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윤석열 명예훼손' 공소장 결국 변경..."이재명 공산당 프레임" 등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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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법원의 지적을 잇달아 받고 결국 공소장을 변경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는 오늘(9월 2일) 오전 열린 세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앞두고 법원에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이 사건 담당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허경무 부장판사)가 앞선 두 차례 공판준비기일에서 ‘윤석열 명예훼손’과 관련이 없다고 지적한 이른바 ‘이재명 공산당 프레임’, 뉴스타파 보도와 관계없는 여러 언론사 보도 관련 내용 등이 상당 부분 삭제됐다. 71쪽에 달하던 공소장 분량도 56쪽으로 줄었다.
지난 7월 31일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첫 공판기일 출석을 위해 뉴스타파 한상진 기자, 봉지욱 기자, 김용진 대표, 신인수 변호사(왼쪽부터)가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타파법원 잇따른 지적에 검찰 공소장 내용 일부 삭제, 변경
검찰은 20대 대선 3일 전인 2022년 3월 6일 뉴스타파 보도([김만배 음성파일]“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가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1년 가까이 수사했다. 지난 7월 8일 김만배 화천대유 회장과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전 뉴스타파 전문위원),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와 한상진 기자를 ‘윤석열 명예훼손’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뉴스타파 보도에 들어 있는 김만배의 발언 내용 대부분이 허위고, 신학림과 뉴스타파 측이 이를 알면서도 대통령 후보 윤석열의 명예를 훼손할 목적으로 보도를 감행했다고 주장한다. 7월 31일과 8월 23일 두 번에 걸쳐 공판준비기일이 진행됐고, 오늘(9월 2일)이 세 번째다.
앞서 두 번의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장은 검찰 공소장과 증거목록 내용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공소장 변경을 요구했다. 크게 4가지 내용을 문제 삼았다.
첫째,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는 소위 ‘이재명 공산당 프레임’. 둘째, 뉴스타파와 관련이 없는 타 언론사(한겨레, 중앙일보, 한국일보, CBS 등) 보도 내용. 셋째, 아직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은 쟁점에 대한 검찰의 일방적 표현, 넷째, 윤석열 명예훼손과 상관없는 증거목록 등이다. 공판준비기일에서 허경무 재판장은 “윤석열 명예훼손과 이재명의 공산당 프레임이 무슨 관계가 있나”, “명예훼손 사건 공소장이 아니라 공직선거법 사건 공소장처럼 보인다”, “제가 증거목록을 검토하다가 폭발해서…” 라고 말해 여러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피고인 측도 검찰 공소장 내용에 문제를 제기했다.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 “공소장 일본주의(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 공소장 하나만을 법원에 제출하고 기타의 서류나 증거물은 일체 첨부·제출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어긋난다”고 했다.
이른바 ‘이재명 공산당 프레임’은 “이재명 성남시장이 성남시의 이익을 위해 마치 공산당처럼 민간업자들에게 돌아갈 이익을 빼앗아 갔다”는 것으로 검찰이 공소장에 쓰면서 회자된 표현이다. 검찰은 ‘이재명 공산당 프레임’이 윤석열의 명예를 훼손할 목적으로 김만배가 만들어 낸 ‘허위 프레임’이라고 주장한다.
‘이재명’ 언급 136회에서 86회로 줄어
8월 30일 검찰이 법원에 낸 공소장 변경 신청서를 보면, 검찰은 지난 두 번의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장이 요구한 내용을 일부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윤석열 명예훼손’과 아무 관련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 ‘이재명 공산당 프레임’ 표현이 사라진 것이 눈에 띈다.
대장동 사업 진행 과정을 장황하게 설명한 부분도 상당 부분 삭제됐다. 특히 성남시를 상대로 한 로비 과정에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을 언급한 대목이 여럿 사라졌다. 예를 들어 “피고인 김만배 주도의 민간업자들은 2015년 5~6월경 이재명 측과의 유착관계를 기반으로 공사(성남도시개발공사)의 이익을 1,822억 원으로 고정시키면서 초과 이익은 모두 민간업자들에게 귀속시키도록 하는 내용의…” 부분에서 “이재명 측과의 유착관계를 기반으로” 부분이 삭제됐다.
지난 8월 30일 검찰이 법원에 낸 공소장 변경 신청서 6쪽. ⓒ뉴스타파
또 “자신(김만배)과 이재명 측의 유착관계가 드러날 것을 우려하여”, “이재명 측과의 유착관계를 은폐하기 위하여”, “이재명을 향한 의혹의 방향 전환을 위한 허위 프레임 창작 및 유포 결심” 등과 같이 ‘윤석열 명예훼손’ 보도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전 성남시장)를 관련지어 만든 문장들이 상당 부분 삭제됐다.
