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만 의심하나" 中선수 폭발…파리서도 미∙중 갈등,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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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2024 파리 올림픽 수영 여자 접영 100m 동메달리스트 중국 장위페이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왜 중국 선수들은 좋은 성적을 거두면 의심을 받아야 합니까?”
2일(현지시간) 2024 파리올림픽 여자 접영 200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중국 여자 수영 장위페이(張雨霏)가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그는 “펠프스는 금메달을 7~8개 따도 의심을 받지 않았다”면서 중국 수영 선수단을 향해 도핑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에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세계인의 축제’ 올림픽이 개막 일주일에 접어든 가운데 정치·경제 분야를 넘어 스포츠에서도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3년 전 도쿄올림픽 당시 제기된 중국 수영 선수들의 도핑 무마 의혹이 파리에서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세계반도핑기구(WADA) 위톨드 방카 위원장, 올리비에 니글리 사무총장, 대런 멀러리 독립 참관인이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AFP=연합
지난달 30일 미국 상원 의회는 세계도핑방지기구(WADA)에 대한 자금 지원을 보류하는 법안을 발표했다.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이 합심해 합의한 ‘2024년 세계 반도핑기구 신뢰 회복법’이다.
이 법안엔 미 국가약물통제정책사무국이 WADA의 독립성을 평가한 뒤 만약 독립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기부를 보류할 수 있는 영구적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은 지난해 WADA에 340만 달러(46억 7000만 원)를 기부했다.
이는 다분히 중국을 겨냥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중국을 감싸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진 WADA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다. 앞서 미국 반도핑기구(USADA)는 WADA와 중국 반도핑기구(CHINADA)를 향해 “양성 반응이 나온 사례를 은폐하고 용기 있는 내부 고발자의 목소리를 억압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12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세계반도핑기구(WADA) 심포지엄.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논란은 지난 4월 호주 매체의 기사에서 촉발됐다. 헤럴드 선은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중국 수영 선수 23명이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는데도 대회에 정상 참가했다”고 전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도 “중국 고위층은 선수들 양성 반응에도 도핑 혐의가 없다고 결론짓고 올림픽에 출전시켰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협심증 치료제인 트라이메타지딘 양성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혈류량을 증가시켜 체내 산소 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약물로 WADA가 지정한 금지 약물에 포함된다.
중국 측은 “선수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극소량의 금지 물질을 섭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WADA 역시 실제로 중국 선수들이 트라이메타지딘 양성 반응을 보였음에도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였다.
WADA 측은 오히려 USADA를 명예훼손 혐의로 소송을 제기할지 고려하고 있다. 올리비에 니글리 WADA 사무총장은 “육류를 통한 샘플 오염 문제는 여러 국가에서 이슈되고 있지만 오로지 중국에 대해서만 의문을 제기한다”면서 “이는 반도핑을 정치화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중국 선수들은 과도한 도핑테스트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 다이빙 선수 출신의 가오민(高敏)은 소셜미디어에 “하루 7차례나 되는 약물 검사로 중국 수영팀의 경기력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세계수영연맹은 중국 수영 선수들을 대상으로 파리 현지에서만 최소 10번 이상 도핑테스트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 선수들보다 4배나 많은 수치다. 중국 수영대표팀의 한 영양가 역시 “선수들은 프랑스에 도착한 뒤 열흘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하루 평균 5~7회 검사를 받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중국의 판잔러(가운데)가 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라 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남자 자유형 결승에서 46초40으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 시상식을 마친고 2위 호주 카일 찰머스(오른쪽), 3위 루마니아 다비드 포포비치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024.07.31.
중국 선수단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가 가시지 않으면서 이들이 얻어 낸 성과에도 금이 가고 있다. 판잔러(潘展樂)는 1일(현지시간) 남자 자유형 100m에서 46초40으로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아시아 선수로는 92년 만의 챔피언이다. 2위와는 무려 1초08차였다.
이를 두고 호주 출신 수영 코치 브렛 호크는 소셜미디어에 영상을 올려 “그 기록을 깨는 건 인간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판잔러 역시 도핑이 의심된다는 투였다. 다만 판잔러와 함께 경쟁했던 은메달리스트 카일찰머스는 인터뷰에서 “판잔러가 금메달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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