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다가 4대 훔치고 집에는 15대 보관…자전거에 진심인 80대 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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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부터 훔친 후 헐값에 매매
집에서 자전거 15대 추가로 발견해
자전거 절도 많은 이유는 '낮은 검거율'자전거를 수년간 훔쳐 팔아온 8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29일 KBS는 서울 노원경찰서가 절도 혐의로 80대 A씨를 최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씨는 지난 25일 낮 12시 50분쯤 서울 노원역 인근 자전거 보관대에 세워진 자전거 4대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자전거를 수년간 훔쳐 팔아온 8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29일 KBS는 서울 노원경찰서가 절도 혐의로 80대 A씨를 최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출처=KBS]
A씨는 노원구청 관제센터가 역 주변을 화상으로 순찰하던 도중 덜미를 잡혔다. 노원구청이 KBS에 공개한 폐쇄회로(CC)TV를 보면, A씨는 지난 23일 노원역 근처 자전거 보관대에 자전거를 타고 나타나 한참을 머물렀다. 그 뒤 그는 노원역 인근 공원 쪽에 주차된 자전거의 자물쇠를 풀었다.
자전거 2대를 지니게 된 A씨는 한손으로 자전거를 운전하는 동시에 다른 한손으로는 자전거를 끄는 묘기를 보이며 이동했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노원역 근처에 있던 자전거 4대를 훔친 것으로 알려졌다. 노원구청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 집에서 자전거 15대를 추가로 발견했고, 그를 절도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A씨는 수년 전부터 자전거를 훔쳐 헐값에 판매해 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 여죄를 확인하는 한편 A씨 주거지에서 회수한 자전거의 주인을 찾는 중이다.
"다른 건 안 훔쳐도, 자전거만은 어떻게든 훔친다"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한 후 가장 놀라는 사실 중 하나는 한국 사람들이 카페 같은 공공장소에서 아무렇지 않게 휴대전화나 가방을 놓고 다니는 것이다. 이를 보고 많은 외국인이 다른 나라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자전거는 다르다. 자물쇠를 채워놓아도, 집 앞에 잠깐 세워놓기만 해도 도난을 당한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사람들이 많다.
A씨는 노원구청 관제센터가 역 주변을 화상으로 순찰하던 도중 덜미를 잡혔다. 자전거 2대를 지니게 된 A씨는 한손으로 자전거를 운전하는 동시에 다른 한손으로는 자전거를 끄는 묘기를 보이며 이동했다. [사진출처=KBS]
다른 절도에 비해 자전거 절도가 유독 많은 것을 두고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역시 '엄복동의 나라'라며 자조한다. 엄복동은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자전거 선수로 여러 대회에서 우승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지만 동시에 상습적인 자전거 절도로 징역을 산 인물이다.
자전거 절도가 많은 것은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2022년 빈집털이는 3183건, 상점 절도는 4055건, 소매치기는 278건이 벌어졌지만, 자전거 절도 사건은 1만 2033건에 달했다. 매일 약 33대의 자전거 절도 사건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소매치기의 43배, 상점 절도의 3배 수준에 달한다.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자전거 절도 특성상 실제 피해 사례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자전거 절도범이 계속해서 기승을 부리는 이유로는 낮은 검거율을 꼽을 수 있다. 자전거 도난 사건의 검거율은 33%로, 3명 중 2명은 경찰에 붙잡히지 않았다. 전체 절도 평균 검거율인 62%의 절반밖에 안 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자전거 절도에 대해 유독 경각심이 낮은 이유로 실제 처벌로 이어질 확률이 낮고,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자전거 특성상 표적을 삼기 쉬운 데다 중고거래 플랫폼의 활성화로 현금화하기 좋아졌다는 점을 꼽는다.
이 때문에 일부 지자체에서는 신청자 자전거에 고유 식별 번호를 부여하는 자전거 등록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자전거에 도난방치·식별 장치를 부착하고, 자동차처럼 등록번호를 부여해 지자체와 관할 경찰서가 정보를 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인데 이용자 재량에 따라 이뤄진 실제 등록 건수가 많지 않아 실효성이 낮다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