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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고 잘 사는 시대, 영양제 필요 없다…음식 골고루 먹는 게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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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대학원장
“고용량 영양제가 해롭다는 연구들도 잇따라
영양소 일일 권장섭취량에 새 정의 필요”
 

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대학원장(가정의학과 교수)은 지난 12일 인터뷰에서 "비타민D 같은 영양제 권장섭취량이 수십년 전 과학적 근거 없이 결정됐다"며 "이제라도 새로운 정의와 개념으로 정해야 한다"고

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대학원장(가정의학과 교수)은 지난 12일 인터뷰에서 "비타민D 같은 영양제 권장섭취량이 수십년 전 과학적 근거 없이 결정됐다"며 "이제라도 새로운 정의와 개념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정아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인의 73.7%가 비타민D 결핍 상태이다. 10명 중 8명꼴로 일일 권장섭취량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2017년에 비해 비타민D 결핍인 사람이 186.3%나 증가했다. 특히 여성이 남성보다 3.5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뿐 아니라 남아시아인의 68%, 유럽인의 40%도 비타민D 결핍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타민D 일일 권장섭취량은 국가마다 크게 다르다. 영국은 한국과 같은 400IU지만, 미국과 캐나다는 이보다 많은 600IU다. IU는 국제단위(International Unit)란 의미이다. 비타민D의 경우 ㎍(마이크로그램, 1㎍은 100만분의 1g) 단위로 환산하면 1IU는 0.025㎍이다. 한국인의 비타민D 일일 권장섭취량은 10㎍이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대학원장(가정의학과 교수)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비타민D 결핍이 유행하는 것처럼 알려졌지만 사실이 아니다”며 “비타민D 검사가 유행이 되다시피 많아지면서 기존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이 많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타민 권장섭취량 자체가 수십 년 전에 과학적 근거 없이 결정됐기 때문에 이제라도 그 정의와 개념을 과학적으로 새롭게 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를 통해 영양제에 대한 과신을 없애고 균형 잡힌 식사로 영양을 섭취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명 원장은 지난 6월 12일 이와 같은 주장을 담은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영양’에 냈다. 지난 12일 경기도 고양시 국립암센터에서 명 원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비타민D는 어떤 영양소인가.

“칼슘과 인의 대사를 좌우하는 지용성 비타민이자 호르몬의 일종이다. 비타민D가 부족하면 칼슘과 인이 부족해져 뼈가 약해진다. 비타민D는 달걀 노른자와 생선 등에 많이 들어 있다. 햇볕을 많이 쬐어도 자외선이 피부를 자극해 비타민D 합성이 일어난다.”

–한국인 10명 중 8명이 비타민D 결핍이라고 한다. 실제로 그런가.

“하루에 비타민D를 400IU 섭취하면 혈중 농도는 1mL당 20ng(나노그램, 1ng은 10억분의 1g), 600IU를 섭취하면 30ng/mL정도로 측정된다. 건강한 한국인은 대부분 비타민D 혈중 농도가 12~20ng/mL 정도다. 문제는 국내 일반 병의원에서 대부분 비타민D 혈중농도 기준을 30ng/mL로 삼으니, 검진자 대부분이 결핍으로 분류된다. 여성의 경우 90% 이상이 해당한다. 해당 기준을 충족하려면 비타민D 영양제 섭취나 주사제가 필요하다.”

–비타민D 부족으로 위험해지는 사람이 많나.

“비타민D가 결핍하면 뼈가 약해져 낙상이나 골절, 골다공증 위험이 높아진다. 하지만 실제로 한국인들이 대부분 이들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비타민D 결핍이라고 보기 어렵다. 구체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12~20ng/ml라는 수치를 정상으로 보는 게 맞는다. 비타민D 영양제 섭취가 필요하지 않으며, 오히려 비타민D 일일 권장섭취량이 실제보다 너무 과도한 양으로 정해진 게 아닌가 의심이 드는 부분이다.”

–비타민D 일일 권장섭취량은 어떻게 정해졌는가.

“지금으로부터 80여 년 전인 1940년대에 과학적 근거 없이, 오로지 전문가들의 합의에 따라 결정됐다. 제2차 세계대전이었던 당시 영양 결핍이 매우 흔했다. 미국 군인의 25%가 영양 결핍이었을 정도다. 미국 국립과학한림원은 임상 연구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전문가 50여 명의 의견을 모아 비타민 등 주요 영양소별 권장섭취량을 정했다. 즉, 과학적인 근거 없이 정하면서 실제 몸에서 필요한 양보다 너무 높은 기준으로 권장섭취량이 정해졌다고 볼 수 있다.”

–처음에 그랬어도 나중에 수정할 수 있지 않나.

“지금도 비슷하다. 현재 권장섭취량의 정의는 ‘특정 나이와 성별의 집단에서 거의 대부분 건강한 사람들(97.5%)의 영양요구량을 충족하는 데 충분한 하루 평균 특정 영양소의 섭취량’이다. 쉽게 말해 건강한 사람들 100명이 각 영양소를 많이 섭취하는 순서대로 줄을 섰을 때 상위 2.5%가 섭취하는 양만큼을 권장섭취량으로 정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양소가 충분함에도 오히려 결핍으로 분류되는 상황이다.”

