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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돈 주고 차 사줬는데"…내연남 바람피우자 살해 후 소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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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동갑 연하 배신에 분노…버스 운전 중 범행 [사건 속 오늘]
"그동안 준 돈 내놔라" 요구하자 "내가 왜" 뻔뻔 태도에 폭발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한여름이었던 18년 전 오늘 경기 평택 진위면 소재의 한 공터에서 불에 탄 세피아 승용차가 발견됐다. 운전석에서는 차와 함께 타 버린 남성의 시신이 발견됐는데, 시신의 기도와 폐 등에서 그을음의 흔적이 나오지 않았다. 누군가 이미 죽은 시신에 불을 질렀다는 뜻이었다. 차에는 번호판도 남아있지 않아 경찰은 살인 사건을 직감하고 수사에 나섰다.

◇ 경찰, 사이 안 좋았던 아내 조사했지만 헛다리

시신의 정체는 당시 46세였던 버스 기사 이 모 씨였다. 형사들은 이 씨가 원한을 살만한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주변 인물을 조사했지만 이 씨는 대인관계가 원만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직장동료 등 주변 사람들은 그를 성실하고 친근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다만 한 가지 눈에 띄는 관계가 있었는데 사망한 이 씨는 아내와 별거하며 '무늬만 부부'인 사이였다. 이에 경찰은 내사에 들어갔으나 이 씨의 아내에게서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그렇게 경찰이 수사에 애를 먹던 중 사망한 이 씨에게 내연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12세 연상의 홍 모 씨(당시 58세)였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 월급 절반을 내연남 용돈으로…사랑에 목맨 황혼

홍 씨는 이 씨와 같은 회사에서 버스 기사로 일하다가 다른 운수업체로 이직한 여성으로, 숨진 이 씨와는 3년 정도 동거를 했었다. 하지만 이 씨 사망 전 동거는 파탄 났고, 이 사실을 파악한 경찰은 홍 씨가 앙심을 품고 범행했을 가능성을 두고 은밀히 조사에 들어갔다.

두 사람의 시작은 호프집 사장과 단골손님 관계였다. 홍 씨는 과거 남편과 함께 호프집을 운영했는데 그곳에서 이 씨와 가까워지며 내연관계로 발전했다.

가족도 버리고 나와 이 씨와 동거했던 홍 씨는 이 씨에게 맹목적이었다. 홍 씨는 띠동갑 연하남인 이 씨에게 월 50만~100만 원씩 지속적으로 용돈을 줬다. 당시 버스 기사로 일하며 홍 씨가 받았던 월급은 200만 원 정도였다.

지인들은 그런 홍 씨를 만류했으나 소용없었다. 홍 씨는 이 씨에게 사업 자금 2000만 원을 빌려주기도 했으며, 이 씨와 함께 불타버린 세피아 승용차 역시 홍 씨가 사준 중고차였다.
 

ⓒ News1 DB

ⓒ News1 DB

◇ "내가 준 용돈, 빌려 간 돈 다 내놔"…"내가 왜?"

홍 씨가 이처럼 이 씨를 열렬히 사랑했음에도 두 사람의 동거가 끝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 씨는 홍 씨를 두고 또 다른 여자를 만나다가 들켰다.

홍 씨의 범행 동기가 성립되자 경찰은 본격적으로 홍 씨에 대해 수사했다. 시신 발견 하루 전인 2006년 8월 8일 당일 홍 씨는 버스를 운행했다. 하지만 이날 홍 씨는 예정된 시간보다 훨씬 늦게 차고지로 귀환했으며 그가 노선을 벗어난 사실이 버스 기록 장치에 남아 있었다.

경찰이 그 시간에 무엇을 했느냐고 홍 씨를 추궁했지만 홍 씨는 입을 다물어버렸다. 그는 그때 이 씨와 만난 적도 없다며 시치미를 뗐다. 이 씨의 시신과 차가 불타버렸기 때문에 살인의 직접 증거는 없었다. 이에 경찰은 홍 씨의 자백을 받아내는 데에 집중했고, 거듭된 설득과 회유 끝에 홍 씨는 분노를 터뜨리며 범행 사실을 자백했다.

홍 씨 진술에 따르면 이 씨가 바람을 피운 걸 알게 된 그는 이 씨에게 그동안 준 용돈과 빌려준 사업 자금을 내놓으라고 했다. 하지만 이 씨는 자신이 왜 갚아야 하냐며 뻔뻔한 태도로 나왔고 이는 홍 씨의 분노를 증폭시켰다.

이후 범행을 결심한 홍 씨는 밧줄, 망치, 휘발유를 구입해 불탄 이 씨의 차가 발견됐던 공터로 그를 불러냈다. 원래 그곳은 두 사람이 늘 밀회를 즐기던 장소였다.

홍 씨는 차 안에서 미리 매듭을 지어놨던 밧줄을 꺼내 이 씨의 목에 올가미를 걸어 질식시킨 뒤 망치로 그를 내려쳤다고 진술했다.
 

ⓒ News1 DB

ⓒ News1 DB

◇ 찝찝하게 남은 공범 존재 여부…1심 15년 → 2심 20년

경찰은 공범의 존재를 의심했다. 50대 여성이 혼자서 40대의 건장한 남성을 제압해 살인했다는 점이 탐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경찰은 홍 씨의 통화기록을 조사해 홍 씨에게 또 다른 동거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씨와의 동거가 끝난 후 홍 씨는 또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었던 것.

하지만 홍 씨는 단독범행을 주장했고 경찰은 동거남이 범행에 가담했다는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

홍 씨는 자신의 범행에 대해 반성하지 않았다. 이 씨가 죽을만한 짓을 했다며 끝까지 분노를 표출했다.

홍 씨는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으나 검찰은 형량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고, 2심에서 20년형이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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