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품귀 불닭볶음면 빈자리 꿰찬 짝퉁, '하림 생산'이었다[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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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닭 수요 급증에 대형 체인 우선 공급
불라멘 등 검정색·닭 패키지까지 비슷
밀양2공장 완공될 때까지 품귀 지속될 듯"불닭볶음면, 돈 있어도 못 사네요."
미국 뉴욕 맨해튼 코리아타운의 H 마트. K-푸드의 인기를 반영하듯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려와 한국 라면과 스낵을 한참 동안 구경했다. 라면 매대에는 종류별로 라면이 구비됐다. 농심 신라면·짜파게티는 물론 GS25 PB상품인 공화춘·오모리 김치찌개부터 한국에서도 보기 드문 팔도 꼬꼬면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전 세계적 돌풍을 일으킨 라면 '불닭볶음면'은 찾아볼 수 없었다. 봉지라면도, 컵라면도 마찬가지였다. H-마트 직원은 "품절(sold out)됐다"고 말했다.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의 빈자리를 채운 것은 처음 보는 '짝퉁 불닭'들이었다. 까만 포장지에 닭이 그려져 무심코 보면 불닭볶음면으로 오인한 제품의 이름음 '불라멘(BUl RAMEN)'. 이리저리 뒤집어보아도 브랜드나 제조사명을 찾기 어려웠는데, 알고보니 하림이 위탁생산한 해외 전용 라면이었다. 심지어 불닭볶음면과 마찬가지로 까르보나라 맛도 있었다. 역시 까르보 불닭을 연상시키는 핑크색 포장지에 닭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이 외에 팔도가 만든 '볼케이노 치킨볶음면', 이름도 생소한 왕(Wang)의 불닭떡볶이 등이 불닭볶음면 대신 팔려 나가길 기다리고 있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불닭볶음면의 전 세계적 인기가 지속되면서 없어서 미국에서도 물량 부족으로 판매가 어려운 품절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삼양식품은 밀양, 원주, 익산 공장을 수출용 불닭볶음면 중심으로 풀 가동하고 있지만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수요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에 불닭볶음면은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의 대형 유통 체인 중심으로 우선 공급되고 있다. 올해 안에 미국 최대 유통 업체 월마트의 전 매장에서 불닭볶음면이 판매될 예정이다. H마트를 비롯한 중소형 유통 체인에서는 점점 더 불닭볶음면을 구하기 어려워지는 이유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불닭볶음면은 전 세계적으로 수요에 비해 물량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라면서 "미국도 마찬가지라 우선 순위에 따라 공급량을 조절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2014년 출시돼 대표적인 K-푸드로 자리 잡은 불닭볶음면은 유튜브 등에서 '매운 라면 먹기 챌린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의 불닭볶음면 먹방으로 급속하게 인기가 늘었고 틱톡 등 바이럴 마케팅 통해 날로 유명해지는 중이다.
불닭볶음면은 미국 GenZ(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 세대의 매운맛에 대한 인식까지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불닭볶음면을 계기로 매운맛을 쉽게 접하고 즐겨 먹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매운맛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최근 덴마크 정부가 불닭볶음면을 "너무 맵다"는 이유로 리콜했다 취소하는 일이 일어나면서 신드롬은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다.
불닭볶음면 물량 부족 상태는 내년 하반기 밀양2공장이 완공돼 가동을 시작해야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삼양식품은 가파르게 증가하는 수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밀양2공장을 착공한 데 이어 최근 1개 라인을 추가 증설하기로 결정했다. 밀양2공장이 가동되면 삼양식품의 최대 라면 생산량은 연간 18억개에서 25억개로 37% 증가하게 된다. 공장별로는 원주·익산 12억개, 밀양1공장 6억개, 밀양2공장 6억9000개 등이다.
증권가는 밀양 2공장이 완공되면 삼양식품의 내년 매출이 2조원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2010년대 초중반 2000억~3000억원대에 머물렀던 삼양식품 매출은 2019년 5000억원을 돌파했고 지난해 1조1929억원으로 1조원을 넘겼다. 올해 2분기 매출액은 3882억원으로 전년 대비 36%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825억원으로 87.2%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