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DM] “한동훈 서브에 윤석열 스파이크”... ‘금투세 폐지’로 오랜만에 의기투합한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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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 갈팡질팡 사이 허점 노려
韓, 증시 폭락 국면에서 ‘이슈 선점’
尹, ‘금투세 폐지’ 일관되게 추진
DM는 SNS상에서 주고받는 다이렉트 메시지(Direct Message)의 줄임말입니다. 용산 대통령실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기사에 담지 못한 용산의 뒷 이야기를 DM처럼 독자들께 직접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33회 국무회의 장면을 TV를 통해 지켜보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모처럼 뜻이 맞았습니다. 지난 5일 국내 증시가 최악의 ‘블랙먼데이’를 맞은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한 대표는 지난 6일 당정협의회에서 “이번 폭락 때문이라도 금융투자세(금투세) 폐지에 대한 초당적 입장을 정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냥 때린 것 같아도 모든 서브에는 전략이 숨어 있기 마련이죠.
민주당은 금투세 존폐를 놓고 의견일치를 보지 못해 우물쭈물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임광현 민주당 의원은 예정돼 있던 금투세 관련 토론회를 연기하면서 한 대표에게 “토론자로 나오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한 대표는 박찬대 원내대표에 공개 토론을 제안하죠. 그런데 박 대표는 토론 수용 여부에 대해 즉답을 안 하면서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금투세 얘기 밖엔 할 말이 없느냐”고요.
민주당 정책을 총괄하는 진성준 정책위의장도 면이 안서는 것은 사실입니다. 진 위원장은 ‘금투세 폐지 반대’를 고집하고 있는데, 당 대변인이 기자들에게 “당론은 아니다”라고 합니다. 앞서 이재명 전 대표가 금투세 시행에 대해 유연하게 접근하자고 언급했기 때문이죠.
금투세 폐지는 증시 침체 국면 속에서 여당에 유리한 이슈입니다. 서브로 높은 점수를 내려면 상대 수비가 갈팡질팡 하는 사이 구석구석을 파고 들어 허점을 노려야 합니다. 마침 민주당은 일치된 의견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어수선한 틈을 타 국민의힘이 ‘민생 이슈’를 선점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자, 이제 민주당의 ‘어설픈 받아치기’를 용산이 기다렸다는 듯 ‘스파이크’를 때립니다. 대통령실은 7일 “정부가 제안한 금투세 폐지 방침에 대해 국회에서 전향적 자세로 조속히 논의해줄 것을 촉구한다”며 민주당을 압박했습니다.
사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한때 ‘절윤(絶尹)’ 이야기까지 나왔을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4·10총선 공천 과정에서 잡음과 갈등이 불거지자, 대통령실이 당시 비대위원장을 맡고 있던 한 대표에게 사퇴를 요구했죠. 한 대표가 이를 거절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이가 틀어지게 됐습니다.
물론 서천 재래시장 화재 현장의 ‘90도 인사’ 장면이 등장하면서 갈등이 봉합되나 싶었죠. 하지만 김건희 여사 명품백 사건과 이종섭 호주 대사 임명 논란을 놓고 의견을 달리하면서 갈등이 더 깊어졌습니다. 결국 국민의힘은 총선에서 민주당에 과반을 내주는 성적을 거두고 맙니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를 용산에 초대했지만 ‘건강상 이유로 거절’한 것도 이때죠.
‘거절 당한’ 용산의 불쾌감은 한 대표가 ‘해병대원 특검법’에 사실상 찬성의 뜻을 밝히면서(3자 특검 추천안) 최고조에 달합니다. 게다가 경선 과정에서 당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급기야 한 대표가 김 여사가 보낸 문자에 답장을 하지 않았다는 ‘읽씹 논란’이 터져나왔죠. 경쟁 후보측에서는 “한 대표의 부적절한 처신이 총선 패배로 이어졌다”는 책임론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결국 최종 승자는 예상대로 한 대표가 됩니다.
좀처럼 만나기 어려울 것 같았던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만남은 전당대회 당일 저녁에 이뤄집니다. 한 대표가 먼저 전화를 했고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를 용산으로 초청합니다. 며칠 뒤엔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이 ‘비공개 회담’을 갖기도 했죠. 윤 대통령은 한 대표에게 “당 대표가 알아서 하라”고 합니다. 인사 문제든 무엇이든 말이죠.
‘금투세 폐지 협공’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최근 만남 이후 당정이 보여준, 실체적이고 구체적인 화합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금투세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부터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대표 공약으로 점찍고 일관되게 추진해 왔습니다.
배구 경기의 스파이크 공격 장면/뉴스1
정치권에서는 실로 오랫만에 당정이 함께 “거대야당을 견제하는 모습을 봤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윤 대통령은 낮은 지지율을 극복할 돌파구가 없어 고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 국민의힘은 거대 야당 앞에서 쓸 수 있는게 ‘필리버스터 카드’ 정도 밖엔 없습니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의 말이 맴돕니다. “한 대표가 이슈화시키고 대통령실이 즉각 반응했죠. 금투세 폐지 여론은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 매우 높습니다. 민주당도 민심을 무작정 거스르기는 부담스러울 겁니다. 이번 협공이 바로 건전하고 생산적인 당정 관계의 모습 아니겠습니까?”
정치는 국민의 먹고 사는 일과 직결돼 있습니다. 그 수단은 바로 입법이죠. 국민을 위한 당정의 협공,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