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8.5억 집인데…"서울이 대출 더 안나와" 소득도 같은데, 왜
컨텐츠 정보
- 4,385 조회
- 0 추천
- 0 비추천
- 목록
본문
DSR 1단계→3단계 조기도입 검토했다…"안되면 더 센 규제 나온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이 1일 서울 중구 명동1가 은행회관에서 진행된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 대화를 하고 있다.
수도권 집값과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심상치 않자 정부가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조기도입 방안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9월부터 수도권에 2단계보다 강도가 센 사실상 2.5단계의 DSR 규제가 도입된 배경이다. 강도높은 규제 시행으로 수도권 주택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수천만원씩 대출한도가 줄어든다. 이와 별도로 대출만기 축소, 갭투자용 전세대출 일부 중단, 다주택자 대출제한 등 시중은행도 대출 죄기를 본격화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투기적 수요에 "과열을 잡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만큼 9월 이후 상황에 따라 추가 대책 가능성도 열려있다.
1일 정부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열린 경제·금융·통화당국 협의체 'F4(Finance 4)' 회의에서는 가계부채 대책으로 스트레스 DSR 3단계 조기 도입안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스트레스 DSR 규제는 향후 금리 변동성을 감안해 스트레스 가산금리를 얹어 대출 한도를 산정하는 규제다.
가산 금리(현 시점 기준 1.5%P)를 한번에 100% 적용할 경우 충격이 클 수 있어 지난 2월말 1단계, 7월 2단계, 내년 7월 3단계 도입이 당초 정부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자영업자 대책과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성 평가 결과 등을 고려해 정부는 2단계 도입을 9월로 2개월 연기했다. 그 사이 가계대출은 예상보다 더 급증했다.
2단계 도입을 코 앞에 두고 F4가 3단계 조기도입 '카드'를 검토한 배경에는 최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이 심상치 않아서다. 서울 아파트값은 2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고 경기, 인천 지역 집값도 오름폭을 확대했다. 연쇄적으로 은행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대출 증가폭도 확대됐다. 지난달에는 월 단위 은행 주담대 증가액이 10조원 가까이로 역대 최고치를 찍을 전망이다.
스트레스 DSR 도입 계획/그래픽=이지혜정부는 2단계와 3단계의 중간인 2.5단계의 절충안을 도입키로 했으나 3단계 조기도입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스트레스 가산금리 1.5%포인트는 과거 5년 평균 신규대출 평균금리와 현 시점 금리 차이로 결정하는데 시중금리가 하락해 스트레스 금리를 재산정하면 1.5%포인트보다 올라갈 수 있다. 스트레스 금리는 매년 6월과 11월에 두 차례 재산정한다. 가산금리는 최저 1.5%포인트, 최고 3%포인트까지 적용 가능하다. 3단계는 일부 소액 신용대출을 제외하고 모든 업권의 모든 대출이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훨씬 더 강력하다.
은행들은 이달부터 관리목적 평균 DSR도 새로운 방식으로 산정한다. 이는 차주단위 DSR과는 별개다. 1억원 이하 대출 뿐 아니라 전세대출 이자, 디딤돌·보금자리론 등 정책성대출도 모두 포함해 자체 DSR를 관리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관리목적 평균 DSR도 40%를 넘지 못하도록 해 왔는데 9월부터 새 기준 적용시 종전 규제비율인 40%보다 강화될 수 있다.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가계대출을 줄이는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어 차주단위 DSR 40% 규제비율을 낮추지 않아도 가계대출을 줄이는 효과가 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내부 관리 목적의 은행 자체 DSR 산출을 시행하면 이 결과를 보고 DSR 관리 비율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져갈지 세부 방안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대출규제가 아니더라도 은행 스스로 대출 문턱을 막 올리기 시작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더 세게 개입하겠다"고 압박한 이후 은행 스스로 수도권 주담대 만기를 30년으로 단축하고 다주택자 대출을 제한하기로 했다. '갭투자' 목적의 전세대출도 막았다. 특히 금융당국이 올해 연간 대출 증가 목표치를 초과한 은행은 내년에 대출을 더 못 늘리도록 하겠다는 '강공'을 날리면서 은행권 대출 옥죄기는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같은 집값·소득에도 서울엔 3.11억, 부산엔 3.3억…'역차별' 더 커진다
스트레스 DSR 2단계 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주담대 금액 차이 예시/그래픽=윤선정
9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규제 시행으로 수도권과 지방의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확 달라진다. 수도권 역차별과 함께 수도권내 차별도 논란이 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방침에 따라 향후 은행권의 평균 DSR 목표치가 더 낮아지면 차별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가 적용되면서 수도권 주담대 한도가 비수도권보다 작게 나올 예정이다.
연소득 5000만원인 차주 A씨가 주담대를 받는다고 가정해보자. 대출기간 40년, 적용금리는 변동금리로 4.59%, 원리금 균등 상환이며 다른 대출은 없다. A씨가 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우성아파트 34평(KB부동산 시세 매매가 8억5000만원)을 담보로 할 경우 가산금리 1.2%가 부과돼 스트레스 DSR 2단계 적용 금리는 5.79%가 된다. 이 경우 DSR 40%를 최대로 채우면 대출가능액은 3억1100만원이다.
