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새벽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앞바다에서 침몰한 호화 요트 베이지언호. /EPA 연합뉴스
지난달 이탈리아 앞바다에서 침몰해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는 호화요트에 대한 경비가 갑자기 강화됐다. 이 요트에 탔던 영국 재벌 마이크 린치의 금고 때문이다.

21일(현지시각) CNN에 따르면, 수심 49m 아래에 가라앉아있는 요트 베이지언호에는 러시아와 중국 등 외국 정부가 관심을 가질만한 하드 드라이브가 2개 실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암호 등 민감한 데이터를 포함한 고도의 기밀정보가 담긴 ‘초암호화’ 하드 드라이브는 방수 금고에 들어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드라이브는 ‘영국의 빌 게이츠’로 불린 정보기술(IT) 업계 거물 린치가 소유하던 것이다. 인양 작업에 정통한 4명의 소식통은 CNN에 “여러 서방 정보기관과 관련된 매우 민감한 데이터가 들어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린치는 자신이 설립한 사이버 보안 회사 다크트레이스를 비롯해 여러 업체를 통해 미국, 영국 정보기관과 관계를 맺었다.

이번 사고의 생존자들은 검찰에 “린치가 ‘클라우드 서비스를 신뢰하지 않는다’며 항해할 때마다 항상 데이터 드라이브를 요트의 안전한 칸에 보관했다”고 진술했다.

요트를 수색한 전문 잠수부들은 처음에는 도둑들이 요트에 남아있는 값비싼 보석과 귀중품을 찾으려고 잔해에 접근할까 봐 우려했다. 이제는 러시아나 중국 등 외국 정부의 접근을 걱정하고 있다.

이탈리아 당국은 바다 안팎에서 요트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잠수부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추가적인 경비 조치를 시행 중이다.
 

요트 침몰사고로 사망한 영국의 IT 업계 거물 마이크 린치(오른쪽)와 그의 딸. /EPA 연합뉴스
잠수부들은 수중 수색을 완료한 후 요트 내에 남아있는 1만8000리터의 기름과 연료를 유출하지 않고 473톤의 선박을 인양하는 최선의 방법을 제안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민감한 데이터가 잘못된 이들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다.

몇 주 내에 베이지언호는 인양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는 인양 작업에 최대 1500만 유로(약 223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탈리아 해상법에 따라 인양 비용은 선주인 린치의 아내가 부담하게 된다.
 

구조대가 요트 침몰 사고로 숨진 사망자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19일 새벽 베이지언호는 시칠리아섬 앞바다에서 격렬한 폭풍우에 휘말려 침몰했다. 탑승객 22명(승객 12명‧승무원 10명) 중 린치의 아내, 한 살배기 아기를 포함해 15명이 구조됐다.

린치와 그의 딸, 영국 금융인 조너선 블루머 모건스탠리 인터내셔널 회장 부부, 국제로펌 클리퍼드 찬스의 미국 변호사 크리스 모르빌로 부부, 선상 요리사 레칼도 토머스는 사망했다.

이번 침몰 사고의 원인으로는 소용돌이 물기둥, 용오름 현상이 꼽힌다. 목격자들은 베이지언호가 침몰하기 전 폭풍과 함께 용오름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봤다고 했다. 다만, 이탈리아 검찰은 인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