김만배 화천대유 회장을 범죄자로 확정해서 낙인찍는 듯한 표현도 사라졌다. 첫 공판준비기일(7월 31일)에 판사가 직접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던 “(김만배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측과의 유착관계를 형성한 후 개발사업에 따른 천문학적 수익을 취득한 사람이다”라는 대목도 “(김만배는) 대장동 개발사업을 진행하여 온 사람이다”로 변경했다.
지난 8월 30일 검찰이 법원에 낸 공소장 변경 신청서 2쪽. ⓒ뉴스타파
당초 검찰은 뉴스타파 기자 2명 등 4명을 ‘윤석열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하면서 뉴스타파와 아무 관련이 없는 타 언론사 보도 관련 내용, 보도 경위를 장황하게 공소장에 기재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모두 ‘김만배가 만든 허위 프레임’에 맞춰 뉴스타파 등 여러 언론사가 허위 보도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번 공소장 변경으로 이 부분도 상당 부분 삭제됐다.
이런 과정을 거쳐 애초 71쪽 분량이던 공소장은 50여 쪽으로 줄었다. 공소장에 136번이나 등장하던 이재명 대표의 이름도 86번으로 줄었다.
‘허위 보도’ 검찰 주장도 일부 삭제
검찰이 뉴스타파가 인용 보도한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내용이 허위라며 그 근거로 제시했던 공소장 내용도 일부 삭제돼 눈길을 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이 사건 수사에 나선 뒤부터 줄곧 2021년 9월 15일 김만배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에게 한 발언 내용(‘김만배 녹음파일’) 대부분이 사실이 아닌 허위라고 주장해 왔다. 아래 뉴스타파가 보도에서 인용한 김만배 녹취 내용도 그중 하나다.
“(천화동인이) 처음에 잘 팔렸으면 한 20명한테 팔기로 했었는데. 천화동인 1호부터 18호까지 해서… 그런데 안 팔렸지. 하나도 안 팔렸어. 왜냐하면 성남시가 너무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공모 조건을 만들어서…법조인도 엄청나게 여기에 투자하겠다고 했는데 (성남시에서) 3700억 원 (우)선 배당 받아가겠다니까 법조인들이 ‘아, 우리는 그러면 안 해’ 이렇게 해서 내가 많이 갖게 된 거지. 원래 천화동인은 다 팔 계획이었는데…”
- - 뉴스타파 보도 내용 중 일부 (2022.3.6.)
검찰은 당초 공소장에서 이 대목에 대해 이렇게 주장했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 김만배는 처음부터 자신이 화천대유의 100% 지분을 가지면서 자신의 가족 명의로 천화동인 1~3호를 소유하고, 남욱 등 민간업자들과 배성준에게 천화동인 4~7호의 지분을 배분하였을 뿐 천화동인 2~7호의 지분을 외부인들에게 매각하거나 매각하려고 한 사실이 전혀 없었고…”
- -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검찰 공소장 (2024.7.8.)
하지만 검찰은 공소장을 변경하면서 이 대목을 송두리째 삭제했다.
재판장 "조우형 수사 무사 여부가 재판 핵심 쟁점"
오늘(9월 2일) 진행된 3차 공판준비기일에서는 검찰이 제출한 공소장 변경 신청 관련 내용을 두고 검찰과 피고인 4명의 변호인, 재판장 사이에 의견이 오갔다.
재판장은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했지만, 여전히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 공소장을 보는 것 같다”, “아직 더 정리할 부분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판사가 심증을 완벽하게 형성하기 전까지 공소사실은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 재판부는 멈춘다"며 "공판준비기일은 미진하지만, 오늘로 종결하겠다"고 했다.
재판장은 또 이번 사건의 핵심 주요 쟁점은 “윤석열의 대장동 대출브로커 조우형에 대한 수사 무마, 봐주기 수사 여부”라고 덧붙였다. 허위 사실임을 알고도 보도했는지, 커피를 누가 타 줬는지 등은 부수적인 쟁점이라고 했다.
한편 검찰은 재판에서 다뤄야 할 주요 공소사실을 8개 항목으로 나눠 정리해 발표했다. 김 씨가 신 씨와 어떻게 공모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는지 등을 입증할 예정이라며 PPT를 준비해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와 한상진 기자의 법률 대리인인 신인수 변호사는 검찰 공소사실에 대한 반박 내용을 담은 PPT를 준비해 검찰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신 변호사는 “2012년 대검중수부가 대출 브로커 조우형을 참고인으로 조사한 것은 맞지만 입건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는 취지로 말하면서 ”범죄 의혹을 검찰이 알았다면 수사 무마이고 몰랐다면 부실수사"라며 "조 씨는 피의자로 입건돼야 했던 사람"이라고 발언했다
3차에 걸쳐 공판준비기일이 진행된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재판은 오는 9월 24일 첫 본 공판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