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골프 접대받은 LH…'순살아파트' 부른 전관 유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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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판 구조 적용 공공주택사업지구 23곳서 철근 누락 부실 확인
감사원, LH 임직원 33명에 문책·주의 요구…금품수수 2명 대검찰청 수사 의뢰
LH "재발 방지 노력…상당 부분 개선 방안 이행 완료"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전형철 공공기관감사국 과장이 '한국토지주택공사 전관 특혜 실태' 주요 감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해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신축 아파트 건설현장 붕괴로 촉발된 '순살 아파트' 사태의 배경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LH 출신의 '전관 업체' 간 깊은 유착 관계가 자리 잡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해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공공주택사업지구 102곳 중 23곳(22.5%)에서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 철근이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8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관특혜 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하며 LH가 발주한 무량판 구조 공공주택사업지구 가운데 16곳은 설계 단계에서 나머지 7곳은 시공 단계에서 전단보강근(철근)이 누락됐다고 밝혔다.
무량판 구조는 수평 구조 건설자재인 '보'를 없애고 슬래브(바닥이나 천장을 구성하는 평판 구조물)와 기둥만으로 하중을 지지하는 '기둥 강화 공법'을 쓴다. 기둥과 인접한 슬래브 주위의 강도가 약하면 슬래브가 뚫릴 수 있어 전단보강근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건축사무소는 무량판 구조 설계 용역에서 규정과 다르게 구조계산과 구조도면 작성을 분리했다. 또 LH에 승인받지 않은 건축도면 업체에 부당하게 하도급·재하도급하면서 부실이 커졌는데도 LH는 이를 방치했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LH가 전관업체와 유착 관계를 맺은 실태도 드러났다. LH는 LH 출신들이 소속된 전관 업체들에 대해 벌점을 면제해주거나 기준 미달인 업체에도 품질 우수통지서를 발급해주는 등의 특혜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LH 임직원 행동강령 등에 따르면 LH 임직원은 퇴직 후 2년이 안 된 퇴직자와 골프, 여행 등의 사적 접촉을 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한 LH 직원은 직무와 관련된 전관 업체 대표에게 4회에 걸쳐 베트남·카자흐스탄 등지에서 골프 접대를 받고도 해당 사실을 신고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현금 4560만원을 받아 본인 명의 계좌에 입금했으나, 자금 출처 관련 소명도 명확히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관 업체 임원과 30여 차례에 걸쳐 골프를 치며 골프장 할인 혜택, 식사 등의 향응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건강검진을 받는다며 허위로 공가를 신청한 뒤 골프를 치는 등 7회에 걸쳐 근무지를 무단으로 이탈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에 감사원은 LH에 관리·감독 업무를 태만하게 한 관계자 13명, 전관 업체에 특혜를 준 관련자 11명 등 총 24명에 대해 문책과 주의를 요구했다.
전관 업체 등으로부터 각종 향응을 받은 관련자 9명에 대해 엄중 문책을 요구하는 한편 이 가운데 4명에 대해선 법원을 통해 과태료가 부과되도록 통보했다. 이어 금품을 수수한 2명에 대해선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에 LH는 "재발 방지에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LH는 8일 배포한 자료를 통해 "감사원 지적사항 중 건축설계 부당 하도급 방지 등 추가 절차 이행이 필요한 사항을 제외하고는 상당 부분 개선 방안 이행을 완료했다"며 "조치가 완료되지 않은 부분은 즉시 이행하고, 향후 유사 사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LH는 "무량판 구조 설계·시공 감독, 오류검증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사항은 대부분 완료했다"며 "전담 관리부서를 신설하고, 외부 전문가를 통한 2단계 설계검증, 시공 중 안전 점검 확대, 건축 구조도면 일반공개 등을 통해 설계·시공 단계의 오류 검증을 강화했다"고 전했다.
또 건축설계 공모 시 건축사·구조기술사 공동계약을 도입해 구조설계 하도급을 원천 차단하고 주택건설 시공 현장의 영상기록을 확대하는 방안, 부실 유발 업체에 대해서는 관할 관청에 영업정지·자격취소 등 행정처분을 요구하는 방안 등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전관 유착과 관련해서는 "직무 관련자로부터 향응을 받은 관련자들은 적발 즉시 직위 해제했으며,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엄정하고 신속하게 처분할 계획"이라면서도 해당 사안은 기계·전기 분야 사례로 무량판 구조 부실 설계·시공, 감독 태만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도출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