청과 경찰, 이후 검찰 이야기도 있다. 이 세 기관을 움직일 수 있는 곳은 제가 생각하는 바로는 한 군데"라고 지적했다. 이는 용산 대통령실을 에둘러 짚은 것으로 보인다.
"경찰판 박정훈 대령 사건 아닌가" |
범야권 의원들은 이날 경찰청장 청문회에서 세관마약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 '경찰판 채상병 순직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용산 대통령실 개입 가능성 및 조병노 경무관 징계무마 사건 등에 대한 검증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백해룡 경정에게 "증인에게 직속상관을 포함해 세 군데서 연락이 온다"며 "서울청과 영등포경찰서, 그리고 업무연관성이 없는 수원남부서까지 연락이 온 건 이상하다"고 짚었다.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조지호 경찰청장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백해룡 전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왼쪽)이 질의답변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 [사진 = MBC News 영상 갈무리]
아울러 "나라도 각각 다른 세 군데서 주문사항이 온다면 외압으로 느낄 것"이라며 "이건 경찰판 박정훈 대령 사건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라고 덧붙였다. 윤 의원은 세관마약 수사 외압 의혹을 채상병 순직사건 관련 수사 외압 의혹에 빗댄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백 경정은 김 전 영등포경찰서장이 브리핑 연기를 지시하기 전까지 여러 전조 증상이 있어 걱정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백 경정은 이와 관련해 "9월 18일에 서울청장이 방문해 오찬을 했다. 그 오찬에서 현안 당부사항은 전혀 없었고 이상한 말씀들을 해서 상당히 기분이 안 좋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간사단과 브리핑을 하기로 하고 (브리핑 내용을) 작성해 서울청 수사지휘부에 보냈다. 그런데 서울청에서는 국가수사본부로 보내지 않는 것"이라며 "브리핑 승인을 못 받던 차에 서장이 전화와 용산을 말씀하시며 지시를 따르라고 해서 수용했다"고도 덧붙였다.
윤희근 '격노'에도... 조병노 '불문' |
이날 경찰청장 청문회에서는 세관마약 수사 외압 의혹 당사자로 지목된 조병노 경무관에 대한 추궁도 이어졌다. 당시 백 경정 측 설명에 따르면, 조 경무관은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 신분으로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이었던 백 경정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 외압을 행사했다.
조 경무관은 '이종호 녹취록'에 등장한 인물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핵심인물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채상병 순직사건 관련 '임성근 구명로비' 의혹이 불거진 상황인데, 관련 녹취록에서 조 경무관의 승진을 모색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이날 경찰청장 청문회에서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시한 조병노 경무관에 대한 징계요청이 '불문'이 나온 것을 지적했다. 윤 청장은 세관마약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직접 조 경무관 감찰을 추진했는데,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는 이에 대해 불문 처분한 바 있다.
용혜인 의원은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에게 "윤희근 경찰청장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격노했고 (외압 의혹이 불거진) 조병노 경무관에 대해 직접 감찰지시·징계요청을 했다"며 "그런데 결과가 '불문'이었다. 최근 5년간 중앙징계위에 회부된 경무관 이상 경찰간부 중 유일한 불문 처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청장이 직접 경고한 조병노 경무관에게 왜 아무 조치가 없나. 인사 조치할 것인가"라고 조 후보자에게 물었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는 "검토하겠다.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며 향후 조 경무관에 대한 문책 가능성을 열어놨다.
◆…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린 조지호 경찰청장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 = MBC News 유튜브 영상 갈무리]
◆…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린 조지호 경찰청장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정현 의원이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 = MBC News 유튜브 영상 갈무리]
조병노 징계무마 의혹도 제기돼 |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이종호 전 대표가 조병노 경무관 징계무마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조 후보자에게 "조병노 경무관에 대해 인사문책 무마를 한 이종호씨가 누구를 움직여 징계무마를 했는지 그 사실을 밝혀내는 게 중요하다"고 질의했다.
박 의원은 또한 "특히 이종호씨는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적 사건 공범"이라며 "이종호 대표는 해병대원 사망사건 관련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로비도 한 사람이다. 정권 핵심과 연결된 것"이라고도 짚었다. 그러면서 "이 대표 자체가 인사혁신처에 외압을 행사한 것 같지는 않고 그 가운데 있는 분을 밝혀내야 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는 "이종호씨가 조병노 경무관을 암시하며 '승진시켜 주겠다'고 이야기한 건 파악한 바"라고 답변했다. 다만 "(조 경무관에 대한) 징계 위기를 설명하고 구명했다에 대해서는 수사 단서가 없다"며 "수사 단서가 있으면 (수사하겠다)"고 거리를 뒀다.
한편, 세관마약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한 백해룡 경정은 지난달 31일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으로부터 받은 경고에 대해 부당하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서울경찰청 청문감사인권담당관실은 이날 공보 규칙 위반 등을 이유로 백 경정에게 내려진 경고에 대한 이의 신청을 접수했음을 밝혔다.
백 경정은 같은 날 공수처에 고발인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면서 세관마약 수사 관련 경찰 상부의 개입을 재차 주장했다. 그는 이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며 "수사 과정에서 명백히 드러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