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대폭락 시기 잘 대비하면 ‘큰돈’ 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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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심리] 경제위기 11년 주기로 발생… 다음 위기는 2030년 무렵
부자가 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11년 주기로 발생하는 경제위기에 맞춰 투자하는 것이다. [GettyImages] |
오랫동안 친하게 지낸 후배가 찾아왔다. 그는 나에게 어떻게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는지를 물었다. 현재 자신의 자산 상황을 말하고는 어떻게 투자하면 소위 말하는 부자가 될 수 있느냐고 했다. 앞으로 어떤 주식이 오를지, 무얼 사면 폭등할지, 어떤 부동산을 사면 좋을지 등등은 나도 모른다. 아,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있다. 서울 압구정 아파트는 분명 더 오를 거라고 생각한다. 강남에 아직 재건축이 안 된 아파트들도 더 오를 것이다. 하지만 이건 이미 충분히 자산이 있는 사람들만 살 수 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사서 새 아파트가 완성될 때까지 분담금을 다 내고 보유할 수 있다면 이미 부자다. 이건 부자들의 투자법이지 부자가 될 수 있는 투자법은 아니다.
“이렇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투자처는 없다. 나도 주식과 부동산 등을 가지고 있지만, 이건 확실한 길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확률론일 뿐이다.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할 수 있을 뿐, “분명히 큰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후배는 큰돈을 벌 수 있는 좀 더 확실한 방법을 원했다. 확실하게 큰돈을 벌 수 있는 투자 종목은 없다. 다만 확실하게 큰돈을 벌 수 있는 투자 방법이 있기는 하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10년 사이 분명 큰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다.
경제학에는 ‘주글러 순환’이라는 게 있다. 경제 불황이 10~11년 간격으로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주글러 순환이라는 학문적 용어를 끌어들이지 않아도, 보통 10년에 한 번 정도는 금융위기, 경제위기가 발생한다. 최근에는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구제 금융 사태로 대변되는 아시아발(發) 외환위기,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세계 금융위기,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위기 등이 있었는데, 모두 11년 정도 간격이다.
이런 경제위기,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주식이 대폭락한다. 주식뿐 아니라 부동산 등 모든 자산이 대폭락한다. 그리고 위기가 극복되면 자산 가격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다. 아니, 최근에는 경제위기가 오면 세계 각국이 돈을 푸는데, 그 돈의 영향으로 자산 가격이 이전보다 더 높은 가격대로 오른다. 이 주기적인 현상을 받아들이면 큰돈을 버는 방법도 자연히 알게 된다. 금융위기로 주가가 폭락했을 때 주식을 매수하면 된다. 그러면 경제가 회복됐을 때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금융위기 때는 보통 주식이 평균 50%는 떨어지는데, 이후 주가가 회복되면 못해도 2배는 번다. 실제로는 절대적인 우량주이면서 80~90% 떨어지는 종목도 수두룩하다. 이런 걸 잡으면 5배, 10배 수익도 충분히 가능하다. 준비된 투자자에게 금융위기는 10년에 한 번씩 오는 바겐세일장이다.
하지만 금융위기 때 수익을 얻는다는 건 실제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주식이 폭락했을 때 계속 살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주식을 사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금융위기는 사람들이 돈이 없기 때문에 금융위기다. 이럴 때 새로 주식을 사려면 평소 자금 관리를 굉장히 잘해야 한다.
일단 평소 빚을 내서, 특히 증권회사에서 신용을 얻어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은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굉장히 위험해진다. 엄청난 주가 폭락으로 가진 돈을 모두 잃고 거대한 부채만 남기 쉽다. 신용으로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은 금융위기 때 파산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가진 돈 전부를 주식에 투자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런 사람은 빚더미에 앉지는 않지만, 엄청난 자본가치 하락으로 힘들어한다. 가진 돈을 전부 이미 주식에 넣었기에 새로 주식을 살 돈이 없다. 폭락한 주가가 크게 회복되는 과정을 그냥 바라보고만 있어야 한다.
