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먹고 다 던졌다…전세계 패닉셀 부른 4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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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쿡 투데이] 월가는 연준의 금리정책 늑장대응 지적, 일본은행 금리인상으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위험도 증가…영원한 구루 버핏은 사상최대 현금보유와 애플 보유지분 매도로 이미 시그널 보내, 엔비디아 슈퍼 AI칩 설계결함까지
(워싱턴 AFP=뉴스1) 김종훈 기자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31일(현지시간)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끝나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7.31.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워싱턴 AFP=뉴스1) 김종훈 기자전세계 증시가 블랙 먼데이의 충격에 빠지면서 대체 누가 방아쇠를 당겼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호황을 구가하던 미국 경제가 갑자기 경기침체 우려에 휩싸인 것이 중앙은행의 아마추어적인 늑장 대응 때문이라는 월가의 지적 속에 세계 경제의 복합적인 요인들이 또다른 트리거 후보로 거론된다.
5일(현지시간) 전일 아시아 증시의 대폭락 직후에 개장한 미국 뉴욕증시는 개장초 다우존스와 나스닥 지수가 동시에 1000포인트 이상씩 빠지면서 각각 3%, 6% 급락하는 패닉셀 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 증시는 사실 7월 초까지 누적 내재된 과매수의 문제로 언제든 무너질 위험성을 갖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3대 지수는 한 달 전까지 미국 연착륙 낙관론과 AI(인공지능) 생산성 향상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해왔다. 그러나 중앙은행은 증시호조와 국내총생산(GDP) 상승세를 바탕으로 인플레이션을 잡는다는 명분으로 2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의 5.25~5.50%의 고금리를 1년 넘게 기준금리로 유지해오면서 인하조치를 거부해왔다. 인플레이션은 이미 연초부터 3%대로 떨어졌는데도 중앙은행장은 "좀 더 확신이 필요하다"는 말을 석 달 내내 되풀이 하면서 5%대 중반의 기준금리를 유지하며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고강도 긴축 조치를 변경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FOMC(공개시장위원회) 결과로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나치게 예상에 부합하는 금리인하 시그널을 준 것이 첫번째 문제로 지적된다. 차라리 연말까지 버티겠다던 기존 입장을 유지했더라면 이 정도의 우려는 나오지 않았을 거란 아쉬운 목소리가 나온다. 정작 7~8월 금리는 동결하면서도 한달 반이나 남은 9월 중순(13일) 예정의 인하 계획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버티던 연준도 실업률 상승에 무너졌다"는 프레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실업률이 심상찮다는 의심이 확산되던 시기에 나온 노동부의 7월 일자리 보고서는 불난 집에 휘발유를 끼얹은 격이 됐다. 비농업 고용이 11만명대로 예상치의 60% 수준에 그치면서 의심이 확신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당일에 보도된 미국 반도체 대표기업 인텔의 1만 5000명 구조조정 계획 발표도 빅테크들의 대량해고 가능성을 염려하게 만들었다.
미국이 기침을 시작하자 아시아엔 폐병이 도졌다. 때마침 일본은행이 16년 만에 금리인상을 단행(0~0.1%→0.25%)하면서 이른바 '엔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일본의 저리자금을 세계 곳곳의 고금리에 투자해 오던 투자자들이 자산을 팔아 돈을 자국으로 다시 가져올 거란 예상이 불거진 것이다.
거시적 환경변화에 노출된 일본증시는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가 닥치자 지난 월요일 하루만에 12.4% 폭락하면서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최대 하락폭을 나타냈다. 급격한 엔고로 수출비중이 높은 자국 기업들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투매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비슷한 시간대에 개장한 한국 코스피도 8.77%, 코스닥도 11.3% 급락하면서 외국인 투자자 이탈 행렬을 막지 못했다.
한국 폐장이후 7시간 늦게 월요일 개장한 뉴욕증시도 이 영향을 받았다. 특히 월가에선 영원한 구루로 불리는 워렌 버핏의 이전 행태가 다시 조명됐다. 그가 이끄는 버크셔 헤서웨이가 증시의 과매수 상태에 대비해 상반기 내내 꾸준히 주식을 팔아 사상최대인 2769억 달러(약 383조원)의 현금을 보유 중이란 소식이 새삼 부각된 것이다. 특히 버핏은 지난 2분기에 애플 보유지분을 절반 가량 매각하면서 시장이 과신하던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의 대표주마저 외면하는 차가운 모습을 보여줬다. 투자자들은 버핏이 전세계 시가총액 1위 주식을 절반이나 팔아버렸다는데서 매도세의 명분을 얻었다.
설상가상 올해 초부터 불거지던 하반기 경기침체의 우려에도 AI 랠리를 이끌던 엔비디아마저 악재를 보탰다. 슈퍼 AI칩으로 불리던 하반기 신제품 블랙웰이 설계결함으로 출시가 연기될 거란 보도가 나온 것이다. 엔비디아는 이날 주당 100달러의 벽이 깨지면서 고점대비 주가하락폭이 한달 만에 30% 안팎에 달하게 됐다. 상반기 액면분할 주가로는 주당 1000달러가 깨진 것인데, 일각에서는 올해 2분기 이후 저점인 760달러대(액분 후 76달러)까지 단기적으로 급락할 거란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증시폭락에 시장친화적인 학자들은 연준을 비판하고, 연준 인사들은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이날 제레미 시겔 워튼 스쿨(펜실베니아주립대 상경대학) 명예교수는 CNBC에 출연해 "연준은 당장 75bp 금리를 긴급 인하하고, 9월 회의에서도 추가로 75bp 인하를 지시해야 할 것"이라며 "이건 최소한의 수준이고 현재 기준금리는 3.5~4% 사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기준금리가 23년만에 최고 수준인 5.25~5.50%를 유지하고 있기에 그보다 최소 150bp는 금리가 낮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인 오스틴 굴스비는 중앙은행이 긴급 금리인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지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다. 그러나 "경제가 악화하면 연준은 방침을 수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