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찾아 42년 만에 귀국한 입양아 "그래도 한국 여행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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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노르웨이 입양인 김 토마스 리셍 "한국 최고의 나라"
"아들 보면 부모님 찾고 싶어…한국 사람과 비슷한 점 많아"
김 토마스 리셍 씨가 대전역에서 발견된 이후 피얼스영아원(현재 늘사랑아동센터)에서 작성한 김 씨에 대한 아동신상카드.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제 아들을 잃어버리면 제 모든 인생을 걸고 아들을 찾을 거예요. 저희 부모님도 그렇게 생각하셨을 거라고 믿어요."
부모를 찾기 위해 42년 만에 대전을 찾은 노르웨이 해외 입양아 김 토마스 리셍(46·한국명 김민수). 그는 결국 부모를 만나지 못하고 지난 16일 노르웨이로 출국했다. 그는 <뉴스1>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가족과 함께 밟은 한국 땅은 "최고의 나라"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4년째 앓고 있는 위암이 악화한 김 씨는 한국행을 극구 만류한 의료진을 뒤로하고 지난달 28일 고향으로 왔다. "제게 몇 년이 남았는지 확신이 없었어요. 가능한 한 빨리 이 일을 해두고 싶었어요." 노르웨이인 양아버지, 아내, 아홉살 아들이 그와 함께했다.
다음 날 그는 대전역을 방문해 어르신들에게 '엄마를 찾습니다'라는 전단을 나눠주며 이곳에서 살아온 이들이 기억을 되짚어보길 소망했다. 전단에는 그가 어머니를 잃어버렸던 상황에 대한 내용과 함께 발견 당시 4~5살쯤 된 그의 사진이 실려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부모님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만나지 못했다.
1981년 4월 24일 오후 5시쯤 대전역에서 어머니를 잃어버렸던 그는 대합실 안에서 울던 채로 한 가방과 함께 발견돼 대전 피얼스영아원(현재 늘사랑아동센터)에 맡겨졌다. 그 뒤로 서울의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노르웨이로 입양됐다.
그의 생년월일은 1977년 4월 25일로 기록돼 있지만 확실하지 않다. 영아원 관계자 등이 4~5살로 추정하고 입소 날짜에 맞춰 생년월일을 정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민수'라는 이름도 영아원 측에서 붙였을 것으로 보인다.
평생 부모를 찾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지난해 노르웨이 한국대사관을 통해 진행한 경찰청 실종아동 데이터 DNA 샘플 검사에서도 '일치하지 않음' 결과를 통보받았다.
그래도 그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자라나는 아들을 보며 만약 아들을 잃어버린다면 모든 시간, 에너지, 인생을 걸고 아들을 찾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부모님도 지난 세월 동안 그와 같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고될지도 모르는 여정을 멈추지 않았다.
김 씨는 이날 대전에서 과거 피얼스영아원이 있던 자리에 가서 가족사진을 찍고, 늘사랑아동센터와 대전시청에 입양 전 자료를 요청했다. 1981년 4월 25일 대구 동구청장 직인이 찍힌 '요보호자 수용 의뢰서'를 발견한 것 외에는 새로운 정보는 얻을 수 없었다.
김 토마스 리셍 씨가 대전역에서 발견된 당시 모습.
그는 돌아가는 날까지 부모님에 관한 소식을 듣진 못했지만, 가족과 함께 3주 동안 한국을 여행하며 42년 전 떠나온 고국과 많이 닮아있다는 걸 실감했다.
"부산의 한 야외 식당에 앉아있었는데 옆에 있던 두 남성이 휴대전화를 테이블에 놓고 어디론가 갔어요. 아마 화장실에 가기 위해서였겠죠? 그들이 돌아왔을 때 휴대전화는 그대로 있었어요. 한국 사람들이 서로를 이렇게 많이 신뢰하는 게 놀라워요. 매우 예의 바르고, 도움을 주고, 친절해요. 조용하고 차분하기도 해요. 이런 점에서 저는 한국 사람들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과거와 몰라보게 달라진 한국을 경험하며 즐거운 시간도 보냈다. 그의 가족들과 함께 한국으로 이사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좋았다고 했다. 가장 좋았던 여행지로는 '부산'을 꼽았다. 해변과 도시 생활이 조화를 이룬 매력적인 도시라고 했다. "음식이 놀라웠고 다양한 게 많았어요. 한국은 아마 최고의 나라일 거예요. 너무 덥지만 않으면요." 42년 만인 그의 한국 여행기에는 벅찬 감정이 묻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