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만에 병력 반토막… “5060을 군대 모셔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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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방위, 非전투분야 외주 검토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각개전투훈련장에서 훈련병들이 훈련을 받고 있다./뉴스1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 절벽으로 우리 군 병력은 2040년대 30만명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래식 전력의 핵심인 병력의 수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지는 가운데 5060 세대를 활용해 부대 경계 및 행정·취사·청소 등 전투 지원 업무를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 성일종 국회 국방위원장은 27일 ‘5060 군 경계병 법안’을 검토 중이라며 “군에 갔다 온 5060, 혹은 40대 중 건강하고 경험이 있는 분들은 계약직 군무원이나 민간의 아웃소싱 같은 형태로 우리 군을 백업할 수 있다. 그리 되면 일자리가 만들어질 거고 긍정적인 효과가 굉장히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성 위원장은 “주한 미군도 외곽 경비는 민간한테 (위임)하고 있다”며 “MRO(유지·보수·운영)와 PMC(민간 군사 기업) 등을 민간으로 이양하는 건 미군 등에서도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 25일에는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포럼에서 “젊은 병사들이 없다”며 인구 절벽 문제를 해결하려면 5060 세대를 경계병으로 활용하고 이민자에게 군복무를 시킬 수 있도록 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러스트=이철원
한국국방연구원의 2022년 추계에 따르면 2002년 69만명에 달했던 국군(상비군)은 올해 50만명에서 2039년 39만명대로, 2043년에는 33만명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현장에서는 병사 부족을 절감하고 있다. 과거 중대마다 3~4명씩 있던 중대 계원이 사라졌고, 육군 사단본부에는 병사가 한 명도 배정되지 않고 있다. 전방 경계 근무를 설 인원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해군은 병사(수병)가 부족해 장교·부사관으로만 수상함을 운용하는 ‘함정 간부화 시범함’ 사업을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 군은 병력 감소로 인해 일부 외주 작업을 이미 시작한 상태다. 조리병이 부족하다 보니 민간 조리사를 고용하고 있고, 일부 병영 식당은 외부 업체에 통째로 외주를 주기도 한다. 제초 작업 등은 민간 인력에게 맡기는 것이 원칙이다.
주한 미군도 마찬가지다. 면적이 14.77㎢에 달하는 경기 평택 험프리스 주한 미군 기지의 외곽 경계 및 외부인 출입 통제 등은 국내 민간 업체가 미국 정부와 계약해 대신하고 있다. 이 인원 대다수는 50대 이상으로 알려졌다. 민간 업체 소속 요원이 무장한 상태로 경계를 서다가 유사시에는 우리 군의 ‘5분 대기조’ 개념인 미군 경계 부대가 출동하는 체계라고 한다.
그래픽=이철원
현직 군 관계자들은 전방에 보낼 병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5060 경계병을 비롯한 민간 외주 시스템 도입이 전투력 상승 및 군 복무 여건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봤다. 육군 관계자는 “전투 병력이 필요 없는 군수사령부·교육사령부 등에서 경계 외주를 주는 시범 사업을 시행하면 ‘품귀 현상’을 보이는 병사들은 전방에 배치할 수 있다”고 했다. 군 전문가는 “5060 경계병 등 민간 외주를 활성화할 경우 민군 협력을 통해 병력 감축에 대응하고 동시에 고용 창출을 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며 “경계 근무 부담이 줄어들면서 병력들이 훈련에 보다 충실히 임해 전투력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5060 세대를 활용해 주둔지 경계 작전 및 군 일부 업무를 민간에 외주를 주겠다는 아이디어는 사회적 논란이 큰 여성 징병제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출범한 평균 연령 63세의 민간 군사훈련 단체 ‘시니어아미’는 이 같은 구상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최영진(63·중앙대 교수) 시니어아미 공동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후방은 물론 전방 경계 근무도 문제없는 체력을 갖추고 있다”며 “나라를 지킬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원봉사로 경계 근무를 서겠다는 생각이다”라고 했다. 지난해 연말 500명 규모였던 이 단체 회원은 현재 2000명 수준이라고 한다.
PMC가 아닌데 자발적으로 군 업무를 하겠다는 ‘시니어아미’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려운 현상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은 병사 출신의 경우 40세까지를 공식 예비군으로 편성하고 있어 이를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예비군 징집 연령을 60세까지 높인 바 있다.
비용이 문제지만 내년 병장 월급이 200만원 수준이기 때문에 향후 병력 감축으로 인건비가 줄어들 경우 운영의 묘를 발휘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미군과 달리 전방에 소규모 부대가 뿔뿔이 흩어져 있는 형태인 우리 군은 민간 외주를 주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군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 공약이기도 했던 ‘민군 복합 밀리터리 타운’ 건설이 필요하다”며 “미군 험프리스 기지에서 민간 외주가 가능한 것도 한데 모여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이 같은 정책 도입과 관련해 “현 단계에서 공식 입장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