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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전역에 울린 '동해바다' 교가…동포들 "최고 감동, 꿈인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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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국제고 '꿈의 무대' 고시엔 우승…한국어 교가 다시 생중계
日 현지인 "한국어 교가 상관없어…힘내서 뛰는 선수 응원할 뿐"

일본 내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교 학생들이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교토국제고교와 간토다이이치고교 결승전에서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2-1로

일본 내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교 학생들이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교토국제고교와 간토다이이치고교 결승전에서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2-1로 승리를 거두고 한국어 교가를 부르고 있다. 2024.8.23/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니시노미야(일본)=뉴스1) 이기범 기자 =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토(大和)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한국어 교가가 다시 한번 일본 전역에 울려 퍼졌다.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꿈의 무대'로 불리는 '고시엔' 결승전에서 창단 첫 우승을 하는 순간. 교토국제고 응원단이 위치한 고시엔 경기장 3루석에서는 일본인도, 재일동포도 모두가 한마음으로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우승 확정되자 재일동포들 "믿을 수 없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재일동포들은 서로 얼싸안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교토국제고를 나온 재일동포 2세대 양미숙 씨(75·여)는 "75년 인생에서 가장 큰 감동"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60여년 전에 교토국제중·고등학교를 나온 양 씨는 "교토 시내에서 1등 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할 정도로 소규모 학교인데 기분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교토국제고는 양 씨가 다니던 시기만 해도 중·고교생을 합쳐 전교생 100명 규모의 작은 학교였다. 현재 학생 규모는 160명. 1999년 폐교를 막기 위해 야구부를 창설한 게 전화위복이 됐다.

야구부 1기생이었던 재일동포 신성수 씨(41·남)는 "결승전에서 우승해 너무 좋다. 감회가 더욱 남다르다"고 소감을 말했다.

당시 야구부 응원팀을 만들어 이끌었던 재일동포 김안일 씨(82·남)는 "우승하다니 너무 잘했다"며 "믿을 수 없는 일이다. 꿈이지 않을까"라며 기자의 볼을 꼬집었다.

이날 야구부 응원팀을 담당한 재일동포 3세 김대학(41·남) 교토국제중 교감은 "야구부 학생들이 열심히 한 결과"라면서도 "학교가 있어서 야구부가 있고, 학교를 지원해 주는 게 한국이기도 해서 이런 부분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우승 순간 눈물을 흘린 백승환 교토국제학교 교장은 "선수들이 기술이 뛰어난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훌륭하게 잘할 줄 몰랐다"며 "최선을 다해 우승까지 한 것에 대해 기분이 좋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백 교장은 "일본 현지에서 응원하러 오신 2700명 응원단, 한국에 계신 우리 학교를 사랑해 주신 모든 분께 기쁨을 드릴 수 있어 감격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교토국제고교와 간토다이이치고교 결승전에서 한글로 '우승'이라고 쓴 티셔츠를 입은 일본인 모습. 2024.8.23/뉴스1 ⓒ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교토국제고교와 간토다이이치고교 결승전에서 한글로 '우승'이라고 쓴 티셔츠를 입은 일본인 모습. 2024.8.23/뉴스1 ⓒ News1 이기범 기자

◇일본 현지인들 "한국어로 된 교가 상관 안 해"

이번 결승전은 고시엔 100주년에다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처음으로 결승 무대에 오르면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한국어 교가가 경기장에 울려 퍼지는 모습이 생중계되면서 화제가 됐다. 이날 한국어 교가는 교토국제고가 우승하면서 다시 한번 불렸다.

이를 놓고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일부 혐한 발언이 나오기도 했지만, 현실 세계는 달랐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한국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한국어 교가에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도요모리(32·남)는 "재일동포 학교라든지 한국어 교가 같은 거는 팀을 응원하는 것과 전혀 관계가 없다"며 "쇼와 시대의 사람들만 시끄러운 거 같다. 세대가 달라졌고, 힘내서 뛰는 선수를 응원할 뿐이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서 야구선수 생활을 했던 이승엽을 좋아했다며 한국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K팝 등 한국 문화를 좋아한다는 마오(여·27)는 한국어 교가가 불리는 것에 대해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토국제고를 응원한 한 일본인 70대 남성은 "지금은 글로벌 시대이기 때문에 재일동포 학교의 한국어 교가가 불린 것은 전혀 상관이 없다"며 "열과 성을 다해 응원할 뿐이다"고 말했다.

18년 전 일본으로 건너와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박도건 씨(40·남)는 "NHK 방송 자막에서 번역이 잘못된 부분은 실망스럽지만, 한국어 교가가 울린 부분에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글로 '우승'이라고 쓴 티셔츠를 입은 니시우라 토시히로(80·남)는 "한국계 민족학교의 대단한 승리였다. 민족성을 나타낸 한국어 교가도 좋았다"며 "재일동포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한글로 티셔츠에 직접 '우승'을 써넣었다"고 강조했다.

한국어 교가가 고시엔 구장에서 울려 퍼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에도 교토국제고가 외국계 학교 최초로 고시엔 대회에 진출하면서 당시 NHK를 통해 "동해 바다 건너서"로 시작되는 한국어 교가가 일본 전국에 생중계됐다.

이날 교토국제고를 응원하러 온 진창수 주오사카 총영사는 "한국어 교가가 일본 사회에서 2021년 화제가 된 적이 있지만, 지금은 성숙한 형태로 대응하고 있다. 한국어 교가에 대해 비난하는 모습은 없다"며 "한일 관계가 좋아지니 그런 것들도 없어진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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