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만원 베트남 침향의 진실…"오직 한국인만" 한 교민의 양심 고백[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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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 같은 캡슐형 침향, 한국인에만 판매... 현지인은 아무도 먹지 않아
침향 판매상은 대부분 가이드 출신..."3개월 뒤 효과 없으면 환불" 약속도 기망 행위
소비자원 "다수 소비자 피해 확인되면 조치"
베트남 다낭 시내 한 침향, 노니 판매관 내 강의실 전경. 이런 작은 공간에서 판매자가 1시간 이상 여행객에게 판매 권유 강의를 진행한다. 기자가 방문한 침향 쇼핑센터 내부도 이와 거의 비슷했다. /사진=네이버블로그 캡쳐."베트남 사람들은 침향을 오메가3 형태의 캡슐로 먹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전 세계에서 오직 한국 사람들만 저렇게 만든 제품을 먹고 있다."
기자가 최근 베트남 다낭 패키지여행에서 겪은 침향 강매 상술을 지적한 보도("와~ 이게 만병통치약?"…140만원 베트남 침향, 패키지 여행객 뒤통수쳤다, 8월 10일자)를 접한 한 독자가 보낸 글이다.
베트남에서 장기간 가이드로 일해온 그는 "누군가가 이제는 이런 진실을 수면 위로 올려줘야 한다"며 "이렇게 거짓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모습은 그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행객에게 침향을 비롯한 고가 제품 구매를 강요하는 패키지여행의 '나쁜 관행'을 고쳐야 한다는 것.
침향 판매 수수료 수익 끊길라... 업계 '초긴장'
제보자는 "보도 이후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지역 여행업 종사자들이 굉장히 분개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역마다 랜드사(현지 여행사), 가이드 등 여행업 종사자들이 모인 단체 카카오톡 등 소통 채널이 있는데, 이곳에서 기사 내용을 비토하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이는 기사를 접한 여행객들이 침향, 계피 등 쇼핑센터 상품 구입을 기피하면, 이들의 주 수입원이 끊길 수 있다는 우려가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등 동남아 여행지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쇼핑센터에서 파는 상품의 수수료율은 10~40% 내외로 형성돼 있다. 한 패키지 여행팀에서 쇼핑센터에서 2000만원어치의 상품을 사면 800만원 이상의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는 의미다. "일부 매장은 판매 수수료만 50~60%"라는 제보도 있었다.
현재 베트남 소재 침향 쇼핑센터는 대부분 한국인이 운영한다. 주력 판매 제품인 3개월분(90알) 캡슐형 제품 가격은 800달러~1000달러로 원화 환산 시 110만~140만원 선이다.
침향 판매상들은 패키지여행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쇼핑센터에서 1시간 이상 강의를 진행한다.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 완치가 어려운 질병도 이 제품을 3개월간 섭취하면 치료된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의료계와 건강식품 제조사 등을 취재한 결과 이런 주장은 구체적인 근거가 없는 '허위·과장 광고'라는 게 중론이다.
제보자는 "한인 쇼핑센터에서 판매하는 캡슐형 침향 제품은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베트남에서 침향나무의 존재 가치는 굉장히 높고, 극소량만 추출돼 애초에 이 같은 캡슐형 제품으로 대량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현지에서 양식으로 침향나무를 다루는 회사도 있지만, 이들도 캡슐형 제품이 아닌 장신구나 향 위주로 제작한다고 한다.
네이버쇼핑에서 베트남 침향을 검색하면 다수의 제품이 검색된다. 업체들은 이들 제품의 정상 판매가격의 3배 이상으로 부풀려 패키지여행객들이 현지에서 상품을 구입하도록 유도한다. /사진=네이버쇼핑 화면 캡쳐
한의사 출신 홍보도 대부분 거짓..." 침향 먹으면 당뇨 낫는다" 홍보한 판매상은 당뇨약 복용
침향의 우수성을 설명하는 판매자가 강의 도중 "한의대를 나왔다", "제약회사 출신이다"라고 하는 것도 대부분 거짓 정보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그동안 동남아에 살면서 봤던 침향, 노니 판매자 중 진짜 한의사 또는 체약회사 출신은 딱 2명 봤다"며 "그 외에는 대부분 가이드였거나 여러 나라를 돌며 상품만 파는 업체 출신"이라고 했다.
특히 "침향을 먹으면 고혈압 등 각종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홍보한 판매자 본인도 당뇨·혈압약을 복용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보자는 "동남아에서 정말 좋은 침향을 구할 수 있고, 판매자 설명대로 효과가 좋다면 한국 교민 중에 혈압이나 당뇨, 혈관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어야 한다"며 "손님에겐 그렇게 좋다고 하면서 실제로 가이드나 여행업 관련 종사자들은 (캡슐형) 침향을 먹지 않는다"고 했다.
또 판매상들이 '침향 3개월 복용 뒤 수치 검사를 해서 효과가 없으면 환불한다'고 홍보하는 이유는 "그 전에 구매 사실을 잊고 구매자가 수납장에 제품을 방치하거나, 환불을 요청하면 번거롭고 불편하게 해서 대부분 (환불을)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게 제보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침향 환불 요청 시 업체 측이 "10% 부가세를 제외하고 환불하겠다", "해외 배송비 수 십만원을 요구했다"는 피해 사례가 있다.
제보자는 중저가 패키지여행의 강매 관행과 관련 "여행사, 침향 판매점, 가이드 모두 '한통속'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패키지 손님들을 모객해서 동남아로 보내는 대형 여행사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지 여행업 종사자 대부분이 "(침향이 가짜 제품이라는 사실이) 터지기 전까지 더 악착같이 팔아먹자는 마음일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오래전에 웅담이 무너졌듯, 상황버섯이 터졌듯, 침향이 이번 차례고 침향이 무너지면 또 다른 상품이 한국 사람들로 인해서 새로 만들어져 판매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여행 손님들도 한 단계 성숙해져 저가의 마이너스 투어(랜드사와 가이드가 여행비용 일부를 부담하고 고객을 확보하는 방식)는 차츰 줄어야 하고, 수준 높은 여행 상품이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제보자는 "모객 인원당 5만~10만원씩 수익만 올리고 마이너스 투어로 몰아넣는 여행사의 갑질도 문제"라며 "가이드는 정당하게 일당을 받고, 손님들은 쇼핑 부담이 없도록 정상적인 상품을 판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기자는 한국소비자원에 시판 중인 베트남 침향 제품의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실제로 관련 피해 사례가 많이 접수됐는지 확인해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조치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