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휴지통 안까지 샅샅이…이태원 클럽 마약단속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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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 웅성·줄 섰다 자리 뜨기도…룸은 없어 화장실 집중 수색
'불금' 맞춰 이태원 일대 16개 업소 대상 새벽 3시까지 합동단속
클럽 들어가려 줄 선 시민들
[촬영 홍준석]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금요일인 27일 오후 10시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클럽가.
한 대형 클럽 입구에는 '불금'을 즐기려는 수십명이 줄을 서고 있었다.
이들 사이로 푸른색 위생장갑을 낀 경찰들이 비집고 들어갔다.
서울경찰청, 서울 용산경찰서와 서울시청, 용산구청이 이날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 6시간에 걸쳐 이태원 일대 16개 업소에 대한 합동단속을 벌인 것이다.
이 모습을 본 클럽 손님들 사이에선 "뭐 하는 거지"라며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클럽에 들어가려고 줄을 선 이들 중에는 "가지 말자",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아"라며 자리를 뜨는 경우도 있었다.
클럽 안 화장실 살피는 경찰들
[촬영 홍준석]
이날 경찰이 가장 주의 깊게 살핀 곳은 드라이아이스 연기가 가득 찬 클럽 안 화장실이었다.
이들은 거울 위쪽 공간, 세면대 아래, 형광등 주변, 휴지통 속 쓰레기까지 샅샅이 뒤졌다.
조명 자체가 어두운 데다 드라이아이스 기화로 시야를 가려 수색에 품이 많이 들었다.
경찰은 세면대에서 발견된 하얀 고체 물질은 흐르는 물에 씻어 보기도 했다. 마약류는 물에 잘 녹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물을 묻혀도 형체를 유지하면 마약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경찰이 화장실을 집중적으로 살핀 이유는 이 클럽에서 마약류에 손대기 쉬운 장소가 화장실이어서다. 클럽에 따로 룸이 있는 구조가 아니어서 직원 등의 눈을 피해 마약류를 투약하려는 손님이라면 화장실을 택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태원 클럽 특징은 룸이 없다는 것"이라며 "대신 화장실에서 (손님 등이) 케타민과 엑스터시 등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클럽 점주와 직원을 상대로는 마약류를 반입하는 고객이 없도록 자체적으로 검사를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클럽 내부 모습
[촬영 홍준석]
실제로 기자가 살핀 이태원 클럽 10곳은 모두 입구에 직원을 배치하고 소지품을 검사하고 있었다.
5개월째 일하고 있다는 직원 송모(21)씨는 "두 달 전에 이태원 클럽 마약에 대한 뉴스가 나오고 나서 사장님이 '우리도 조심하자'며 손님 검사를 빡빡하게 시켰다"며 "화장실에 여러 명이 같이 들어가지 않는지 계속 보고 있다"고 말했다.
친구를 만나러 왔다는 20대 후반 남성도 "최근 사건이 있고 나서 조심하는 분위기"라며 "내가 가본 클럽은 다 소지품을 검사했다"고 전했다.
일부 시민은 이런 방식의 합동단속에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클럽에서 만난 20대 여성은 "이렇게 대놓고 단속하면 안 될 것 같다"며 "대낮에 음주단속을 하는 것과 똑같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20대 남성은 "클럽 말고 산처럼 음산한 곳이나 룸살롱에 가야 적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클럽 등 유흥가 일대 마약류 확산을 막기 위해 이달초부터 연말까지 단속을 강화한 상태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클럽 등 유흥가 마약류 사범 검거 인원은 2021년 161명에서 2022년 454명, 2023년 686명으로 급증했다. 올해 1∼7월엔 358명이 검거됐다. 클럽 등 마약류 사범이 전체 마약류 사범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1.5%에서 2022년 3.7%, 2023년 3.9%, 올해(1∼7월) 4.2%로 증가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