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안다르 위 '나는' 젝시믹스…10년째 치열한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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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유통]젝시믹스VS안다르
나란히 2분기 사상 최대 실적
애슬레저 시장 확대 주역 자리매김
/그래픽=비즈워치
레깅스 시대
불과 10여 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이전까지 '쫄바지' 등으로 불리며 내복 취급 받던 레깅스가 패션 아이템으로 막 뜨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루즈핏의 긴 상의나 원피스 등에 매치했지만 얼마 후엔 짧은 상의에 레깅스를 입는 패션이 떴죠. '회사에 레깅스 입고 온 신입사원, 혼내야 할까요'같은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곤 했습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강산이 변해도 참 많이 변했습니다. 물론 복장 규정이 엄격한 회사들도 아직 많지만, 많은 회사들이 '레깅스 출근'을 막지 않습니다. 길거리에는 레깅스를 일상복처럼 입는 사람이 열에 두셋은 됩니다. 레깅스는 더이상 운동복이 아닌, 청바지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일상복'입니다.
그래픽=비즈워치국내 시장에 레깅스 열풍을 이끈 건 두 기업. '안다르'와 '젝시믹스'입니다. 출발은 안다르가 빨랐습니다. 2015년 유명 요가 강사였던 신애련 대표가 창업한 안다르는 해외 브랜드 뿐이던 국내 요가복·필라테스복 시장을 높은 가성비로 공략했습니다.
당시 모델이었던 배우 신세경의 이름을 따 '신세경 레깅스'로 인기몰이를 했죠. 창업 3년 만인 2018년 연매출 300억원을 돌파했고 2019년엔 배가 넘는 700억원대 매출을 올렸습니다. 비슷한 시기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이 론칭한 젝시믹스는 안다르에 눌려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안다르에 이은 '국내 브랜드 2인자' 이미지가 강했죠.
엇갈린 운명
양 사의 운명이 엇갈린 건 2020년입니다. 2019년과 2020년 연달아 안다르에서 성추행 사건이 터지면서 이미지가 급하락했습니다. 이 중 한 건은 신애련 대표의 남편인 오대현 이사가 가해자로 지목됐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2021년에는 신 대표의 운전기사였던 A씨가 대표와 가족들로부터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해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2030 여성이 핵심 소비층인 레깅스-애슬레저 시장에서 성추행과 갑질 이슈는 치명적입니다. 결국 2020년 두 회사의 위치가 바뀝니다. 안다르가 전년 대비 매출이 5%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젝시믹스는 9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 업계 최초로 연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 겁니다. 안다르가 90억원 가까운 적자를 낸 반면 젝시믹스는 100억원이 넘는 이익을 내기도 했죠.
안다르 젝시믹스 매출 비교/그래픽=비즈워치안다르 역시 이대로 구경만 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운전기사 갑질 사건이 터진 직후 신 대표가 경영에서 물러났고 이후 에코마케팅이 회사를 인수하며 경영권이 넘어갑니다. 빠르게 회사를 재정비한 안다르는 2021년 1144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1430억원의 젝시믹스를 뒤쫓게 됩니다.
올해에도 양사는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안다르는 지난 7일 2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요. 매출 671억원, 영업이익 105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냈습니다. 안다르는 전통적으로 2분기 실적이 강합니다. 지난해에도 2분기에 업계 최초로 분기 매출 6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젝시믹스에 앞섰습니다. 올해에도 2분기에 사상 최대 매출을 내며 이같은 흐름을 이어갈 것처럼 보였죠.
안다르 젝시믹스 영업이익 비교/그래픽=비즈워치하지만 젝시믹스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2분기 매출 740억원을 기록하며 멀찌감치 도망가는 데 성공했습니다. 영업이익 역시 119억원으로 우위를 점했습니다. 1분기 실적을 더한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젝시믹스가 1246억원, 안다르가 1019억원으로 격차가 더 벌어집니다. 그야말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격입니다.
내일 뭐 먹지
양사의 향후 전략도 비슷합니다. 요가·필라테스웨어에 집중돼 있던 포트폴리오를 골프웨어·스윔웨어·테니스웨어 등 다양한 애슬레저 웨어로 확장하는 게 첫 번째, 일본·중국·동남아 등 아시아 시장 공략이 두 번째입니다.
첫 번째 목표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봐야겠죠. 골프웨어는 젝시믹스의 핵심 캐시카우로 자리잡았습니다. 골프웨어가 날로 고가화하는 가운데 가성비를 챙긴 게 주효했습니다. 안다르 역시 남성 운동복 매출이 전체의 30%를 웃돕니다. 이제 '레깅스 브랜드'라는 카테고리는 너무 좁습니다.
안다르의 스윔웨어, 골프웨어, 테니스웨어/사진제공=안다르해외 시장은 아직까지 성과 차이가 있습니다. 양사의 실적 차이가 여기서 나옵니다. 젝시믹스는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 팝업스토어를 운영, 계산기를 두드려본 뒤 오프라인 매장을 내는 전략으로 재미를 봤습니다. 올해엔 중국이 핵심 공략 대상입니다. 지난달 창춘에 1호 매장을 오픈했고 이달 초엔 중국 제 3의 도시 텐진에도 매장을 냈습니다. 이후 4대 권역의 핵심상권에 매장을 오픈하고 중국 전역으로 확산한다는 계획입니다.
반면 안다르는 '돌다리도 두들기자'는 입장입니다. 일본과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온라인 스토어 운영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오프라인에서는 팝업스토어를 제외하면 올해 들어 싱가포르 백화점에 2개 매장을 연 게 전부입니다.
젝시믹스가 문을 연 중국 텐진 1호 매장/사진제공=젝시믹스이같은 쌍두마차 체제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는 알 수 없습니다. 시장 초기 젝시믹스·안다르와 함께 '빅3'를 형성했던 뮬라는 매출이 2022년 511억원, 지난해 388억원으로 뒷걸음질치며 격차가 크게 벌어졌습니다. 그 자리를 차지한 건 북미에서 건너온 거물 '룰루레몬'입니다.
국내에서 룰루레몬을 운영하는 룰루레몬애틀라티카코리아는 지난해(2023년 2월~2024년 1월) 1173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젝시믹스, 안다르에 이어 업계 3위 자리를 굳혔습니다. 성장률만 보면 37.5%로 10%대의 젝시믹스나 안다르를 크게 웃돕니다. 글로벌 1위 브랜드라는 네임밸류와 고가 정책, 보정에 초점을 맞춘 국내 브랜드와 달리 편한 핏감을 추구하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통했다는 평가입니다.
레깅스 패션에 '논란'이라는 꼬리표가 붙기 시작한 지 10년, 이제 길거리에서 레깅스를 입은 사람을 보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이 과정에서 젝시믹스와 안다르는 정말 많은 일을 했습니다. 다만 지금까지는 '우리끼리의 우물 안 경쟁'이었습니다.
이제부터는 해외에서 해외 브랜드와 경쟁하고, 성장한 국내 시장에 들어온 해외 브랜드와도 경쟁해야 합니다. K-애슬레저가 단순히 '싸서' 인기있는 게 아니라는 걸 입증해야 합니다. 10년 뒤, 애슬레저 시장의 강산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요. 2034년의 애슬레저 시장을 기다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