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패널’이 키운 불… 미군 부대라 경찰·소방 조사는 어려워 [부산 미군 55보급창 화재]
컨텐츠 정보
- 5,735 조회
- 0 추천
- 0 비추천
- 목록
본문
부산 55보급창 화재 13시간 만에 초진
스티로폼 들어간 건물 외벽이 불 키워
소파협정으로 수사 관할권 미군에 있어
화재 원인 등 미군이 자체 조사할 전망
지난 24일 부산 동구 범일동 주한미군 55보급창에서 일어난 화재 장면. 경찰청 도시교통정보센터(UTIC) CCTV 화면
부산 미군 부대 시설인 55보급창 화재가 불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로 건물을 지어 불길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소파협정)에 따라 미군에 수사 관할권이 있어 경찰과 소방 당국이 별도로 요청이 없으면 화재 원인 등을 조사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25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24분께 동구 범일동 주한미군 55보급창 화재가 초진 단계에 들어갔다. 전날 오후 6시 31분께 화재 신고가 접수된 지 약 13시간 만이다.
불길이 쉽게 잡히지 않은 건 불이 난 창고가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샌드위치 패널은 양쪽 철판 사이에 스티로폼을 넣어 만든 판재로 불이 붙으면 빠르게 확산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스티로폼이 불에 타면 유독가스가 많아져 소방관 현장 접근을 어렵게 할 때도 있다.
더욱이 불이 난 창고 내부에는 우레탄, 고무 등 가연성 공사 자재가 쌓여 있어 진화가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 관계자는 “면적이 큰 냉동창고에 불이 나 주변에 다른 시설로 번지는 걸 막기 위한 차단 작업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배관 공사가 이어진 냉동창고에서 24일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 불은 가로 120m, 세로 40m 규모 대형 창고를 태우며 25일까지 이어졌다.
24일 오후 6시 31분께 부산 동구 범일동 55보급창에서 불이 나 부산소방본부가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변은샘 기자 iamsam@
이번 화재는 미군에 수사 관할권이 있어 경찰과 소방 당국이 수사나 감식 등 조사를 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불이 난 55보급창은 소파협정에 근거한 군사보안 시설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치외법권 구역으로 소파협정은 미군 군무원과 가족의 재산과 신체에 대한 범죄 등은 미국이 1차적 수사권(재판권)을 행사한다고 규정한다.
경찰은 24일 55보급창에서 불이 나도 미군 통제로 부대 안에 들어갈 수 없어 상황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 소방 장비와 인력은 화재 규모가 큰 데다 주변 건물과 시민 안전을 위해 진입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은 화재에 대비해 별도 소방차와 소방 인력을 갖추고 있다.
미군 측은 불이 완전히 꺼지면 자체 조사단으로 화재 원인 등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미군 측 요청이 없으면 수사나 감식 등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55보급창은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군 군수 물자를 보관하기 위해 부산항 근처에 21만 7755㎡ 규모로 만들어졌다. 해방 뒤 미군이 55보급창을 인수해 보급 창고로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