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쏟아지던 공항, 초보 조종사의 착륙 실패…68명 숨진 '첫 국내선 사고'[뉴스속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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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733편 추락사고 현장. /사진=SBS 달리 유튜브 캡처지금으로부터 31년 전인 1993년 7월 26일, 강한 비가 쏟아지던 목포 공항. 오후 3시 15분 도착 예정이었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는 끝내 목포 공항에 착륙하지 못했다.
여객기에 타고 있던 탑승객 116명 중 살아남은 사람은 고작 48명, 절반도 되지 않았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목포 공항에서 이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세 번의 착륙 시도는 모두 실패로 끝이 났다
이날 오후 2시 20분 김포국제공항을 출발한 아시아나항공의 OZ733편 B737-5L9 여객기는 예정대로라면 55분 후인 오후 3시 15분 전남 영암군 삼호읍 목포 공항에 도착했어야 했다.
당시 목포 공항에는 강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여객기는 도착 예정 시간이 9분가량 지난 오후 3시 24분 첫 번째 착륙 시도에 실패한다. 이어 4분 후인 3시 28분 2번째 착륙 시도를 했지만 역시 실패했다.
10분 후인 3시 39분, 3번째 착륙을 시도하기 위해 접근하던 여객기는 3분 후인 3시 41분 광주공항의 관제 레이더에서 사라지며 통신이 두절됐다.
충돌 타이밍에 교신하고 있던 광주공항 관제탑에서 갱신된 기상정보를 통보하고자 교신을 시도했으나 여객기는 응답이 없었다. 레이더에서 사라지고 9분이 지난 3시 30분, 이 여객기는 목포 공항에서 10km 정도 떨어진 전남 해남군 화원면 마산리 화원반도 야산(지령산 부근)에 추락한 채 발견됐다.
안전 착륙장치도 없던 공항에 비까지 내려
아시아나항공 733편 추락사고 현장. /사진=SBS 달리 유튜브 캡처악천후와 공항시설의 부족, 기장의 무리한 착륙 시도가 사고 원인으로 꼽힌다. 당시 목포 공항은 계기착륙장치(전파를 발산해 적절한 착륙 진입 각과 방향을 잡도록 도와주는 장치)도 없던 소규모 공항이었고 활주로도 1500m로 짧았다. 여기에 악천후로 시야까지 제한된 상황이었다.
계속된 접근 실패에 조바심이 난 파일럿들도 서둘러 착륙을 시도했다. 기장이 다소 낮은 고도로 접근을 시도, 결국 활주로 접근 선상에 있는 산을 뒤늦게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돌 4초 전, 하강을 멈추고 320피트(9.75m)를 상승해 762피트(232.3m)까지 올라갔으나, 끝내 827피트(252.1m)의 봉우리를 넘지는 못했다.
78명 사망한 인재…파일럿 경험 부족도 지적
아시아나항공 733편 추락사고 현장. /사진=SBS 달리 유튜브 캡처결국 탑승객 110명, 승무원 6명 중 68명(승객 66명, 승무원 2명)이 사망했다. 무리하게 착륙을 시도하려던 기장과 부기장 모두 즉사했다. 추후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기장의 당시 목포 노선 운행 횟수는 겨우 2번이었고 부기장은 민간 여객기 조종 기간이 24시간밖에 안 된 초보 조종사였다. 위험성이 큰 목포행 노선에 경험이 부족한 조종사만 두 명 배치된 셈이다.
사고가 발생한 후에도 목포 공항은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으며, 생존한 승객 2명이 기내를 빠져나와 인근 마을에 내려가 파출소에 신고하면서 사고가 알려졌다. 파출소에서 관할 소방서인 목포 소방서에 신고했고 목포소방서와 해남 소방파출소 소방차 및 구급차들이 출동하고 119구조대도 출동해 구조 작업에 착수했다.
여성 부상자 노출 장면, 여러 번 내보낸 언론
아시아나항공 733편 추락사고 현장. /사진=SBS 달리 유튜브 캡처구조 과정을 보도하려는 언론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자극적인 장면이 그대로 생중계되는 등 논란을 빚기도 했다.
가벼운 원피스를 입은 여성 부상자를 구조하는 장면에서 원피스가 바람에 날려 위로 젖혀졌고 여성의 상·하의 속옷이 그대로 노출된 것. 공중파 방송사들은 해당 장면을 계속해서 내보냈고 신문들도 관련 사진을 대서특필했다.
이외에도 KBS 9시 뉴스는 여성 부상자의 성명과 주소를 번지수만 빼고 여과 없이 내보내 문제가 됐고 MBC 뉴스데스크는 다친 어린이에게 마이크를 들이대 뭇매를 맞았다.
게다가 사고 소식이 7월 31일 이후 급속히 줄어들면서 '냄비 저널리즘' 지적이 일었다. 결국 지상파 3사는 방송위원회의 경고를 받아 사과방송을 해야 했고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문제 많은 목포 공항, 결국 역사 속으로
아시아나항공 733편 추락사고 현장. /사진=SBS 달리 유튜브 캡처이 사고는 아시아나항공의 최초 인명 손실 항공사고이자 아시아나항공의 최악의 인사사고, 첫 번째 국내선 사고로 꼽힌다. 사고 이후 OZ733편은 한동안 결번으로 남았지만, 아시아나항공이 편명 체계를 싹 갈아엎고 현재는 인천발 하노이행 노선의 편명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고로 인해 목포 공항의 여러 문제점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이를 대체할 공항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에 무안국제공항이 건설됐으며 무안국제공항 개항 후 목포 공항은 폐항돼 현재 군 전용 비행장으로만 사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