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잔 술이 건강에 좋다, 나쁘다? “질환마다 달라 vs 무조건 금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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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암에 따라 알코올 효과 달라”
국내 전문가들 “소량이라도 금주 권고”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전문가들은 '(소량의) 술이 건강에 좋다, 나쁘다'를 단언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ChatGPT DALL·E
최근 ‘하루에 한 잔 정도 술은 건강에 좋다’는 속설을 뒤엎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무리 소량이라도 음주는 건강을 해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하버드대 교수들은 이 연구 결과를 반박했다. 질환에 따라 술이 미치는 영향이 다르므로 술이 건강에 좋은지, 나쁜지 단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들은 술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버드 보건대학원의 케네스 무카말 교수와 에릭 림 교수는 지난 26일(현지 시각) 대학 뉴스사이트인 ‘하버드 가제트’에 이 같은 내용의 칼럼을 실었다. 이들은 수십 년 동안 알코올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온 연구자들이다.
하버드대 연구진은 과도한 음주는 당연히 건강에 해롭다고 인정했다. 또한 하루에 한 잔 꼴인 적정량을 마시더라도 유방암이나 식도암 같은 특정 질병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은 2016년 ‘미국공중보건학회지’ 온라인판에 냈던 연구 결과를 근거로 “하루에 한 잔 정도 술을 마시면 고혈압, 심근경색, 뇌졸중, 심장마비 등을 예방할 수 있다”며 “규칙적인 알코올 섭취는 위험과 이점이 모두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섭취량이 적거나 중간이고 규칙적인 빈도(주당 3일 이상)로 술을 마시는 사람은 금주자나 과도한 음주자에 비해 사망 위험이 낮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술이 유방암 발생 위험은 높이지만 갑상선암과 림프종 등은 위험을 낮춘다. 그렇다고 술이 갑상선암, 림프종에 좋다는 뜻은 아니라고 했다. 알코올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복잡 미묘하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술이 건강에 좋은지, 나쁜지 단언하려면 알코올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간과 뇌 외에도 여러 신체 시스템에 대해 연구를 해야 한다”며 “심장과 면역계, 내장, 뼈 등에 더 구체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술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그 동안 대규모 인구를 대상으로 장기간 고품질 연구를 한 사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연구자들은 술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려면 적어도 200명을 대상으로 2년 이상 무작위 대조 시험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중해식단 같은 식단이나 신약을 테스트할 때도 이처럼 대규모, 장기간, 고품질 연구를 하는데 음주 연구에 있어서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앞서 스페인 마드리드 자치대 연구진은 지난 12일 국제 학술지 ‘미국의사협회(JAMA) 네트워크 오픈’에 “술은 적당하거나 적은 양을 마셔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60세 이상 13만5103명을 대상으로 음주량과 음주 습관을 설문조사하고 의료 정보를 분석했다.
이에 대해 하버드대 연구자들은 “음주자와 비음주자, 과음자는 식단과 운동, 흡연 습관, 음주 패턴 등이 다르다”며 “그렇기 때문에 건강에 미친 악영향이 단순히 술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알코올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하게 알아보려면 이러한 요인들까지 고려서 연구 대상자를 정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연구자들은 그 근거로 같은 양의 술이라도 한번에 마시면 조기사망 위험이 높아지지만 여러 번 나눠 식사와 함께 마시면 사망 위험이 낮아진다는 한 2021년 ‘메이요 클리닉 회보’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들었다. 알코올과 건강 간 정확한 상관관계를 알아보려면 지금보다 더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음주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장기 추적하는 연구자들과 달리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은 대부분 소량이라도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고 강조한다. 질환에 따라 음주 효과가 다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아예 금주를 권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이유정 고려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이전에는 환자들에게 적절한 음주가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지만 이제는 아예 금주가 좋다고 권고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하버드대 연구자들 주장대로 암의 종류에 따라 음주가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면서도 “하지만 단 한 잔이라도 알코올 때문에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웬만하면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백수아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연구별, 질환별로 상이한 결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연구 결과들을 보면 전체적인 사망 위험으로 보았을때 소량의 음주도 해로울 수 있음이 많이 밝혀졌다”며 “특히 암 예방을 위해서는 소량의 음주도 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이재호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약 8년 전만 해도 소주 한두 잔까지는 심장병을 예방하는 등 건강에 좋다고 알려졌었다”면서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알코올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면서 의사들은 소량이라도 술을 마시지 않는 쪽으로 권장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하는 암 예방을 위한 국민 암예방 10대 수칙에도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소량 음주도 피하라’고 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