반면 A씨가 부산시 부산진구에 위치한 서면아이파크 39평(매매가 8억5000만원)을 담보로 하면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적용된 금리는 5.34%로 대출가능액은 최대 3억3000만원이다. 다른 조건이 다 같더라도 서울 소재 아파트에서 한도가 1900만원 덜 나오는 것이다.
이는 스트레스 DSR 금리가 △수도권 1.2%포인트(P) △비수도권은 0.75%P로 차등을 둬 가산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DSR이란 미래의 금리 변동위험을 반영해 DSR 한도를 산정할 때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제도다. 실제 대출자가 내는 금리가 높아지는 건 아니지만 DSR 산정 때 더 높은 금리를 계산하기 때문에 대출한도가 줄어든다. 수도권 주담대가 수도권 집값과 가계부채 문제를 심화시킨다고 보고 수도권의 주담대 한도를 줄이려는 의도다.
하지만 집값과 소득이 같음에도 집의 소재지에 따라 DSR을 다르게 심사하는 것은 '수도권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DSR은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의 소득 대비 전체 금융부채 원리금 상환액 비율로 빚을 갚는 능력에 따라 대출 한도를 정하는 게 본래 취지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수도권 내에서도 아파트 매매가격의 격차가 벌어지는데 '수도권'으로 단순화해 규제를 가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의 5분위 배율은 5.3으로 관련 집계가 시작된 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달 서울에서 가장 저렴한 아파트와 비싼 아파트의 가격 차이가 5.3배 났다는 의미다.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히면 아파트값 5분위 배율은 7.2로 더 벌어졌다. 수도권 외곽 지역의 불만도 커질 전망이다. 예컨대 경기도 여주와 강원도 원주는 인접하고 있지만 여주는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대출한도가 줄어든다.
더 큰 문제는 금융당국이 향후 포트폴리오 DSR(은행이 신규 취급한 가계대출의 평균 DSR)을 더 조일 예정이기 때문에 수도권 주담대 한도가 지금보다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1~8월 가계대출 증가액은 이미 은행이 자체적으로 수립한 연간 경영계획을 초과한 상태다. 금융당국은 연간 경영계획을 초과한 은행에 내년도 시행하는 은행별 DSR관리계획 수립시 더 낮은 DSR 관리목표를 부여할 방침이다. 은행별 평균 DSR 목표치가 낮아지면 은행들은 DSR이 높은 수도권 지역의 대출한도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도권은 집값이 비싸다보니 DSR을 최대치인 40%까지 받는 경우가 많다"라며 "평균 DSR이 줄어들면 은행들은 수도권 주담대를 줄여서 평균치를 맞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실수요자 불편 없게 한다더니… 전세대출도 마음대로 못 받는다
금융당국·은행, 전세자금대출 억제 대책/그래픽=김지영정부와 은행권이 가계대출을 옥죄면서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다는 전세자금대출의 문턱이 점점 높아진다. 은행들은 잇따라 조건부 전세대출은 중단하고 나섰다. 금융당국은 전세대출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규제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보증기관의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내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서민 실수요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규제 효과 영향을 신중하게 검토한 후 추가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권은 잇따라 한도를 줄이거나 일부 상품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전세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3일부터 전세대출을 임차보증금 증액 범위 안에서만 취급한다. 갭투자 등 투기성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큰 임대인 소유권 이전 등 조건부 전세대출도 중단한다. 신한은행은 조건부 전세대출을 지난달 26일부터 중단했고 우리은행은 2일부터 중단할 예정이다.
손쉬운 전세대출은 가계부채 증가와 집값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돼왔다.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라는 금융당국 주문에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전세대출을 옥죄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별 포트폴리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강화한다. 은행은 새롭게 취급한 가계대출의 평균 DSR을 계산해 관리한다. 은행연합회 모범 규준에 따라 고(高)DSR 차주 비중을 3~5%로 설정해 전체 차주 평균을 40% 이내로 맞춰야 한다. 현재 은행 포트폴리오 DSR 대상에는 전세대출이 포함되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전세대출도 포함해 은행이 DSR 평균을 맞추게 할 계획이다. 은행은 DSR 평균을 유지하기 위해 전세대출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금융당국은 전세대출을 차주별 DSR 규제에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유주택자가 전세대출을 받을 때 이자를 DSR 산정에 넣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주택도시보증기금(HUG)과 서울보증보험(SGI)의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내리는 방안도 언급된다. 전세대출 보증은 세입자가 은행에서 전세대출을 받을 때 HUG나 SGI 등 보증기관이 상환을 보증하는 것이다. 은행은 보증 덕분에 손해 볼 걱정 없이 쉽게 전세대출을 내줬다. 이들 기관의 보증이 전세대출 급증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현재 90%인 한국주택금융공사(HF) 보증 비율과 달리 HUG와 SGI의 보증 비율은 100%다.
전세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애꿎은 서민 실수요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은행들은 갭투자 등 투기성 대출을 막기 위해서 조건부 전세대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세 매물 자체가 줄어들어 세입자가 겪는 불편함이 더 클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금융당국은 실수요자 대출절벽은 없게 세심하게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오는 4일 실수요자의 애로를 듣기 위해 간담회를 마련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실수요자나 취약계층에 자금 조달 애로가 있을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부동산 관련 규제는 한 달 반 정도 시차가 있기에 전세대출 규제의 효과성이나 영향은 조금 시간을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대출의 DSR 적용 등 추가 규제에는 "9월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되는데 그 효과를 보고 나서 추가적인 조치를 생각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