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지하 20㎞서 바다 찾았다…“생명체 살 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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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 무인탐사선의 지진파 자료 분석
지구 표면 전체를 1~2㎞ 깊이로 채울 양
미 항공우주국(NASA)의 탐사선 '인사이트' 아래에 있는 화성 지각을 나타낸 그림. 탐사선 아래 지하 11.5~20㎞ 깊이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화성 지하에 액체 상태의 물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표면을 덮으면 바다를 이룰 정도의 엄청난 양이어서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화성의 지진파 데이터를 분석해 중간 지각에 액체 상태의 물이 있다는 단서를 찾았다고 13일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
화성도 30억년 전에는 바다가 있었다고 추정된다. 그동안 과거 물에 변형된 암석이나 물이 흐른 흔적이 남은 삼각주, 호수 퇴적물이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화성의 대기가 사라지면서 표면을 덮었던 물이 우주로 증발했거나, 지하로 들어가 얼음이 되든지 아니면 액체 상태로 대수층에 깊이 스며들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화성 표면에서 사라진 물을 찾기 위해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무인 탐사선인 ‘인사이트(InSight)’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수집한 지진파 데이터를 분석했다. 지진이나 운석 충돌, 화산으로 인한 진동은 화성 내부를 지나며 물질에 따라 반사, 굴절되거나 속도가 변한다. 이를 측정하면 화성의 내부 구조를 알 수 있다. 이를 테면 지진파는 밀도가 높은 고체는 빨리 지나가고 액체인 물이 있으면 속도가 느려진다.
분석 결과 탐사선이 있는 곳 아래 지하 11.5~20㎞ 깊이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인사이트의 지진파 데이터에 따르면 화성의 중간 지각은 화성암으로 구성돼 있다”며 “화성암은 얇은 균열에 물이 액체 상태로 채워져 있어야 관측된 형태의 지진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화성암은 마그마가 식어서 형성된 암석을 말한다.
NASA의 화성 탐사선 '인사이트'가 2018년 12월 화성에서 찍은 첫 번째 풀 셀카./NASA, JPL-Caltech
인사이트가 탐사한 지점이 화성의 지각 전반을 대표한다고 가정하면, 중간 지각에 존재하는 액체 상태의 물을 모두 합하면 과거 고대 바다를 이룬 양을 뛰어넘는다. 지구로 치면 표면을 모두 1~2㎞ 깊이로 채울 수 있는 양이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이 화성의 물 순환과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연구하고, 미래 화성 탐사에 필요한 자원을 사용할 수 있을지 판단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샨 라이트 캘리포니아대 스크립스해양학연구소 교수는 “화성의 물 순환을 이해하는 것은 기후와 표면, 내부의 진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며 “물이 어디에 있고 얼마나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액체 상태의 물은 화성에서 생명체를 발견할 가능성을 높인다. 연구진은 “화성에 생명체가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찾지 못했지만, 이론적으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장소를 발견했다”며 “다만 지구에서도 1㎞ 깊이의 구멍을 뚫기 어려운 걸 보면 화성에서 최대 20㎞ 아래에 있는 물을 사용하기는 아직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화성에서 액체 상태의 물을 발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 이탈리아 국립천체물리학연구소(INAF)가 이끈 국제 공동 연구진이 화성 남극에서 500㎞ 떨어진 곳의 1.5㎞ 깊이 지하에서 20㎞ 이어진 호수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당시 연구진은 “상대적으로 얕은 깊이에서도 액체 상태의 물이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