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신차를 "7000만원에 샀다"…연두색 번호판 피하려 이런 꼼수
컨텐츠 정보
- 4,975 조회
- 0 추천
- 0 비추천
- 목록
본문
올해 상반기 시중에 팔린 8000만원 이상 차량 중, 구매자가 법인인데도 연두색 번호판을 달지 않은 차가 6000대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른바 '다운계약 꼼수 의심 차량'이다.
8일 중앙일보가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실을 통해 입수한 국토교통부의 ‘수입 법인 차 차량 모델 및 신고가액’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등록된 법인차 중 수입차 수는 4만7242대로 집계됐다. 이중 일반소비자가격 8000만원 이상 승용·승합차는 1만8898대다.
하지만 이 가운데 6290대의 법인차량은 '8000만원보다 싸게 샀다'고 신고돼 연두색 번호판을 달지 않고 있다. 신규 등록 고가 법인 차량 3분의 1에 해당한다. 소비자가격이 1억원 이상인데도 8000만원 이하에 취득한 걸로 신고된 차량은 306대에 이른다.
한 예로 BMW코리아 홈페이지에 2억4940만원이 기본으로 안내된 BMW ‘M8 쿠페 컴페티션’은 올 상반기 총 8대가 법인 차량으로 등록됐다. 하지만 이중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한 건 3대였다. 나머지 5대 중 3대는 취득가액을 5000만~7000만원으로, 2대는 7000만~8000만원으로 신고했다. 최대 75% 할인을 받아 이 차를 샀다는 뜻이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는 구매조건에 따라 할인 폭이 크게 달라지긴 하지만 이 사례처럼 반값 이하 판매는 본 적이 없다. 다운계약서를 썼거나 허위로 신고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차량 구매자(법인 포함)는 차를 등록할 때 등록증 '비고'란에 '자동차 출고(취득) 가격'을 자율적으로 써낸다. 이 가격이 사실인지 담당 공무원이 확인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고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차량 등록과정에서 법인과 차량판매사의 세부 계약의 사실 여부까지는 확인이 어렵다”고 전했다.
이 같은 관행 때문에 '다운계약 꼼수' 의심 사례가 늘고 있다는 나온다. 김은혜 의원은 “국토부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제도의 미비점을 방치했다”며 “연두색 번호판은 법인 차량이라는 익명 뒤에 숨은 모럴해저드 폐해를 막기 위한 제도인데, 국토부의 느슨한 관리로 오히려 편법 행위를 가중하는 셈이다. 정부 차원의 심도 있는 조사와 시스템 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가 법인 차량에 대한 ‘연두색 번호판 부착’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법인 차량의 사적 사용이 증가하자, 연두색 번호판을 달지 않으면 운행경비·감가상각비 등을 인정받지 못하도록 했다.
올해 이 제도가 시행된 뒤 고가 수입 차량 판매가 감소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상반기 법인 등록 수입 차량은 4만22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5만229대)보다 8029대 줄었다. 수입 차 중 법인 명의 등록 비율은 33.6%로 최근 10년간 가장 낮다. 지난해 수입차 중 법인 소유 비율은 39.7%였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연두색 번호판 대상 차량을 자동차 등록증 상 신고가격이 아닌, 차량 보험가입증서의 잔존가치 대비로 정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수입차 소비자는 차량 구매 절차를 끝낸 뒤 따로 옵션을 추가하기도 한다. 또 최근 전기차 업계에선 배터리 구독 서비스도 나오는데, 구독 배터리의 가격을 뺀 가치를 차량가로 매길 건지 등 다양한 상황에 대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