–비타민D만 그렇게 권장섭취량을 정했나.

“비타민C의 일일 권장섭취량도 마찬가지다. 한국과 일본은 100㎎(밀리그램. 1㎎은 1000분의 1g), 프랑스는 110㎎으로 비슷하지만 미국은 90㎎, 영국과 인도는 40㎎이다. 각 국가마다 영양소를 섭취하는 기준이 크게 3배 가까이 차이난다. 식단상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는 국가가 권장섭취량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비타민C를 하루 41㎎ 섭취하는 사람이 한국에 오면 영양 결핍이 된다. 아무리 인종이 다르다 하더라도 이렇게 영양소의 권장섭취량이 다를 수는 없다.”

–실질적인 권장섭취량은 어떻게 정해야 할까.

“80년 전만 해도 영양결핍인 사람이 많았으니 일일 권장섭취량만큼 먹는 게 맞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잘 먹고 잘 사는 시대다. 현재까지 사용해왔던 권장섭취량의 개념과 정의를 과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새롭게 바꿔야 한다. 가령 건강한 사람들의 상위 2.5%가 먹는 양만큼을 따를 게 아니라 사람들의 평균 양을 따르는 식이다. 비타민D를 예로 들면 건강한 사람들 상위 50%의 혈중농도가 16ng/mL이다. 2018년에는 미국 미주리대 의대 연구진도 비타민D 적정 혈중농도가 12~20ng/mL이라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미국가정의학회지’에 실었다. 건강한 한국인 대부분은 이 수치에 들어맞는다.”

–그렇다면 국민의 영양 섭취 상태도 알아야겠다.

“최근에는 영양성분 섭취와 최적의 건강상태를 규명하는 타당한 역학적 연구방법론도 등장했다. 대규모 집단을 대상으로 질병의 발생률과 사망률을 알아보는 코호트 연구다. 체질량지수(BMI·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것)에 따라 비만도를 알 수 있듯이, 각 영양소의 권장섭취량도 코호트 연구를 통해 최적의 건강 상태를 보이는 섭취량 범위를 새롭게 정해야 한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영양학회가 수년마다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을 정해 발표하고 있다. 이때 가이드라인이 현 상황에 맞게 바뀌어야 하는데, 최근 10여 년 동안 나온 메타분석 연구 결과들이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에서 비타민D 영양제의 효과를 추적한 논문들을 분석해보면 고함량으로 섭취하면 건강에 도움을 주기보다 오히려 해를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픽사베이

미국과 한국에서 비타민D 영양제의 효과를 추적한 논문들을 분석해보면 고함량으로 섭취하면 건강에 도움을 주기보다 오히려 해를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픽사베이
–종합비타민 같은 영양제로 영양소를 섭취하는 건 어떤가.

“비타민 영양제 섭취, 특히 고용량 요법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임상적인 근거가 없다. 동물실험이나 실험실 연구에서는 긍정적인 결과가 여럿 나왔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에서는 입증된 바가 없다. 반대로 영양제가 건강에 나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미주리대 의대 연구진이 비타민D에 대한 연구 결과 573건을 분석했더니 비타민D 영양제가 골절이나 암, 심혈관질환 발생을 예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과잉 섭취할 경우 신장 결석, 연부조직 석회화 등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버드 의대 브리검여성병원 연구진도 2022년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2만 5871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비타민D 영양제를 섭취해도 노년 골절이나 골다공증을 예방할 수 없었다고 발표했다.”

–국내서도 미국과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고 들었다.

“우리 연구진도 1992~2021년 국제 학술지에 발표된 연구 결과 15건을 메타분석한 결과 고용량 비타민D 요법이 골절이나 낙상을 예방하는 효과가 없음을 밝혀냈다. 심지어 비타민D 요법이 오히려 낙상 위험을 6% 높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량 비타민D 를 투여하면 고칼슘혈증으로 인한 골감소와 근육약화, 활성형 비타민D 농도 감소와 이에 따른 근육세포의 칼슘 이용 저하로 인해 오히려 근육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즉, 수술 환자나 비타민 결핍 증상이 있는 환자 아니면 건강한 사람이 영양제를 보충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다른 영양제도 마찬가지 연구 결과가 나왔나.

“비타민뿐 아니라 칼슘, 오메가3,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크릴오일, 홍삼 등 영양제가 건강에 좋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아직 없다. 가령 우리 연구진은 1990~2013년 국제 학술지에 실린 임상 연구 결과 13건을 메타분석한 결과 칼슘 영양제를 섭취하면 오히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15% 높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렇다면 영양소를 어떻게 섭취하는 게 좋은가.

“올바른 식단으로 음식물을 골고루 먹어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인위적으로 영양제를 먹기 보다는 각 영양소마다 많이 들어 있는 음식물을 충분히 먹어 자연적으로 섭취해야 한다. 가령 비타민D는 등푸른 생선이나 버섯류를 먹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또한 비타민D는 햇볕을 충분히 쬐면 형성되기 때문에 하루에 10분 이상 야외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물론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도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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