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123RF]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몇몇 한국 부모가 10대 자녀에게 수백만원에 이르는 고가 명품 패딩을 사주는 사례를 외신이 주목했다. 외신은 관계자 말을 인용해 "한국 사회는 경쟁이 치열하다"며 "(눈에 띄고 싶은 사람에게)명품은 좋은 도구"라고 진단했다.

2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경기 화성시 동탄에 거주하는 A(38) 씨 일화를 소개했다.

A 씨는 최근 4살 딸에게 78만원 티파니 목걸이, 18개월 작은 딸에게 38만원짜리 골든구스 신발을 사줬다.

A 씨는 이 밖에도 아이들을 위해 몽클레르 재킷과 셔츠, 버버리 드레스와 바지, 펜디 가운과 신발 등 여러 명품 옷도 사들였다. A 씨는 "결혼식이나 생일 파티 등 외출할 때 아이들이 초라해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아이들이 이 옷과 신발을 신고 편하게 뛰어놀 수 있다면 가격은 상관없다"고 했다.

FT는 세계은행 자료를 기준으로 한국이 출산율 꼴찌라는 점을 거론하며 "한국인들이 점점 부유해지면서 적은 숫자의 자손을 위해 사치품에 돈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로모니터의 뷰티·패션 컨설턴트인 리사 홍은 FT에 "한국의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지만, 어린이를 위한 명품 시장은 계속 성장 중"이라며 "많은 가정은 아이가 한 명 뿐이기에 최고급 품목을 골라 첫 명품 소비 연령을 낮춘다"고 했다.

실제로 사업가 B 씨는 어릴 적부터 조부모에게 선물을 받아 명품에 익숙해진 17살 딸을 걱정했다.

최근 딸은 생일선물로 아식스와 마크제이콥스가 협업한 80만원짜리 운동화를 선물 받았다.

B 씨는 "아이가 명품에 너무 익숙해져 나중에 직업을 갖고 돈을 벌 때 이런 사치스러운 소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한 명품업체의 한국지사 대표는 "한국 사회는 경쟁이 치열하고 사람들은 눈에 띄고 싶어한다. 명품은 이를 위한 좋은 도구가 됐다"며 "몽클레르 겨울 재킷은 10대들에게 교복 같은 존재가 됐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FT는 "비싼 선물을 받고 자랐지만, 높은 집값에 좌절감을 느낀 청년들이 한국의 명품 붐에 합류했다"고 했다. 아울러 "여러 명품 브랜드들이 BTS부터 블랙핑크 등 K팝 스타들을 앰버서더로 영입해 20대와 30대를 공략한다"고도 했다.

FT는 이런 현상이 아이들을 버릇없게 만들 수 있다며 "아이들이 사치품에 익숙해지는 건 긍정적인 현상으로만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한편 실제로도 '키즈 명품' 시장은 넓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국내 3대 백화점으로 꼽히는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지난해 수입·명품 아동복 매출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다.

이는 저출산 기조 속에 낳은 '귀한 아이'라면, 그 아이에게 금전적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인식이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업체가 이른바 'VIB(Very Important Baby)' 심리와 부모의 죄책감까지 잘 파고 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출산율 감소는 이어지는 분위기지만, 키즈 명품은 아직 그 흐름을 따라갈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지 않다"며 "지금의 사회적 분위기가 이어지면 당분간 키즈 명품 시장은 괜찮은 흐름을 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