돈을 가진 사람만 폭락한 주식을 살 수 있다. 이 사람들은 금융위기 때 몇 배 수익을 올리곤 한다. 즉 주가 대폭락 시기에 새로 주식을 살 만한 자본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 다만 그것도 간단한 건 아니다. 주식이 폭락하면 주식을 산다. 그런데 주식이 더 떨어진다. 또 산다. 그러면 또 떨어진다. 그렇게 계속 떨어지니 금융위기인 것이다. 이렇게 상상 못 할 가격으로 계속 떨어져도 주식을 살 수 있는 돈이 있어야 한다. 주가가 떨어져도 계속 우량주 주식을 살 수 있으면 큰돈을 번다. 하지만 더는 주식을 살 돈이 없으면 거기까지다.
가지고 있는 현금을 다 쓴다 해도 새로 어디서 현금이 나올 수 있으면 괜찮다. 어쨌든 폭락한 주식을 충분히 매수하는 것, 그리고 회복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 말은 간단한데, 실제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보통 사람은 주가가 폭락해도 새로 살 돈이 없다. 또 20%. 30% 수익이 나면 바로 팔아버리는 사람은 주가 회복의 큰 장에서 큰 수익을 얻지 못한다.
즉 중요한 건 자금 관리다. 금융위기에 대비해 투자금을 준비하고, 금융위기가 왔을 때 그 자금을 어떻게 분배해 새로 투자할지에 대한 고민, 그리고 그때 어떤 종목을 사면 좋을지에 대한 판단 등 이 세 가지만 제대로 작동하면 금융위기 때 큰돈을 벌 수 있다. 가장 최근 경제위기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 때였다. 이미 4년이 지났고, 앞으로 5~6년 후에는 또 다른 경제위기가 닥칠 거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때 잘하면 한몫 챙길 수 있다.
후배는 몇 년 후 다시 다가올 경제위기를 미리 준비하고, 그때 잘하면 자산이 몇 배로 증가할 수 있다는 말에 희망을 가졌다. 경제위기 때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고, 경제위기로 주식과 부동산 가격 등이 폭락했을 때 우량주를 매수하면 분명 큰돈을 벌 수 있을 거 같다. 후배가 이렇게 굉장히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보면서 그가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이런 시스템을 이 후배와 처음 이야기한 게 아니다. 2010년대 초반에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당시 경제·투자 분야 베스트셀러 책에 앞으로 금융위기가 다가온다는 얘기가 있었다. 한국 경제, 세계 경제를 분석하면서 2020년 전에 금융위기가 올 것을 예측했다. 그리고 금융위기로 주가가 폭락했을 때 우량주를 사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그러니 지금부터 그때 투자할 돈을 모으고, 특히 금융위기 때 힘을 발휘하는 달러 자산을 보유하며,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을 가지고 있다가 금융위기로 주가가 폭락하면 주식으로 갈아타라고 했다. 그때 후배와 이 책 내용에 대해 같이 이야기했고, 책 내용대로 금융위기에 대비하는 투자를 해보자고 했다.
책에서는 2020년 전에 금융위기가 온다고 했지만, 이때 금융위기는 없었다. 그 대신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대폭락이 있었다. 금융위기로 폭락하든, 코로나19로 폭락하든 원인은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주식은 폭락했고, 몇 개월 지나지 않아 회복됐다. 나는 이때 큰돈을 벌었다. 주식 폭락 시기에 주식을 팔지 않고 오히려 더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21년 말 금리인상에 따른 주가 폭락도 나에게는 큰 기회였다. 주가가 폭락하는 와중에도 나는 계속 주식을 살 수 있었다. 그때 산 주식들이 원 가격으로 회복되면서 또 한 번 자산이 늘었다. 폭락 시기에 주식을 살 수 없었다면 자산도 늘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2010년 초반 책에서 배운 금융위기 투자법이 큰 도움이 됐다. 그런데 같이 책 내용을 이야기했던 후배는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2010년에 금융위기를 준비하자고 결심했지만, 몇 개월 지나 잊어버렸다. 그렇게 잊어버리니, 2020년 주가 대폭락은 그냥 새롭고 놀라운 사실이었을 뿐이다.
다음 위기는 아마 2030년쯤에 올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야겠다고 지금 얘기하는데, 과연 5년 넘게 준비하면서 기다릴 수 있을까. 그때를 대비해 투자법을 정비하고 투자 종목을 판단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을까. 그게 되면 이 후배는 다음 경제위기 때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그때 경제위기는 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어쨌든 이제 나도 다음 경제위기를 준비하려 한다. 2030년쯤 경제위기가 올 텐데, 이때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지금부터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