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플랫폼 'KCCW' 설립…자본금 9.9억원
구영배, KCCW에 큐텐 지분 전량 백지 신탁
"판매자 경영 참여로 해결"…책임 떠넘기기 지적

구영배 큐텐 대표 / 그래픽=비즈워치큐텐그룹이 결국 티몬과 위메프 합병에 나선다. 이를 위해 신규 법인을 설립하고 이 법인에 구영배 큐텐 대표가 보유한 큐텐 지분 전량을 백지신탁키로 했다. 업계에서는 구 대표가 사태해결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려하고 있지만 진정성이나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시선이 많다.

큐텐은 티몬과 위메프를 합병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KCCW(K-Commerce Center for World)' 신규법인 설립을 신청하고 1차 설립 자본금으로 10억원에서 100원이 모자란 9억9999만9900원을 출자한다고 9일 밝혔다.

티몬과 위메프 합병은 법원의 승인이 필요하다. 따라서 신규법인을 우선 설립한 후 KCCW 법인을 중심으로 양사 합병을 위한 준비 작업과 사업 정상화 추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KCCW는 사업 정상화 기반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우선 큐텐은 티몬과 위메프의 보유지분을 이해관계자들의 동의를 받아 100% 감자키로 했다. 구영배 대표는 본인의 큐텐 전 지분 38%를 합병법인에 백지신탁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KCCW가 큐텐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다. KCCW는 해외 큐텐의 아시아 시장, 위시의 미국·유럽 시장, 샵클루즈의 인도 시장까지 담당한다.

아울러 KCCW에는 판매자가 주주조합의 형태로 참여하는 방안을 내놨다. 판매자들이 1대 주주로 이사회와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이다. 판매자가 주주로 참여하는 만큼 KCCW는 판매자 중심의 수수료 정책과 정산 정책을 도입하고 운영하게 된다는 것이 큐텐 측의 설명이다. 

문제가 됐던 정산일도 배송 완료 후 7일 이내로 대폭 단축하키로 했다. 또 신속하고 안전한 정산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큐텐 측의 입장이다.

이와 함께 신속하게 사업을 정상화하고 자본 유치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KCCW는 사이트 브랜드 변경 및 신규 오픈, 새로운 정산 시스템 구축을 준비하고 판매자 주주조합 결성, 법원 합병 승인 요청, 새로운 투자자 협상도 동시에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KCCW는 이날부터 티몬과 위메프 판매자를 대상으로 미정산대금의 CB(전환사채) 전환 의향서 접수를 시작했다. 8월 말까지 모집한 판매자들로 1호 주주조합을 결성한 후 법원에 합병 승인을 요청할 계획이다. 합병이 승인되면 2호, 3호 주주조합이 순차적으로 결성될 예정이다.

구영배 큐텐 대표는 “티몬이나 위메프를 매각해서는 피해 회복이 어렵다”면서 “합병을 통해 과감하게 비용을 축소하고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해 신속하게 사업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기업가치를 되살려야 투자나 M&A도 가능해지고 내 지분을 피해 복구에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큐텐과 구영배 대표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의심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외형상 티몬과 위메프 합병을 통해 현재 상황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피해자들인 판매자들을 끌어들여 구 대표 자신의 책임을 피해가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자들을 주주조합으로 해 이사회와 경영에 참여 시키겠다는 것은 허울만 좋은 것일 뿐"이라며 "업계와 시장의 신뢰를 완전히 잃은 마당에 새로운 합병 플랫폼을 만든다고 해서 누가 그 플랫폼에 참여라겠는가. 결국 피해자인 판매자들을 볼모로 삼아 구 대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