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생이세요? 4분의 3은 부모님 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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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상위 8개 대학과 의대, 치대, 한의대 등 명문대에 진학하게 만든 요인 중 4분의 3이 부모의 경제력과 거주지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학생 본인의 잠재력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은 나머지 4분의 1뿐이다.
한국은행이 2005년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던 학생들을 매년 추적 조사해 만들어진 ‘한국교육종단연구 2005’ 자료를 바탕으로 27일 써낸 ‘입시 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 문제와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고등학교 재학 중 부모의 소득 수준이 최상위층(5분위)인 학생의 명문대 진학률은 최하위층(1분위)보다 5.4배 높다.
다만 이런 결과는 부모의 경제력과 거주지 외에 학생의 잠재력이 만들어낸 것일 수 있다. 한은은 부모의 경제력과 거주지, 학생의 잠재력이 명문대 진학에 각각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가려내기 위해 해당 학생의 ‘중학교 1학년 때 수학 성취도 점수’를 바탕으로 분석에 나섰다. 그 결과 중1 수학 점수가 같더라도 부모 소득이 상위 20%인 그룹 학생의 명문대 진학률이 20.4%로 부모 소득 하위 80% 그룹(10.7%)보다 2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부모 소득 상위 그룹의 실제 명문대 진학률은 5.9%, 하위 그룹은 2.2%로 3.7% 포인트의 격차가 존재한다. 이 수치에는 부모의 경제력과 학생의 잠재력 차이가 모두 반영돼 있다. 이 중 부모의 경제력 영향이 얼마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소득 하위 그룹의 잠재력이 상위 그룹과 같다고 가정하고 명문대 진학률을 산출한 결과 2.2%에서 3.1%로 0.9% 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부모 소득 상위 그룹과 하위 그룹 학생의 잠재력이 같다고 가정해도 명문대 진학률 격차가 여전히 2.8% 포인트(3.7% 포인트 - 0.9% 포인트)나 존재하는 것이다. 정종우 한은 미시제도연구실 과장은 “실제 격차인 3.7% 포인트 중 4분의 3인 2.8% 포인트는 부모의 경제력 효과다. 나머지 4분의 1인 0.9% 포인트만 학생의 잠재력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명문대 진학률과 거주지 간 관계에서도 유의미성이 나타났다. 우선 2018년 서울대 진학생 중 서울 출신 학생 비중은 32%,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는 12%에 이른다. 같은 해 전체 일반계 고등학교 졸업생 중 서울 출신은 16%, 강남 3구는 4%에 불과한데 서울대생 중에서는 2배, 3배 많은 것이다.
또 학생의 잠재력만을 바탕으로 서울대 진학률을 따져본 결과 서울은 0.44%로 비서울(0.4%)보다 0.04% 포인트 높은 데 그쳤다. 그러나 실제 서울대 진학률은 서울 출신 학생이 0.85%로 비서울(0.33%) 대비 0.52% 포인트 높다. 서울과 비서울 학생 간 서울대 진학률 격차 중 학생의 잠재력이 기여한 몫은 8%(0.04% 포인트 / 0.52% 포인트)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정 과장은 “나머지 92%는 거주지 효과”라고 분석했다.
형평을 맞추기 위해서는 서울대 정원을 지역 비례제로 정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한은이 2018년도 서울대 입시 결과를 바탕으로 특정 지역 합격자 비율을 ‘해당 지역 고등학교 3학년생의 0.7배 이상~1.3배 이하’가 되도록 조정해보니 각 지역의 실제 서울대 진학률과 잠재력 기준 진학률 간 격차가 평균 0.14% 포인트에서 0.05% 포인트로 64%나 감소하는 결과가 나왔다.
‘지역 비례제로 인해 서울대생 실력이 하향 평준화할 수 있지 않느냐’는 우려에 대해서 한은은 실제 서울대 19학번 학생의 지역·기회 균형 전형 입학생의 학기별 성적이 다른 전형 입학생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반박 근거로 제시했다. 정 과장은 “지역별 비례 선발제가 도입되면 지역 간 소득 수준과 사교육 환경 차이 등이 대입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 지방의 잠재력 있는 인재를 발굴할 수 있다. 경쟁 집중으로 발생하는 수도권 인구 집중과 서울 집값 상승 문제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