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넷이 때려요" 충격 상황…고글 낀 경찰, 20분만에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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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첫 경찰 VR 가상훈련 프로그램 해보니
지난 19일 전국 최초로 현장 경찰관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해 실감형 VR(Virtual Reality) 훈련 프로그램 ‘폴리스원(POLICEONE)’을 도입한 경기 수원중부경찰서 현장실습센터에서 집단 폭력 사건에 대비해 진행한 시나리오 훈련의 한 장면이다. 지구대·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찰관들이 2인 1조로 순찰차 한 대에 탑승해 112 신고에 대응하는 상황을 그대로 가상 현실에서 훈련했다.
폴리스원은 경찰 치안 분야에 대해 개발한 VR 훈련 프로그램이다. 현재까지 ▶가정폭력 ▶주점 흉기 난동 ▶집단 폭력 ▶치매 노인 실종 ▶정신질환자 실종 ▶스토킹 ▶아동학대 ▶데이트폭력 등 8가지 종류 상황에 대비한 훈련을 할 수 있다. 현장 경찰관 의견을 반영해 자주 발생하는 사건 종류를 기준으로 프로그램이 추가로 개발될 수 있다.
이날 집단폭력 사건 대응 시나리오 훈련을 체험한 김지광(39) 경사는 헬멧 형태의 VR 장비를 착용하고 햅틱(haptic·촉각 자극 기술) 기능이 있는 입력 장치를 손에 쥐었다. 테이저건과 38구경 권총, 삼단봉 등 장비도 구현돼있었다. 헬멧 안 렌즈로 순찰차 운전석을 볼 수 있고, 고개를 돌릴 때마다 시선이 향하는 상하좌우 모든 공간이 눈앞에 재현됐다. 햅틱 장비를 움직이면 훈련 화면에서 그대로 구현됐다.
훈련 시나리오는 실제 현장 대응 순서를 토대로 구현했다고 한다. 112상황실에서 경찰관들이 현장에서 사용하는 지령이 나오고, 이어 112 신고자 녹취 음성 파일이 재생됐다. “주점 앞에서 한 남성이 집단 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여성 목격자의 다급한 신고 내용이 전달되자, 순찰차를 쏜살같이 몰고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눈앞에 ‘집단폭력 사건 현장 대응 시 챙겨야 할 장구류’라는 알림 창이 뜨자 방검복, 경찰 방패, 테이저건, 권총, 삼단봉, 등을 누를 수 있도록 안내가 나왔다.
사건 현장 인근에서 폭행 장면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목격자들에게 초상권 문제 등을 이유로 들며 “촬영하면 안 된다”고 안내하고 피의자들에게 다가갔다. 가상 현실 속에서 이들은 각목을 들고 “네가 뭔데 하라 마라야. 경찰이면 다야?”라며 소리쳤다. 현장에서 있을법한 상황을 중심으로 만든 시뮬레이션 내용이었다.
두 차례 경고에도 둔기를 내려놓지 않자 김 경사는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고 고지한 뒤 삼단봉으로 팔을 내리쳐 둔기를 놓게 하고는 수갑을 채웠다. 가상훈련은 피의자의 “병원 치료를 받고 싶다”는 민원까지 들어준 뒤에야 마무리됐다. 소요 시간은 대략 20분이었다.
체험 훈련을 한 김 경사는 “지역 경찰관들의 112 신고 처리 대응 매뉴얼을 토대로 훈련을 고안한 것 같다”며 “현장 안전을 위한 시민 통제, 난동을 부리는 피의자 제압과 체포, 119 공조 요청, 국민의 한 사람인 피의자의 응하기 거북한 민원까지 모두 담겨있어 유용하다”고 말했다.
VR과 햅틱 장비를 활용한 폴리스원 교육장을 설치한 곳은 수원중부서가 유일하다. 수원중부서는 전국 11개 경찰서에 시범 운영하는 현장실습센터 안에 VR 교육장을 꾸몄다. 현장실습센터 개소식은 오는 24일 열린다.
박영대 수원중부서장은 “첨단 가상현실 기술을 접목한 훈련 프로그램으로 각종 강력·민생 범죄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경찰 본연의 일을 숙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혁신 기술을 통한 민·경 합동 치안의 첫발을 뗀 만큼 교육 프로그램에 현장 경찰관들의 보완 의견이 반영되면 현장 대응력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