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빈집 SOS'] 지역 소멸 경고음 ‘빈집 통계’ 빈틈투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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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부 빈집 실태 조사 부실
서·동·영도구, 실제로 3~4배
무허가 뺀데다 허가 주택도 차이
전문가 “최대 10배 많을 수도”
본보·부산연구원 빅데이터 분석
‘빈집 SOS 지수’ 개발 대응 모색
부산 영도구 청학동 빈집 모습. 부산일보DB
낮은 출생율과 고령화, 인구 유출 등 부산 곳곳에서 ‘소멸 위험 신호’가 울린다. 빈집 역시 그러한 위험 신호다. 부산은 전국 8대 도시 중 빈집이 가장 많지만 정부의 인식과 대응은 아직 걸음마 수준에 머문다. 부실한 실태 조사와 찔끔찔끔 빈집 대책에 부산은 지금도 지역 소멸의 ‘SOS 신호’를 놓치고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부산의 빈집은 5069채이다. 2018년 빈집 및 소규모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되면서 2019~2020년 처음으로 부산 지역 빈집 실태 조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부산시가 파악한 규모는 실제와 큰 차이를 보인다. 부산 16개 구군 중 빈집 문제가 가장 심각한 서구와 동구, 영도구는 그 이전부터 자체 빈집 실태 조사를 매년 진행하고 있다. 부산시 조사 결과 서구 375채, 동구 408채, 영도구 350채에 불과했던 빈집은 이들 3개 지자체의 조사(2023년)에선 1218채, 1232채, 1150채로 불어났다. 정부와 부산시의 조사는 허가 주택에 한정하지만, 3대 지자체의 조사는 무허가 주택을 포함했다는 데서 나타난 차이다.
〈부산일보〉 특별취재팀은 3개 지자체로부터 빈집 위치 정보를 확보했고, 이를 부산연구원 디지털도시정보센터에 의뢰해 GIS 기법으로 분석했다. 빈집 밀도와 분포는 등고선 형태로 나타냈으며, 밀도가 높을수록 진하게 표시했다.
그 결과 3개 지자체의 빈집 밀도는 부산시가 파악한 현황보다 진하게 표시됐다. 이는 무허가 주택을 포함한 경우 빈집 수가 크게 증가해 빈집 밀도 역시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빈집 분포에서도 3개 지자체와 부산시의 조사 결과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이는 허가 주택에 대한 조사 결과도 서로 차이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정확한 빈집 실태 파악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빈집 실태 파악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빈집의 위험 신호가 제대로 들릴 리 없다.
동의대 신병윤 건축학과 교수는 “부산은 산복도로와 구릉지 등 독특한 지형을 가졌고, 광복과 피란, 정책 이주 등으로 사람들이 몰려들며 무허가 빈집이 많을 수밖에 없는 곳”이라며 “실제 부산의 빈집 수는 부산시의 조사 결과보다 최대 10배까지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 인식에서 출발해 〈부산일보〉는 부산연구원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빈집 SOS(구조 신호) 지수'를 개발한다. 빈집 SOS(구조 신호) 지수는 빈집 발생 위험도를 보여주는 지수로, 빈집이 보내는 구조 신호에 직접 귀를 기울이는 유례 없는 시도다.
지수 개발에는 건물 노후도, 대지 면적, 건물 연면적, 거리 경사도, 대중교통·도로 접근성 등 빈집 발생과 관련이 깊은 자료와 통계를 활용한다. '빈집 SOS 지수'는 이달 중 공개한다.
부산연구원 배수현 디지털도시정보센터장은 "개발한 지수는 동별로 구분해 지역에 따라 다르게 울리는 위험 신호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심각한 빈집 문제의 경각심을 환기하고, 빈집 정책의 문제와 한계점을 분석해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