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인도네시아 여성을 한국인 남성이 폭행해 결국 유산시켰다는 사연이 전해졌다./사진=JTBC 사건반장 갈무리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인도네시아 여성을 한국인 남성이 폭행해 결국 유산시켰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4일 JTBC 사건반장은 인도네시아 출신 제보자 A씨(24)의 사연을 보도했다.

지난해 A씨는 소개팅 앱을 통해 인도네시아 해외 지사로 파견된 한국인 남성 B씨(34)를 만났다. 서로 만나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두 사람은 교제를 시작했고 1년이 안 됐을 무렵 새 생명도 찾아오게 됐다.

B씨는 임신 사실을 알고 중절을 권유했다. A씨가 '혼자서라도 키우겠다'고 말했지만, 그것마저 거부했다고.

그러던 중 A씨는 B씨가 골프를 치러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휴대전화와 연동된 전자시계를 보게 됐고, 그 속에서 한국인 여성과 아이와 함께 찍은 B씨의 가족사진을 발견했다. 해명을 요구하자 B씨는 자신이 유부남이라며 결혼할 수 없고 아이도 지우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남자친구는 임신 사실에 굉장히 충격을 받고 임신한 지 한 달쯤 됐을 때 아이를 지우길 바랐다고 한다. 심지어 A씨는 B씨가 배를 밀쳤고 쓰러지자 뺨까지 때리는 등 폭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다음날 A씨는 하혈했고 결국 유산을 하게 됐다. 이 사건 이후 B씨는 "그땐 내 마음을 조절 못했다"며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한 내 잘못이다"라고 용서를 빌었다. 건강 회복될 때까지 곁에 있겠다는 약속도 했다고.

남겼던 말과는 달리 A씨 몸에 당시 잔류 태반 등이 남아있어 시술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B씨는 어떠한 시술비나 치료비도 내주지 않고 서서히 연락을 끊어갔다. 이에 A씨는 넉넉지 않은 형편에 직접 대출까지 받아 가며 치료를 받았다.

얼마 뒤에는 친구로부터 사진을 받게 됐다. 잠적한 B씨가 다른 인도네시아 여성과 데이트하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B씨 숙소로 찾아가 항의하자 그는 오히려 A씨 목을 조르는 등 또다시 폭행했다고 한다.

A씨는 현지 경찰에 신고해 봤지만, 관련법이 미비하고 증거 불충분으로 처벌이 어렵다는 소견을 받았다고 전했다. B씨 회사까지 찾아갔지만, 사생활이라며 상사나 동료도 돕지 않았다고 한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A씨는 현재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정신적으로도 불안정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으나 형편이 좋지 않아 심리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그는 JTBC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너무 힘들었고 지금까지 잘 먹지도, 잘 자지도 못하고 있다"며 "더 이상 살 자신이 없어 삶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고 호소했다. 이어 "내 잘못이라는 생각도 들고, 그의 아내에게 죄책감도 든다. 결혼한 걸 알았다면 그를 만나지 않았을 거다"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