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필러리스 코치도어, 스위블 체어가 접목된 제네시스 GV90 콘셉트카 ‘네오룬’. 현대차그룹현대자동차그룹이 2026년 양산을 앞두고 있는 플래그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제네시스 GV90에 다양한 신기술 접목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롤스로이스와 페라리 등 슈퍼 럭셔리카에만 적용됐던 ‘코치도어’가 GV90 양산 차량에 적용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프로젝트명 ‘JG’로 개발 중인 GV90에는 코치도어를 포함해 최소 5종의 현대차그룹 신기술이 투입될 전망이다.

GV90은 메르세데스 벤츠 GLS, BMW X7 등과 같은 플래그십 SUV 세그먼트다. 비싼 가격과 한정된 수요로 인해 도전하기가 쉽지 않은 세그먼트지만 제조사가 가진 모든 역량을 투입해 경쟁하는 분야인 만큼 현대차가 럭셔리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제네시스 GV90의 최고 상징성을 고려해 양산 버전에 ‘B필러리스 코치도어’를 장착하기로 했다. B필러는 1열과 2열 사이에 위치한 수직 형태의 구조물로 차량의 기둥 역할을 한다.

양문형 도어로도 불리는 코치도어는 1열과 2열 문이 서로 마주보도록 열리는 방식으로 꿈의 기술로도 불린다. ‘T-Car(테스트카)’에선 몇번씩 등장했지만 현대차그룹의 양산형 차량에 접목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는 올해 3월 미국 뉴욕에서 공개된 GV90의 콘셉트카 ‘네오룬’에 코치도어를 선보였다.

기존에도 여러 자동차업체들이 자사 럭셔리카의 콘셉트 버전을 제시할 때 코치도어를 단골 소재로 등장시킨 바 있다. 그럼에도 이 같은 시스템이 양산 모델에 실제로 적용됐던 것은 롤스로이스 팬텀, 페라리 푸로산게 등 극히 일부 차량에 불과했다. 2열 도어의 경첩이 B필러에 붙어 측면 충돌이나 차량 전복시 안전성을 보장하는 데 B필러를 없애려면 다른 안전장치를 확보해야 한다.

GV90에 적용되는 B필러리스 코치도어는 현대차그룹의 기술력과 안전 집념이 빚어낸 결과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7년 한국과 미국, 2018년 독일에서 B필러리스 코치도어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B필러를 없앤 대신 1열과 2열 문의 강성을 높이고 두 문이 맞물리는 경첩을 외부 충격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하는 방식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GV90은 대문을 활짝 열고 아늑한 실내로 맞이하는 한국식 ‘환대’를 컨셉트로 잡고 있는데, 여기에 B필러 없는 코치도어의 역할은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GV90에는 스위블 체어와 도어 암레스트 히터도 장착될 예정이다. 스위블 체어는 1열 시트를 180도 회전해 2열과 마주볼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2년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새로운 전동화 플랫폼 ‘eM’을 소개하면서 이 같은 기능을 주요 신기술로 적시했다. eM은 GV90부터 적용된다.

현대차 주요 협력사들은 도어트림 히터 기술을 GV90에 적용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운전자 기준으로 왼쪽 차 문에 위치한 팔걸이에 열선을 깔아 겨울에 차량에 탑승했을 때의 편의성을 높여주는 기술이다.

현대차그룹에 시트를 공급하는 현대트랜시스는 스피커 내장형 시트를 GV90부터 탑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G90에 스피커 내장형 시트를 장착하고 있는데, 이는 뒷자리에 앉은 승객이 내비게이션 안내음 등 소음을 듣지 않도록 하는 소음 차단 기술이다. GV90에 탑재되는 기술은 각 시트에 앉은 탑승자들이 각자 원하는 음악이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독립적으로 음향을 설정할 수 있는 방식이다.

차량용 소프트웨어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는 차로 단위 내비게이션을 GV90에 탑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차량에는 차량이 어느 도로에 있는지 정도만 인식이 가능했다면, 차세대 내비게이션인 ‘솔맵(SoleMap)’은 현재 어느 차선에 위치해 있는지도 인식해 운전자에게 표시할 수 있다.

이 같은 시스템이 장착되면 운전자는 다른 도로로 빠져나가기 위해 어느 시점에서 차선을 변경해야 하는지를 내비게이션을 통해 한층 편리하게 인지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