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울먹인 김혜경 "남편, 비주류로 많은 탄압…'돈 없는 선거' 욕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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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카로 식사비 10만4000원 대납 혐의…벌금 300만원 구형
"죄질 불량, 반성 없다" vs "신념 강해, 있을 수 없는 일" 충돌
내달 13일 선고 결과에 따라 李 부부 남은 수사 영향 전망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관련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7월2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검찰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부인 김혜경씨에게 벌금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김씨가 중진·원로 국회의원 배우자들을 매수하려 했다며 죄질이 중하다고 판단했다. 법정에 선 김씨는 혐의를 부인하면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항변했다.
25일 수원지법 형사13부(박정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씨의 선거법 위반 사건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김씨에 벌금 3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檢 "금액 관계없이 죄질 중해…공범에 책임 전가"
검찰은 김씨 혐의에 대해 "피고인이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를 민주당 대선 후보로 당선되게 하기 위해 전·현직 국회의원 배우자를 매수하려 한 범행으로, 기부행위 금액과 관계없이 죄질이 중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부행위 대상자들은) 당시 4선 의원, 전직 국회의장들의 배우자이며 이들 전·현직 의원은 민주당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중진·원로 정치인"이라면서 "배우자에 대한 기부행위 역시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김씨 행위는) 통상의 기부 행위와 차원을 달리한다"고 설명했다.
또 "피고인은 본건 외에도 추가 4건의 기부행위(공소시효 만료)를 저질렀고, 본건은 계속적·반복적·조직적·계획적 기부행위 중 일부"라며 "피고인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고 선거에 개입해서는 안되는 공무원을 이 범행에 이용한 행동에 대해 엄정하게 법을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김씨가 혐의를 부인하면서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마치 검찰이 증거도 없이 법리에 반해 기소한 것처럼 쟁점을 흐리고 상식에 어긋나는 변명을 하며 시종일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며 "10년 이상 사적 용무를 해온 측근 배아무개씨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반성의 기미도 전혀 보이지 않는 점 등도 양형 요소로 반영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이 전 대표의 당내 대선후보 경선 출마 선언 후인 2021년 8월2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민주당 전·현직 의원 배우자 3명과 자신의 운전기사·수행원 3명 등 총 6명에게 총 10만4000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한 혐의(기부행위)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부인 김혜경씨 ⓒ연합뉴스
"돈 없는 선거하며 욕 먹어…식사비 의논, 있을 수 없어"
이날 법정에 출석한 김씨는 4분간 최후진술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남편이 비주류 정치인으로 살면서 많은 탄압을 받았다"며 "그래서 저는 항상 '꼬투리 잡히지 말아야지'하며 긴장하고 산다"고 말했다.
이어 "2006년 지방선거 나왔을 때 '돈 없는 선거'하며 욕을 많이 먹었다"며 "남편 신념이 강했다. 식사 자리에서 밥값 안 내고 가느냐고들 해 그 이후에 밥을 먹지 않거나 식사 자리에서 인사만 하고 나오는 식으로 선거운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식사비에 대한 의논이나 협의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외부에서 어떻게 그게 가능한 일이냐 하는데, 큰 원칙이라 따로 지시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어찌 되었든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은 저의 불찰"이라며 "반성한다. 재판장께서 현명한 판단 내려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김씨 변호인 역시 무죄를 주장했다. 특히 이 사건 제보자 전 경기도청 공무원 조명현씨와 별정직 5급 공무원이었던 배아무개씨의 대화가 담긴 녹취록은 오히려 김씨 혐의가 없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칠준 변호사는 "검찰은 문제의 식사 모임 전후 선거운동 과정, 식사모임 결제 행태, 피고인과 배씨와의 관계 등 간접 증거만 나열하며 피고인이 죄를 범했다는 인상을 남기는 데 주력했으나, 간접 정황만으로 공소사실이 인정되는 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제시한 제보자 녹취록 등 증거에 대해서는 "제보자(조씨)는 이 사건 식사가 있기 열흘 전부터 상사인 배씨와 대화를 녹음했고, 이를 대통령 선거 한 달 전에 언론에 제보했다. 이재명과 피고인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증거를 수집한 것이 명백하다"며 "그런데도 이 광범위한 녹음에는 피고인이 배씨와 공모 또는 가담했다는 내용은 전혀 없는데, 이 점이 바로 피고인이 혐의가 없다는 결정적 증거"라고 강조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관련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 사건의 공익제보자 조명현씨가 4월22일 증인신문을 위해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변호인 "배씨와 적용 혐의 달라 공소시효 이미 만료"
변호인은 또 김씨에 대한 선거법 공소시효가 만료된 후 공소제기가 이뤄졌기 때문에 면소판결이 내려져야 한다고도 했다.
앞서 검찰은 이 사건 공소시효 만료 직전인 2022년 9월 배씨만 먼저 기소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공범이 기소되면 나머지 공범에 대한 공소시효는 정지되기 때문에 배씨의 판결이 확정되기 전인 올해 2월14일 김씨를 기소했다. 그러나 이날 변호인은 김씨와 배씨에게 적용된 선거법 조항이 다르기 때문에 상대방의 공소시효를 정지시키는 공범 관계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배씨는 제3자 기부행위를 제한한 선거법 115조 위반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단을 받았고, 피고인은 후보자와 그 배우자 등의 기부행위를 제한한 같은 법 113조로 기소됐다"며 "이에 대한 명시적인 판례는 없지만 배씨의 기소로 피고인의 공소시효가 정지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게 변호인 의견"이라고 밝혔다.
김씨의 선고 재판은 다음달 13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재판 결과에 따라 검찰이 수사 중인 이 전 대표와 김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업무상 배임 혐의) 사건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만일 재판부가 배씨와 김씨 간 공범 관계를 인정하면 검찰 수사도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반대의 결과가 나오면 수사 동력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