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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큰손은 옛말…“싼 게 최고” 외치는 중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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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불황속 민간소비 위축 가속···'절약형 소비' 대세
"가난해도 더위는 두렵다" 슬로건의 저가 음료 인기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문닫고 '뷔페식' 할인식당 늘고
청년들도 명품 가방 대신 음료 비닐봉지 손에 들어

9일 중국 사람들이 베이징의 한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고 있다. /AFP연합뉴스

9일 중국 사람들이 베이징의 한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고 있다. /AFP연합뉴스
[서울경제]

짙어진 경기 불황의 분위기 속에서 중국인들의 소비 형태가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과거 중국인들이 세계 명품을 쓸어 담았다면 이제는 할인과 프로모션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화장품이 인기를 끌고 단돈 0.5달러짜리 레모네이드가 불티나게 팔리는 등 ‘가성비’ 제품만이 인기를 끄는 모습이다.

9일(현지 시간)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최근 중국 음료 및 아이스크림 브랜드 미쉐(Mixue)의 레모네이드가 중국을 휩쓸고 있는 폭염 속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이코노미스트는 레모네이드가 인기를 끈 배경에 맛과 상쾌함보다는 ‘가격’이 있다고 지적했는데, 이 레모네이드는 한 잔에 고작 3.6위안(0.5달러)이기 때문이다. 밀크티 한 잔이 15위안 정도에 팔리는 것과 비교하면 30% 수준에 그친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레모네이드를 홍보하는 슬로건인 ‘가난하게 태어난 자도 더위는 두려워한다’는 문구가 음료의 인기 원인을 잘 반영해주고 있다고 짚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어두워지고 인색해진 소비 심리가 반영된 인기”라며 “중국 소비자들은 고가의 제품에서 저렴한 대체품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으며, 많은 소비자들이 마지막 한 방울까지 아끼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민간 소비 위축은 음료 등 소비재뿐 아니라 전 영역에서 발견되고 있다. 중국의 작가나 블로거들이 이런 변화를 잘 기록하고 있는데, 일례로 한 요식업계 작가가 베이징에서 폐업 중인 고급 식당을 추적한 결과 이탈리아 출신 유명 셰프가 운영하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도 문을 닫았다. 또 중국의 한 블로거는 사람들이 싼 음식을 찾기 시작하면서 ‘뷔페식’으로 음식을 제공하는 새로운 할인 식당이 5000곳 넘게 문을 열었다고 집계했다. 또 다른 블로거 역시 “새로운 뷔페식 식당들이 치열한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을 하며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고 썼다.
 

베이징 쇼핑센터를 찾은 중국인들의 모습/AP연합뉴스

베이징 쇼핑센터를 찾은 중국인들의 모습/AP연합뉴스

명품으로 과시적 소비를 하던 모습도 사라졌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젊은이들의 일부가 디자이너 가방 대신 밀크티가 담긴 비닐봉지를 들고 다니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진짜 명품 가방을 사는 사람도 급격히 줄고 있는데, 시장조사기관 S&P글로벌은 중국인의 명품 소비에 대한 욕구는 2023년 다소 남아있었지만 “올해는 강세를 보이는 분야가 없다”고 전했다. 또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 저렴한 화장품을 사는 행태가 소셜미디어 상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 최대 면세구역 중 하나인 하이난성을 찾은 쇼핑객들은 올 상반기 화장품 소비에 전년 동기보다 40억 위안(7611억 원) 덜 쓴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인들의 소비 지출은 주택 경기 불황과 관련 깊다. 청년 실업률도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 정부가 각종 대책에도 경기 부양에 실패하고 있는 것도 소비 위축을 불렀다는 분석이다. 경제 지표를 살펴봐도 중국 소비 위축은 뚜렷해지는 모습인데 소비 중심지인 상하이에서도 2024년 상반기 소매 지출은 전년 동기대비 2.3% 줄었다.

중국 정부는 급격한 민간 소비 위축에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며 뒤늦게 경기 부양책을 내놓는 모습이다. 실제 지난 3일 중국 정부는 아동 및 노인 돌봄, 교육, 스포츠, 관광 등의 분야에서 소비를 지원하기 위한 20개 항목의 계획을 발표했다. 다만 이 지침은 단기 소비 부양을 위한 목적보다는 장기적으로 시장 육성을 위한 정책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시진핑 주석은 중국 젊은이들에게 힘든 시기를 인내하라고 하는 듯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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