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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합니다" 경고 묵살…세 동강 난 비행기, 79명 숨진 항공 참사[뉴스속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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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1989년 7월 27일 리비아 트리폴리 국제공항에서 활주로 인근 장애물에 부딪혀 추락한 대한항공 803편의 모습. /사진=MBC

1989년 7월 27일 리비아 트리폴리 국제공항에서 활주로 인근 장애물에 부딪혀 추락한 대한항공 803편의 모습. /사진=MBC
"안 보입니다. 위험합니다."
"좀 더 내려가 보자. 그래도 안 보이면 돌아가자."

1989년 7월 27일. 김포국제공항을 떠나 리비아 트리폴리 국제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대한항공 803편은 김포국제공항에서 태국 방콕 돈므앙 국제공항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킹 압둘아지즈 국제공항을 거쳐 최종 목적지인 리비아 트리폴리로 향했다.

803편은 이날 오전 7시쯤 리비아 트리폴리 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비행기가 착륙을 시도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공항에 접근할 무렵 활주로에는 짙은 안개가 잔뜩 낀 상태였다. 비행기는 악천후 속 무리하게 착륙을 시도하다 지상 장애물에 충돌해 결국 추락하고 말았다.
 

착륙 직전 추락, 주택 덮친 비행기 산산조각…79명 숨졌다

1989년 7월 27일 리비아 트리폴리 국제공항에서 활주로 인근 장애물에 부딪혀 추락한 대한항공 803편의 모습. /사진=MBC

1989년 7월 27일 리비아 트리폴리 국제공항에서 활주로 인근 장애물에 부딪혀 추락한 대한항공 803편의 모습. /사진=MBC
활주로에서 동남쪽 5㎞ 벗어난 농장 지면에 충돌한 비행기는 10여 차례 튕겨 나가다가 인근 주택 4채와 차량 여러 대를 덮친 뒤에야 멈춰섰다.

승객 181명, 승무원 18명이 타고 있었던 비행기는 세 동강이 났고, 일부 탑승자들은 밖으로 튕겨져 나왔다. 굉음과 함께 화염이 치솟으면서 1시간여 동안 불길에 휩싸인 탓에 비행기는 형체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1989년 7월 27일 리비아 트리폴리 국제공항에서 활주로 인근 장애물에 부딪혀 추락한 대한항공 803편의 모습. /사진=MBC

1989년 7월 27일 리비아 트리폴리 국제공항에서 활주로 인근 장애물에 부딪혀 추락한 대한항공 803편의 모습. /사진=MBC
이 사고로 탑승객 75명이 숨졌다. 기체 뒷부분에서 불이 나는 바람에 뒷좌석에서 희생자가 많이 나왔다. 비행기가 덮친 집 안에 있던 리비아인 4명도 목숨을 잃었다.

탑승객 대부분은 외화를 벌기 위해 중동 현지에 나가 일하던 노동자들이었다. 대우건설, 동아건설, 현대, 삼성 등 총 150명에 달했다. 이들 대부분은 휴가를 마치고 건설 작업을 위해 돌아가던 중 사고를 당했다.

이 비행기에는 당시 현대건설 전무였던 김윤규 아천글로벌코퍼레이션 회장(전 현대아산 부회장)도 타고 있었다. 그는 리비아 발전소 입찰 상담을 위해 출장을 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으나 이때의 충격 때문에 한쪽 눈 주위 근육이 떨리는 후유증을 앓게 됐다.
 

"가시거리 50m" "고도 800" 경고 묵살…참사 불렀다

1989년 7월 27일 리비아 트리폴리 국제공항에서 활주로 인근 장애물에 부딪혀 추락한 대한항공 803편의 모습. /사진=MBC

1989년 7월 27일 리비아 트리폴리 국제공항에서 활주로 인근 장애물에 부딪혀 추락한 대한항공 803편의 모습. /사진=MBC
사고 직후, 추락 원인을 두고 기장의 조종 실수, 관제사의 착륙 유도 실수, 기체 결함 등 여러 추정이 나왔다.

당시 기장은 관제탑에 "자동 계기 착륙 장치가 고장 나 수동으로 착륙하겠다"고 교신한 뒤 기체 방향을 270도 돌리는 순간 장애물에 부딪혔다고 했다. 그는 "공항이 짙은 안개에 싸여 있었고 제가 접근했을 때 시야가 좋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블랙박스를 분석한 결과 기장이 기상 악화에도 무리하게 착륙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기장은 최종 목적지인 리비아 트리폴리 공항의 계기 착륙 장치가 4개월 전부터 고장 난 상태였다는 걸 알고 있었다. 보조 착륙 장치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나 이는 가시거리가 최소 1600m 이상이어야 사용할 수 있었다.

기장은 사고 20여 분 전 트리폴리 공항 관제소로부터 800m였던 가시거리가 50m로 악화됐다는 기상 정보를 입수했고, 보조 착륙 장치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회항해야 했다.

그러나 기장은 활주로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착륙 강행을 결정했고, 무리하게 하강을 시도하다 결국 참사가 벌어졌다. 당시 기장은 조종간을 잡고, 부기장에게 창밖을 잘 살펴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당시 조종사, 부조종사, 항공기관사는 "안 보입니다. 위험합니다", "좀 더 내려가 보자. 그래도 안 보이면 돌아가자" 등의 대화를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도 계기판을 지켜보고 있던 항공기관사는 활주로가 보이지 않으면 재상승해야 하는 한계 고도 625피트(약 190m) 직전인 800피트(약 244m)로 고도가 내려가자 기장에게 "고도 800피트다"라고 보고했으나 기장이 이를 묵살한 것으로 판단됐다. 항공 전문가들은 당시 하강하고 있던 비행기가 재상승하기에는 너무 늦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추락 7.7초 전 지상 충돌 경고 장치가 작동했다는 사실도 드러나면서 기체 이상이 아닌 조종사 실수로 인한 사고로 최종 결론이 났다.

사고 기체의 조종사들은 귀국 후 업무상 과실치사상 및 항공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구속기소 된 후 보석으로 풀려난 기장은 금고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부기장과 항공기관사는 각각 금고 1년 6개월~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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