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하이브리드 우선 전략으로 선회… GM·포드도 전기차 속도 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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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퍼스트 무버(선도)를 선언했던 현대차가 전동화(전기로 움직이는 것) 전략의 방향대를 ‘하이브리드와 전기 동력의 병행’으로 고쳐 잡았다. 전기차 전환이 더딘 데 따른 것으로,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 등이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는 전기차 전용으로 짓고 있는 미국 신공장에서도 하이브리드차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3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하이브리드차 확대를 전동화 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전기차 우선에 방점을 찍었던 중장기 계획에서 방향을 살짝 튼 것이다. 이승조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 부사장은 지난 26일 2024년 2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현대차의 강점인 유연한 생산으로 하이브리드차 판매 물량을 대폭 늘릴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현대 싼타페. /현대차 제공
애초 전기차만 생산할 예정이었던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메가플랜트아메리카(HMGMA)에서 하이브리드차를 만들기로 했다. HMGMA는 전기차만 연간 30만대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인데, 추가로 하이브리드차 생산을 위한 시설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HMGMA에서 하이브리드차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으로 시설 투자할 예정”이라며 “하이브리드에 투자해 기존 중·대형에서 소형 하이브리드까지 전 라인업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장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의 전략 수정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저하)과 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것이다. 특히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런 불확실성이 극대화됐다. 이 부사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시 전기차 보조금 폐지와 관세 인상 등을 공언하면서 경영환경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6월 전동화 전환에 10년간 109조4000억원을 투입해 전기차 시장 패권을 쥐겠다는 비전 ‘현대 모터 웨이’를 발표했다. 현대 모터 웨이 전략에 따라 2030년까지 글로벌 전기차 누적 판매량 200만대, 전체 판매 비중 34% 달성이라는 구체적인 계획도 전했다.
다만 전기차는 투자 대비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여기에 전기차 캐즘이 겹쳐 수익이 저하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분기 역대 분기 최고인 매출 45조206억원, 영업이익 4조2791억원을 달성했는데, 하이브리드차 판매 호조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 부사장은 “하이브리드차의 수익성은 내연기관과 비슷한 두 자릿수도 한 자릿수인 전기차보다 더 좋다”며 “(미국에서) 신형 싼타페 하이브리드가 출시됐기 때문에 하반기에도 하이브리드차 판매 강세는 계속될 전망”이라고 했다.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조감도. /현대차그룹 제공
글로벌 완성차 업계도 전기차 전환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제네럴모터스(GM)는 2025년 말까지 북미에서 전기차 100만대를 팔겠다고 했는데, 지난달 이 목표를 25만대로 하향조정했다.
포드는 현대차 전략을 따라간다. 2030년까지 모든 내연기관차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설정하겠다는 계획이다. 폭스바겐그룹은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을 위해 650억달러(약 90조원)를 투자한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을 포함해 대다수 글로벌 업체가 하이브리드차로 선회하고 있다”며 “그만큼 100% 전동화는 늦춰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