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 만 한국 경제 뒷걸음질…"내수 심상찮아" 힘 받는 금리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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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뉴스1
지난 2분기 한국 경제가 역성장했다. 1년 6개월만이다. 무엇보다 소비와 투자 등 내수 부진이 심상찮다. 경기 진작을 위한 선제적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여건도 충분하다. 물가는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시장 금리는 이미 금리 인하를 반영하고 있다. 글로벌 국가의 움직임도 금리 안하 쪽이다. 물론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 등은 통화당국의 고민을 깊게 하는 요인들이다.
28일 머니투데이가 채권시장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7명이 8월 금리인하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물가 상승률이 둔화됐고 민간 소비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 수출 호조도 IT(정보기술)와 자동차 등 일부 업종에 한정돼있다는 점에서 선제적인 금리인하의 당위성은 커졌다고 평가했다.
우혜영 LS증권 연구원은 "금리를 내린다고 바로 실물 경제가 나아지는 것이 아니고 시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내수 회복의 단초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선제적 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환율이나 가계부채 문제로 금리를 내리지 않고 유지하면 내수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고용 증가폭이 둔화됐고 자영업자 연체율도 오르면서 금리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물가가 떨어졌기 때문에 금리인하를 위한 상황은 연출됐다"고 분석했다. 실제 물가는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2.4%까지 내려왔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년4개월 만에 2%대로 진입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물가만 보면 금리인하를 논의할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말했다.
실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그래픽=최헌정시장에도 정책금리 인하 기대감이 이미 만연하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의 과도한 금리인하 기대를 경계해야 한다고 언급했지만 당시와 비교해서도 시장금리는 더 내려간 상황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민감하게 반영하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26일 3.024%를 기록했다. 통방회의가 있었던 지난 11일(3.163%)보다 14bp(1bp=0.01%포인트) 낮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채권시장은 이미 금리인하를 선반영했고 경기나 물가 여건을 봤을 때 금리인하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수도권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움직임은 금리인하 결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최제민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가계부채 증가는 장기적으로 경제에 문제가 될 수 있고 외환시장 불안도 고려한다면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긴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다음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는 다음달 22일이다. 그 이후 올해 금통위 통방회의는 10월과 11월 두 차례 남는다. 8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게 되면 10월까지는 현재 기준금리(연 3.5%) 수준이 유지된다.
금리인하 필요성과 별개로 응답자 중 8명은 다음달 금통위에서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이 2분기 역성장에도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바꾸지 않았고 하반기 내수 회복에 낙관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GDP(국내총생산)가 시장과 한은의 기대치를 모두 하회했기 때문에 금리인하 압박이 커지는 상황은 맞다"면서도 "한은이 하반기 내수 회복에는 낙관 전망을 보이고 있고 가계부채 같은 불안요인이 있어 곧바로 금리를 내리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10인의 한국은행 8월 기준금리 결정 전망/그래픽=최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