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 해결할 운동치료제 나오나…‘뇌 운동 스위치’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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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국립암연구소 연구진
운동하면 근육에서 p38 단백질 분비
운동 피질 자극하는 IL-15 분비량 높여
서울시내 한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사람의 모습. 스페인 국립암연구소 연구진은 자발적 행동을 관장하는 '운동피질'을 자극하는 물질이 근육에서 나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물질을 이용하면 운동 욕구를 높이는 '운동 치료제' 개발도 가능할 전망이다./뉴스1
매년 1월이면 헬스장이 붐빈다. 새해 결심으로 운동과 다이어트를 택한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이 운동을 이어가지 못하고 ‘작심삼일’에 그친다.
스페인 연구진이 이런 ‘작심삼일’을 해결해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강도 높은 운동을 하고 싶지만 의지가 부족한 사람들을 위한 약물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다. 식욕을 억제해 비만을 치료하는 비만치료제에 이어 운동치료제가 나올 가능성이 생겼다.
스페인 국립암연구소(CNIO) 연구진은 15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운동 욕구를 활성화하는 ‘뇌-근육 신경 신호’와 이 신호를 자극하는 생체 신호 물질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과달루페 사비오 CNIO 연구원은 “운동 욕구를 높이는 뇌 부위를 자극하는 물질을 이용하면 사용자의 운동 욕구를 높일 수 있다”며 “비만과 대사 질환을 치료하는 데도 운동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운동 할 때 몸에서 분비되는 물질이 운동 욕구를 높인다는 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진행했다. 우선 운동을 할 때 근육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분석했다. 근육은 운동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강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두 종류의 단백질 p38α와 p38γ의 분비량이 많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p38 단백질은 암 세포의 혈관 생성을 막는 ‘항암 단백질’로 불린다. 항암 효과 외에도 오래달리기 같은 고강도의 지구력 운동 중에 활성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두 종류의 p38 단백질이 운동 욕구를 일으키는 과정을 찾기 위해 뇌를 자극하는 물질과의 상관 관계를 찾아나섰다. 그 결과, p38γ가 세포 신호전달 물질인 인터루킨(IL)-15의 분비량을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IL-15가 뇌의 어떤 부위를 자극하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IL-15가 대뇌 피질 중 자발적인 움직임을 관장하는 ‘운동피질(Motor cortex)’을 자극하는 것을 확인했다. 자발적 운동은 사람이 직접 움직임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움직임을 말한다. 운동피질이 자극되면 계획에 따라 몸을 움직이는 운동에 대한 욕구는 더 커진다.
실제로 정상 체중을 가진 사람과 비만 환자를 모집해 운동 여부에 따른 생체 물질의 분비량을 조사했다. 운동 강도가 높을 수록 IL-15 수치는 높아졌으며, 평소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비만 환자에게서는 정상인보다 분비량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 동물인 생쥐도 사람과 같은 물질이 운동 욕구를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생쥐에게 주기적으로 운동을 시킨 후 근육 단백질의 분비량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생쥐에게서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p38γ와 IL-15의 분비량이 늘어났다.
사비오 연구원은 “운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해야 하지만, 의지가 부족한 이들을 위해 IL-15를 약물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며 “비만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후속 연구를 통해 운동 종류에 따라 IL-15 분비량의 차이가 있는지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IL-15의 분비량을 인위적으로 늘려 운동이 필요한 환자를 위한 치료제를 개발하거나, 스포츠 선수의 체내 IL-15를 측정해 훈련 프로그램 설계에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다.
연구진은 “운동뿐 아니라 노화, 암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라며 “운동이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찾아내는 데 기준 물질로 IL-15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